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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기행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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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지은
우리나라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화가 날 때가 종종 있다. 삼국 시대 때는 서로 싸우고 당나라에 굴복하며 지내지만 고려 시대부터는 침략을 너무 많이 당한다. 거란에 여진에 몽골의 침략은 한숨이 나오는 시대이다. 몽골 침략 때는 왕의 이름도 마음대로 바꾸고 왕비도 몽골사람이었다. 그 부분도 기분 나쁘지만 역시 가장 속이 상하는 부분은 일제강점기 때다.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은 일본이 저지른 만행들을 읽고 있으면 국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껴진다. 조선 시대 때 명나라를 섬기다가 청나라를 섬기게 되고 프랑스와 미국의 침입으로 많은 문화재를 불태우고 빼앗겼다. 일제강점기 때도 그들은 우리의 문화재를 마음대로 가져갔다.
이번에 국립 고궁 박물관에서 본 ‘다시 찾은 조선 의궤와 도서’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되어 궁내청에 보관되어 있다가 100여 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조선왕조도서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대여만 해 주는 것이지 완전하게 주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프랑스에서 돌려받은, 잠시 대여한 것은 일반인들에게 공개도 못하게 되어있다. 남의 나라의 문화재를 가져가는 것도 모자라서 돌려주지는 못할망정 대여해준다고 그리 생색을 내는 것을 보니 미간이 찌푸려졌다. 모두 우리의 힘이 약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니 슬퍼왔다.
의궤는 조선시대에 왕실이나 국가의 주요 행사의 내용을 정리한 기록이다. 조선시대 왕실에서 거행된 여러 가지 의례의 전모를 상세하게 기록한 책인데 그림이 그려져 있고 무엇보다 글씨가 너무 정확하게 쓰여 있어서 놀라웠다. 옥편에 쓰인 것보다 깔끔하고 글씨가 멋있었다. 조선시대에 글씨를 잘 쓰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말이 와 닿았다. 그리고 이렇게 멋지고 굉장한 문화재가 어찌하여 남의 나라 소유인지 안타까웠다.
의궤에는 황제 즉위식이나 황후와 황태자 책봉을 하는 모습을 상세하게 그려 놓았다. 황제를 상징하는 황색 가마도 볼 수 있었다. 또한‘순조문조’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전시되어 있는 의궤들 중 유일한 어람용 의궤라고 한다. 비단으로 만든 표지라는데 별로 비단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내용이 뭔지 보고 싶은데 한문으로 쓰여 있어 하나도 못 읽었다. 한자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어람용이란 황제가 보는 용도라고 한다. 이 책들도 모두 글씨가 멋졌다. 설명을 읽어보니 의궤를 만드는 사람들은 글씨를 잘 쓰는 사람들을 뽑아서 작성하게 하였다고 한다. 아무래도 왕실에 관련된 일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이번 전시에 있는 많은 의궤들은 이토 히로부미가 대출하여 일본으로 가져간 것이다. 이번에 한일관계 조사 자료로 쓸 목적으로 일본에서 빌려준 것이고 한다. 우리의 문화유산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다른 나라에 빼앗겨 있는 우리 문화재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일본이나 프랑스에는 이번에 본 것 보다 훨씬 많은 우리의 문화재가 있다고 한다. 정말 우리나라가 강해져서 다시 돌려 달라고 당당히 말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사람 사이에서도 강하고 약함에 따라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이 달라진다. 나라 사이도 마찬가지 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국제 사회에서 그리 큰 영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우리가 우리의 얼이 담긴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서는 국력을 키우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탄성이 나올 정도로 대단한 가치를 가진 의궤를 보니 국외에 있는 우리의 문화재 생각에 가슴이 아파왔다. 내가 지금 우리나라의 힘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른이 되어서 우리의 정신이 담긴 문화재를 찾기 위해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니 나는 그저 학생이라는 내 직업의 본분인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이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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