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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기행문

제목 그림 속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던 기회
글쓴이 정영학
그림을 보면 그저 그림만 보고 판단하였다. 예를 들어 사람을 그렸으면 평면적으로 그렸는지, 입체적으로 그렸는지, 이목구비가 뚜렷한지, 피카소처럼 이상하게 그렸는지, 몸의 균형이 일정한지 뒤죽박죽인지 등만 보았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장에도 그림을 어떻게 그렸는지만 보고 지나치려고 했다. 그런데 '세계명화 체험전'를 다녀와서 생각의 전화이 되는 기회가 되었다. 전시회장 안에서 제일 처음 내 눈에 들어 온 것은 19세기의 ‘사실주의’미술가인 밀레의 <만종>이었다. 시골의 농부 부부가 교회의 종소리에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이 고요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러나 도우미 선생님의 말씀에 충격을 받았다. 부부 사이에 있는 바구니 속의 씨감자와 농기구는 원래 아기의 시체였다는 것이다. 추운 겨울, 씨감자를 심으며 봄을 기다렸지만 아기는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죽은 것이다. 그 설명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아름답고 고요한 시골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설명을 듣자 어느새 눈물이 맺히려고 했다. 그 다음에 다른 여러 그림을 보았다. 그 중에서 나에게 다가온 그림은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이었다. 매번 책과 신문에서만 보던 그림이 내 눈앞에 있는 게 신기했다.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건널 때 군대를 이끌고 잘 생긴 흰 말을 이끄는 것이 너무 멋있었다. ‘역시 나폴레옹은 대단한 영웅이야.’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도우미 선생님의 설명은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사실 나폴레옹은 군대가 알프스 산을 다 넘은 후 안전하게 갔고 말이 아닌 당나귀를 탔으며 키도 작고 못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유럽을 정복한 것을 보면 대단한 영웅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고흐의 <귀를 자른 자화상>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부터 궁금해왔지만, ‘에이 무슨 사연이 있어서 귀를 잘랐나보다.’하고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이 그림 역시 도우미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고흐가 귀를 자른 것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함께 지내던 고갱과 싸우고 고갱을 죽이려다가 실패해 격분해서 자신의 귀를 잘랐다고 한다. 그것을 듣고 ‘과연 고흐가 진짜 귀를 자른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고흐가 약간의 정신이상증이 있기는 하지만 귀를 자른 이유가 단지 고갱을 죽이려다 실패한 것뿐만이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흐의 작품들은 후세에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하니 정말 슬픈 일이었다. ‘내가 만약 그 시대의 사람이라면 고흐의 재능을 알아주고 고흐를 후원해 마음껏 그림을 그리게 하고, 만약 그럴 정도로 내가 넉넉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추천이라도 해 줄 수 있을 텐데, 그러면 고흐는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이번 세계명화체험전을 통해서 여러 화가들의 그림 속에 담아놓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그림을 볼 때에는 그림의 겉 표면만을 보기보다는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의도나 생각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보아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세계명화체험전은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