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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글

제목 친구같은 동생에게
글쓴이 이진희

은주에게

거의 15년 가까이 봐온 사인데 이렇게 편지글을 써보기는 처음이다, 그치?

이곳으로 이사왔을 때가 우리 아들이 8살이 되었을 때고 지금 스물여섯 살이 되었으니까 한곳에 정착해서 참 오랜시간 살고 있다고 생각해. 그 긴 세월 동안 참 우여곡절도 많았지? 지나고나서야 별것 아닌 것 같았지만 당시에 너랑 나 참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고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오랜 시간 여전히 잘 지내는 걸 보면 우리 둘 다 잘 버틴 거 같아 대견하더라고. 그 긴 세월 동안 크고 작은 문제를 잘 버티고 때로는 달래주기도 하고, 상담을 하기도 하고, 울분을 뱉어낼 때에도 네가 옆에 있어서 무척 든든했어. 그리고 겨우 한 살 차이지만 날 언니로 받아주고 마음으로 응원해주는 네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지 몰라.

우리 친정 엄마가 오랜 시간 아픈 터라 난 친정 엄마 음식에 대해 기억이 별로 없잖아.

명절이나 김장철마다 네가 맛보라며 가져다주는 그 많던 음식을 떠올려 보면 어떤 의미로는 네가 우리 친정 엄마 같다는 생각에 웃으면서 남편에게 네 자랑을 하기도 했어. 솔직히 딸에게 친정 엄마의 존재는 무척 그립고도 큰 존재이잖아. 한편으로 사위 대접 받아 본 적이 언제인가 싶다는 남편의 말에 속상하기도 했지만 네가 가져다준 음식들을 자랑하며 비록 우리 엄마는 이런 음식을 해다 주지 못하지만 내겐 친정엄마 이상으로 나를 잘 챙겨주는 동생이 있다고 자랑하며 으쓱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야. 그때마다 나는 늘 네게 고마워한단다. 인간관계가 협소한 내게 있어 너는 좋은 친구임과 동시에 좋은 이웃사촌이며 친정엄마 같은 존재라는 걸 네가 알아줬으면 해. 거창하게 말하지 않고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생이라는 걸 네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오죽하면 우리 신랑이 둘이 사귀는 사이가 아니냐고 물었을까.

요즘 한창 간호조무사 수업을 듣느라 힘들텐데 네 건강이 걱정되어 안부를 물을 때마다 언니, 전 괜찮아요~ 봐요, 내가 씩씩한 거 빼면 시체잖아요?’라고 호기롭게 말하는 널 보면서 참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 됐어. 배울 점도 많고 말이야. 어찌보면 널 보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단다.

얼마 전 암 수술을 하면서 힘들어하는 널 보며 마음이 심란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참 복잡하더라. 내가 너 보다 먼저 암 수술을 받은 입장에서는 네 걱정이 클 수밖에 없더라고. 아직은 좀 더 조심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네가 잘못될까 봐 조마조마해. 그러다 보니, 잔소리가 좀 늘었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 네가 혹시라도 내 걱정에 대한 말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항암보다 표적 치료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수다를 떠는 널 떠올릴때마다 아직도 네게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언니로서 조금 부끄럽기도 하더라. 난 아프고 나서 응석받이가 됐는데 너는 한층 성숙한 사람으로 자라난 것 같아서 자랑스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그랬어.

살면서 인생에 단 한 명의 진정한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삶이라는 말이 있어. 또 친구란 두 개에 몸에 깃던 하나의 영혼이라는 말도 있잖니? 어찌보면 너와 내가 그런 진정한 친구가 아닐까 싶더라고. 내성적이고 낯가림이 심한 내게 어떻게 너처럼 든든한 동생이 생긴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공부도 좋지만 건강 생각하면서 잘 할 것이라 믿어

다음 주에 만나기로 했지만 늦은 밤 너에 대한 편지를 쓰고 나니 복잡한 마음이 정리가 되고 차분해진다. 앞으로도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잘 지내보자, 동생아.

                                                                          

                                                                                          너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웃사촌 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