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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글쓴이 이세미

#동물은어떻게슬퍼하는가 , 바버라 J. #서해문집 <도서 협찬>


도서는 ()한국독서문화재단의 독서문화사업으로 지원받았습니다.


<24p ‘우리는 동물의 슬픔을 발견한 곳에서 동물의 사랑을 찾아낼 개연성이 높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


우리에게 가족이었고 더없는 사랑이었던 나의 반려견 하나를 갑작스럽게 보내고 한동안 슬픔에 허우적거릴 나는 엄마와 잡고 자주 밖을 걸어다녔다. 집에서는 숨쉬기 힘들만큼 아팠지만 밖의 공기에서는 조금 숨이 트였으므로. 그렇게우리는 나가면서도 반려견 둘째를 홀로 집에 두었고 그렇게 정신이 왔다갔다 슬픔을 견디던 어느날 갑자기 둘째가 검붉은 피를 토해낸 광경에 맞닥뜨리며 충격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날들이 있었다.


우리가 아픈만큼 하나와 7년여를 함께 하며 같은 일상을 살았던 우리 둘째 강아지도 그랬던 것일까.

나는 그렇게 믿었다. 병원에서 둘째의 뚜렷한 병명이나 원인을 제시하지 못했고, 하나의 고통을 지켜보던 것은 둘째도 마찬가지였기에, 나는 우리에게 당도한 슬픔을 함께 느끼며 피를 토하는 아픔으로 이어졌으리라고 줄곧 믿어왔다.


인류학자이자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저자가 말하는 슬픔의이상적 정의 이와 같다. ‘자신에게 정서적으로 중요한 동반자 동물의 죽음 이후 남은 동물이 눈에 띄게 고통스러워하거나 일상생활이 변화한 경우, 동물은 상실에 따른슬픔을 느끼고 있다 것이다. 이를 토대로 책에서 제시하는 수많은 사례를 보며 인간만이 아니라 비인간 동물에서도다양한 슬픔의 징후들을 발견할 있고, 행동의 변화를 통해 슬픔에 내재한 사랑을 유추할 있다. 사랑만큼 슬픔은 살아남은 존재를 사로잡는다. 사랑만큼 슬픔의 양상은 개체별로 달라서 슬픔의 다양한 몸짓과 표정은 우리를 고개 숙이게 한다. 인간 종이 유일하고도 보다 특별한 방식으로 슬픔을 표현할지라도 슬픔이 인간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것을 저자는 , 염소, 오리, 고양이, , 코끼리 비인간동물들의 슬픔들로 내어 놓는다.


동물을 사람 마음대로 취급하는 세상에서, 동물을 먹고 착취하고 고통을 무감각하게 수용하는 현실에서, 동물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책은 복잡하고도 묘한 감정을 남긴다. 인간의 이기심과 우월성을 기저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생명을 무감각하게 대하고 있는가. 동물이 인간 아래에 있다는 관념으로 인간은 동물의 고통어린 눈짓과 몸짓, 마음을 없다고생각하며 살고 있는가. 동물들의 마음, 생각, 고통의 깊이를 헤아리는 책의 작업은 우리 현실을 조명하고 인간 위주의 이기적 관념에 경각심을 세차게 두드린다. 그리고 분명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하며 인간의 진실 만큼이나 중요한 동물들의 감정어린 진심들을 우리 앞에 꺼내어 놓는다.


동물들이 슬픔을 느낀다는 , 슬픔에는 사랑이 존재하기도 한다는 . 인간이 사실을 자각하고 그것이 인간의 사고에 자연스럽게 흐르듯 흐를 동물을 대하는 방식과 존중하는 우리의 태도도 한결 사랑이 깃들어 시작되지 않을까, 생명을 생명으로 대우할 변화는 우리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지 않을까, 책은 이러한 사랑의 가능성을 약속처럼 심어 놓는다. 그렇다면 어떤 의미에서 책에서 들려주는 비인간동물들의 슬픔과 사랑은 정말로 나은 세상을 사는 희망적인 이야기가 되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바람이 바다에 파도를 일으키듯, 사랑이 슬픔을 일으킨다. ‘ 32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