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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글

제목 시은에게
글쓴이 김률희
안녕! 알바하느라 많이 바쁘지? 수시 합격했다며! 이미 다 들었어. 나도 수시로 합격했으면 좋겠는데 생각대로 될지 모르겠어. 합격하면 너처럼 알바 한 번 해보려고. 너처럼 작은 유리 공예품 가게 진열대에서 계산이나 포장을 하거나 청소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유리가 잘 깨지는 것들이기는 하지만 깨지지 않게 조심해서 잘 다루면 되니까.
네가 언젠가 말해줬었던 게 기억이 남아. 깨지기 쉬우면 그 부서진 조각들로 도리어 상처를 입히게 된다고 상처받기 쉬운 것들은 유리처럼 딱딱한 것들이 아니라 부드럽고 연해 무엇에 부딪쳐도 깨지지는 않는 것들이라고 했었지.
우리들이 그렇잖아. 수시에 합격은 했겠지만 막연한 미래에 불안해하는 거 이해해. 지금은 괜찮아도 현실에 의해 상처를 받을 지도 몰라. 근데 유리가 깨지지 않도록 보관만 하는 것보다 모르고 실수로 깨트리거나 이미 깨졌다고 해도 괜찮아. 깨진 건 다시 맞출 수 있고 맞추지 못하면 다시 만들면 되니까. 너무 마음 졸이지 말고 수시 합격한 김에 고3 생활 즐겁게 보내고 많은 것들을 알아갔으면 좋겠어.

2015.5.26
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