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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기행문

제목 조선시대 백성들의 염원 속으로
글쓴이 정영학
-행소박물관을 다녀와서

학교를 가지 않는 토요일을 이용해 행소박물관에 가게 되었다. 행소박물관은 계명대학교 안에 있다. 예전에도 그곳을 가본 적은 있었는데 그 때 본 것이라곤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시대 유물들과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유물이 조금 있었다. 그래서 사실상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별전시실에서 ‘전통과 현대의 만남 -기증 민화전’을 열게 되었다. 그러나 민화도 ‘특별 게 있을까? 고작 민화 해 봐야 동물이나 소나무 그려놓은 그림 몇 개가 다일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별 기대감 없이 들어갔는데 예상외로 볼 만한 것들이 많았다. 내가 교과서에서 본 것은 까치랑 호랑이, 꽃과 곤충 그림이 다였다. 하지만 이번 민화전에서는 그냥 종이가 아닌 병풍에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동식물과 십장생들도 있었다. 병풍은 바람막이로도 쓰였던 것이었다. 하지만 글, 그림을 넣으면서 사치품으로 사용되었다. 초기에는 양반들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후기로 들어가면서 일반 서민들도 병풍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병풍에 그려진 그림은 ‘십장생도’, 새, 물고기 등이 있었다. 그 중에서 오리, 원앙 같은 새와 물고기는 한 마리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두 마리씩 혹은 짝수로 그려놓았다. 그 그림에는 사이좋은 한 쌍의 새나 물고기처럼 부부가 금실 좋게 살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또 십장생에는 해, 달, 산, 돌, 물, 구름, 학, 사슴, 거북, 불로초, 대나무, 소나무 등이 있는데 잘 알다시피 장수의 뜻이 담겨 있다. 그 외에 모란꽃과 석류도 있었는데 모란꽃은 부귀영화를, 석류는 그 알알이 많은 것처럼 다산을 뜻하며 자손의 번창을 염원하는 뜻이 있다.
그 다음으로 본 것은 ‘글자도’로 효(孝)·제(悌)·충(忠)·신(信)·예(禮)·의(義)가 있다. 이 글자들은 유교의 삼강오륜에서 나온 것이고 지역마다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주위가 바다인 제주도는 글자에 물결무늬가 있고 산악지방은 소나무 같은 나무들과 새를 그려 넣는다. 이렇게 글자도도 지역마다 특징이 있다. 나는 위의 여섯 글자 가운데 신뢰한다는 뜻인 신(信)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신뢰는 부모 자식 간에도, 친척 간에도, 스승과 제자 간에도, 친구 사이에도 모두 필요하고 얻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본 것은 ‘영수도’이다. 영수도란 중국 고대 전설에서 수호신의 성격을 갖는 상상의 동물인 영수를 그린 그림이다. 영수도에 들어가는 그림으로는 호랑이, 기린, 해태 등을 비롯해 처음 보는 코끼리나 용, 도마뱀 같이 생긴 괴상한 동물들도 있었다. 해태는 조선 시대 궁궐 경복궁과 현재 우리나라 법 관련 기관에도 있는데 해태가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서 그렇다고 한다. 또한 호랑이나 기린 같은 동물들은 수호신을 믿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한편 그 옆에 현대판 작가가 그린 영수도 중 까치와 호랑이를 패러디한 그림이 눈에 띄었다. 왜냐하면 그 그림 속의 호랑이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그림을 보니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이렇듯 영수도 속에는 백성들의 염원과 더불어 해학과 풍자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책가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었다. 책가도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학자들의 방에 있는 책들과 문방구 등을 그린 그림이다. 그 책가도 속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뜻이 담겨 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공부가 가장 중요시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가장 끌렸는 것 같았다. 책가도에 책뿐만 아니라 잉어가 등용문에 올라 용이 되는 전설처럼 공부를 열심히 해 출세하라는 뜻의 잉어그림과 중국 골동품을 수집하는 습관이 있는 학자의 방을 그려놓기도 하였다. 이렇듯 책가도에는 학자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 출세하고 싶고 또 해야한다는 뜻히 담겨 있었다.
처음에 무관심 상태에서 들어갔지만 나오면서는 조선시대 백성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부귀영화, 출세, 다산 등을 바라면서 그림을 그렸을 조선시대 백성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많은 민화 중에 ‘책가도’가 가장 마음에 들어서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책가도’그림을 살 수 있는 곳은 찾지 못했다. 그래서 ‘책가도’를 사는 대신 마음속에 그려놓고 조선 시대 학자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나도 열심히 공부를 할 것이다. 이런 다짐을 가지게 해 준 행소박물관 민화전은 내게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