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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돌보는 마음 - 돌봄이라는 단어 담긴 여성들의 이야기
글쓴이 노은숙





엄마처럼 살지 마라, 엄마처럼 안 살아야지 다짐하던 소녀들이 성장하면서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이 되는 순간 이런 다짐과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내린다.


어른들은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 여자들"이 사는 것이 편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계의 발달과 여성의 위치가 개선되어가는 것은 맞지만 아직도 " 돌봄"이라는 단어에서는 아직도 여성에게는 가혹하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 집에서 놀지 말고 같이 직장 다녀야 집사지, 또는 집에서 뭐 하는데 애 성적이 이 모양이라는 말을 아직도 부끄럼 없이 말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풍경이다.


이 책은 각자의 위치에서 아이를 돌보는 엄마, 아이를 돌봐주는 돌봄교육의 노동자, 그리고 자식을 위해 돌봄을 담당한 조부모들, 그리고 부모님을 돌보게 된 자식들 등 다양한 돌봄의 현장에서 마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총 10편의 단편들이 담겨 있는 이 책의 각각의 사연들은 다 읽고 나면 왠지 서로 연결된 같은 느낌이 든다.


주위에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들, 뉴스에 보도되었던 문제들, 또는 내가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만나는 시간이다.


소설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 같아서 책을 펼친 순간부터 돌봄에 놓인 그들의 사정들 속에 깊이 빠져버린다.


아직 돌봄을 받기만 한 나조차도 읽어가면서 나의 돌봄을 위해 그 많은 시간을 견뎌야 했던 부모님, 형제들, 친척들 그리고 친구들을 생각하게 했다.



나의 삶, 앞으로의 삶, 모든 순간에는 나만이 살아가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돌봄으로 인한 시간의 성장임을 잊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책에 나오는 그녀들의 돌봄이 앞으로는 어떤 형태로 바뀔까? 아니 우리 사회는 돌봄을 점점 더 포기하게 되는 쪽으로 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드는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특히 ( 돌보는 마음 ) 단편에서는 복직을 앞둔 미연이 베이비 시터를 구하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월급을 절반 이상을 지급하면서까지 구하려고 했던 베이비 시터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고, 또한 고용의 관계에서 고용되는 순간 베이시터가 우위에 서서 오히려 고용인인 자신이 그녀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관계를 그리고 있다.


그나마 면접을 통해 순조롭게 구한 베이비 시터의 정순의 이상한 행동을 포착하고, 그걸로 인해 남편에게 상의하는데 정작 남편은

" 지우 엄마, 우린 지금 우리가 해결하기 힘든 업무를 아웃소싱한 거라고. 그러니까 지엽적인 문제는 덮고 총체적인 퍼포먼스로 평가를 해야지. 이 일로 그 아주머니 해고하면, 갑자기 사람을 어디서 어떻게 구할 건데? 감정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 " 페이지 165



미연은 이상한 정순 씨를 포기하고 다른 베이비 시터를 아주 우연히 구하게 되고 " 자신은 복 받은 것이"라고 그리고 아이에 대한 죄책감도 조금씩 잊어 갈 때쯤 " 세상 완벽할 것 "같았던 베이비 시터에게 경악할 만일을 발견한다.


하지만 대안이 없는 그녀는 어쩌지 못한 채 자기 집에 비치한 CCTV에 의지할 수밖에 현실을 보여준다.



돌봄이 엮인 현장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명확한 선 긋기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 현장의 대부분에서 희생되고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는 것은 아직도 여성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세상이 훨씬 편리해졌지만 돌봄의 위치에 놓인 여성들에게 세상은 편견과 책임이라는 여러 가지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더욱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 되어버린 씁쓸함을 느끼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어쩌면 10편에 안에 담긴 나의 리얼리즘을 만나게 되는 독자들이 굉장히 많아서, 읽으면서 위로와 함께 펑펑 울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은 돌봄의 역사가 담긴 좀비 공포물 같다. 작가 말처럼 남성들에게 가족 로망스가 여성들에겐 긴장감 넘치는 공포물이 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라서 더욱 잘 읽히는 것 같다.



이렇게 평범한 이야기들이 "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로만이 아닌 현실적 문제로 그래서 조금 더 현실이 가혹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스며들었으면 하는 작가의 진심이 전해진다.



※이 도서는 (사)한국독서문화재단의 독서문화사업으로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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