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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2기] 9번의 일
글쓴이 홍진영

처음엔 제목을 보고 아홉번 째로 다니는 직장인가, 9번이나 직업을 바뀌었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대로 (9). 넘버나인


26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애사심도 있었을거다) 다닌 직장에서 결국 뒤쳐졌다는 이유로, 인원 감축 이런 말을 하며 관두라고 했을 나갔다는 이유로 지방으로 발령을 내고 직책도 없고 이름도 없이 단지 9번으로 불리운다. 누구보다 충실하게 회사를 다녔던 그에게 이제 필요 없으니 평생 해온 일이 아닌 생소한 업무를 맡기며 나가라고 떠민다.


9번은 언제나처럼 회사가 맡긴 모든 일을 묵묵히 해나간다. 월급이 줄고 자신보다 한참 어린 상사와 새로운 동료들이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송전탑을 세울 마을 노인들과 마찰이 생겨도 참는다. 하지만 아들의 전화를 받았을 감정이라는것이 요동치더라. 그가 무엇을 위해 시간을 견딘 것인지 같아서 왠지 끝이 찡해졌다.


읽는 내내 묵직한 답답함과 함께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빠 역시 명예퇴직 신청을 받을 묵묵히 다니셨던 걸로 기억한다. 분명 시스템이 바뀌고 수기로 했던 것들이 컴퓨터로 작업하게 되면서 어린 직원에게 부탁할 일도 많았을 것이고, 자꾸 어린 직장 상사가 생겨났을거다. 하지만 결국 정년을 채우셨고 퇴직을 하실 당시 퇴임식 내가 봤던 풍경에선 오랜시간 길을 걸었던 어른에 대한, 선배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느껴졌다. 다행이라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마음을전하고 싶어진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지만 그 일이 내 삶의 많은 것을 차지하게 된다.

오랜시간동안 켜켜히 쌓이며 이뤄낸 것들에 대해 소중한 것을 짓밟고 무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나는 적어도 기본은 지키면서 오래 일하며 작은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다.



만족스러운 , 행복한 일상, 완벽한 하루. 그런 것들을 욕심내어본 적은 없었다. 만족과 행복, 완벽함과 충만함 같은 것들은 언제나 눈을 깜빡이는 것처럼 짧은 순간 속에만 머무는 것이었고, 지나고 나면 손에 잡히지 않는 어떤 것에 불과했다. 삶의 대부분은 만족과 행복 같은 단어와는 무관하게 흘러가고 그런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쌓여 비로소 삶이라고 만한모습을 갖추게 된다고 그는 믿었다. (114p)


희한하지. 일이라는 . 한번 손에 익고 나면 바꾸기가 쉽지가 않아. 어디, 일이라는 , 일만 하는 법인가. 사람도 만나고세상도 배우고 하는거지. (18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