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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가쓰는글

제목 가을
글쓴이 오수아

  날이 덥다. 잠에서 깨어나보니 날이 아직 어둡다. 예전 같으면 환했을 시간인데, 어둑어둑한 바깥을 보니 이제 가을이 조금씩 다가오는구나 생각이 든다. 그래도 바깥 공원에는 예전처럼 사람들이 공원 안 트랙을 저마다의 속도로 돌고 있다. 낯 익은 얼굴도, 처음 보는 사람도 있다. 창을 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소근거림이 느껴진다. 새벽의 찬 기운이 들어와 몸이 움츠러든다. 잠이 조금 깨는 것 같다. 


  오늘은 뭘 먹을까? 식탁 위에 어제 먹다 남은 과일이 보인다. 감, 사과, 배... 감 한 쪽은 수아가 데려온 달팽이에게 주었다. 생각보다 잘 먹고 잘 지낸다. 평소엔 그냥 지나쳤을 동물인데 같은 공간에서 지내다 보니 매일 한 번을 들여다 보게 된다. 같은 공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관심이 생겨난다. 달팽이도 나랑 같은 생각일까? 아님 나만의 생각인걸까?


  가을엔 챙겨야 할 기념이 있다. 이제 10월이니 조금 있으면 와이프 생일이다. 생일엔 뭘 해줄까? 맛있는 식사와 선물, 그리고 행복한 기억이 많았으면 좋겠다. 수아도 연 초에 비하면 생각하는 것이 한 뼘쯤은 자란 것 같다. 벌써 훌쩍 큰 느낌이다. 


  내 인생이 80까지라면, 나도 이제 초 가을쯤이 된 것이겠지? 마냥 한 여름마냥 짧은 옷을 입고 쉼없이 돌아다니기엔 애매한 시기이다. 겨울을 조금은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한 낮이 되면 더운 것이 아직은 조금은 더 하고 싶은 것을 찾아다니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 


  오늘.. 이 가을도 어릴 적 그 맑고 투명했던 하루이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