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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1기] 숨겨진 삶 - 실비 제르맹 / 우리 시대의 반 고흐 / 프랑스 소설 추천
글쓴이 김혜미

프랑스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철학을 가르친 이력을 가진 그녀 실비 제르맹은 그녀의 소설 속에도 철학을 녹여놨다. 그녀의 작품을 처음 접해봤지만 프랑스 소설만의 특유한 어두침침함과 그녀의 철학이 담긴 소설인 이 책은 등장하는 각 인물들의 내면의 목소리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목소리 그리고 내 마음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들을 듣고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프랑스 작품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우울해서다. 인간 내면의 솔직함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고나 해야 할까. 프랑스 애니메이션을 한 번 봤었는데 프랑스 자살에 대한 주제였다. 사람들은 강박적으로 행복하게 살자고 주문한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진다던지,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어쩌면 이것 또한 환각제나 마취제처럼 힘을 빌려 우리 삶을 버티는 건 아닐까.

남편이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는 행운을 가졌으나 복권을 어디에 두었느냐 다툼의 끝으로 남편은 화를 내며 집을 나갔고 거친 운전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뒷자리에 타고 있던 딸 마리는 다리 하나를 잃는다. 남편 잃은 아내가 된 사빈은 산타 분장을 한 피에르를 만나게 되고 그를 고용한다. 평범한 삶을 살았던 베랭스 가문에 이어진 비극적인 사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이 가족의 각 사정을 들여다보며 누구나 내밀한 비밀과 슬픔, 추악함을 가지고 있단 걸 느낄 수 있었다. 피에르는 사빈의 시아버지에게 모욕을 당한 후 사라졌다. 갑자기 집안에 들어왔다 좋은 영향을 끼치며 살던 피에르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의 증발은 사빈의 가족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다. 마리는 피에르가 해주었던 이야기와 다이어리 내용을 토대로 동화를 그려 작가가 되고, 오빠는 피에르의 방에서 발견한 그림을 보고 감명을 받아 작가가 된다. 옷 가지만 남겨놓고 사라져버린 '소 예수' 피에르는 정신병원에서 구원과 해방을 맞이했고 다시 우르푀빌로 돌아가 사빈의 가족을 찾았지만 가정부 루마에 의해 쫓겨난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가볍다. 독자들의 머리 속에 오래 머무를 소설이다. 일부만 담으며 고작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해서 내 스스로가 답답하다. 인간의 열정, 고독, 비극, 고통을 날것으로 표현하여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곱씹게 하며 결코 쉽게 소화시키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소설이다.

"무력한 개인이 엄혹한 세계와 화해해가는 과정을 몽환적인 상상력과 치밀한 필치로 그려낸 실비 제르맹의 작품들은 '새로운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2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