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예술과 풍경, 마틴 게이퍼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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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세미 |
예술과풍경 , 마틴 게이퍼드, 을유문화사
이 도서는 (사)한국독서문화재단의 독서문화사업으로 지원받았습니다.
작가이자 미술 평론가의 에세이. 그러나 그보다는 ‘미술 순례자’의 삶을 사는, 미술을 찾아 기꺼이 먼 이국의 땅을 향해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는, 열렬한 미술 애호가의 미술 순례 여행기가 더 알맞다.
이 책에는 저자의 19가지의 에피소드가 나열되어 있고 이는 그가 25년 동안 보고 경험한 것들의 기록이다. 기어코 그 공간으로 떠나 겪게 된 여행의 경험들, 또한 미술가와의 실제 만남 속에서 오고 간 미술과 예술을 기저로 한 대화들이 어우러져 책의 서사를 이끌어가는데 그 여정을 뒤따르고 있노라면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그 공간 속으로 지금 당장 떠나야 할것 같은 여행 욕구가 용솟음친다.
바로 그것이 저자가 한결같이 강조하는, 이 책의 모든 미술 여행을 관통하는 ‘거기에 있기’다. 책에서 보는 사진이나 간접경험 만으로는 온전히 이해하고 느낄 수 없다고 여기는, 작품 앞에서 두 눈으로 바라보고 느끼고 직접 경험을 할 것. 작품앞에 서는 것이 경우에 따라 온전한 이해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는 작품 앞에 섰을 때의 강렬한 경험의 가치를 우선 순위로 둔다. ‘거기’에 실제 있음으로써 그 예술의 물질성을 보고 느끼며 압도당하는 순간들은 거기에 있는 나의 생각과 관점을 변화시키는 일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공간의 거리는 인간의 마음가짐을 바꾼다.’는 저자의말만으로도 여행의 가치, 거기에 있는 그 순간 그 공간이 줄 수 있는 절대성을 확신하게 된다. (물론 그 공간은 또 다른 어느 날의 여행에서 다른 절대성을 가질테니 상대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실물을 만나기 위해 스스럼없이 떠난다. 조각상을 감상하기 위해 인도의 사원으로 떠나고 중국의 산을 여행하며 혹독한 환경에 놓이기도 한다. 어떤 미술가의 그림들을 찾아 나선 여정에서 여러 가지 상황의 이유로 좌절된 실패의 경험들은 변화무쌍한 여행의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러니 그 또한 여행이 가진, 여행의 값일 터.
그러한 아쉬움과는 별개로 저자가 들려주는 여행에서 만난 미술의 기록들은 놀라우리만치 경이로웠다. 어떤 분야에서 식견을 갖춘다는 것은 그런 것일까. 그의 미술 이야기는 그만큼 정교하고 깊이가 있었다. 난해한 현대 미술 조차도 그가 풀어가며 들려주는 순간 공감이 되고 재미있었다. 미술가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입으로 예술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눈 기록들 또한 그랬다. 예술가들의 어쩌지 못할 그 예술에 대한 목소리, 예술을 추구하는 그들만의 몰입의 경지는 그들의 천재성을 다시 실감하고 감탄하는 한편으로 그것이 지닌 예술의 의미를 끄덕끄덕 이해할 수 있었으니 마틴은 인터뷰어로서그 가교 역할까지 훌륭히 해낸다.
그래서 미술을 만나러 향하는 여행을 설레는 마음으로 상상하며 행복해졌다. 거기에 있기, 미술을 찾아나선 그 여행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보고 경험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다시 보게 될 여행이 되어 또 그곳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는 저자 마틴의 말은 우리가 여행해야 할 의미를 꼭 짚어주어 결코 끝나지 않을 여행을 짜릿하게 선사한다.
미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한 번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여행이 이끌어낸 우리 스스로의 변화이기도 하다. 그 변화는 다시 우리를 새로운 여행으로, 혹은 다시 그곳의 여행지로 이끈다. 이 미술 순례 여정을 따르다 보면 이를 명확히 알게 된다. 그러고 보면 끝나지 않는 여행의 불완전성이 떠나는 자의 이유가 되는 것일지도. 보았어도 다시 보기 위해, 보아도 매번 달라지는 그 느낌을 경험하기 위해 여행은 계속된다.
328p 미술을 찾아서 멈추지 않는 여행을 떠난다. 많이 볼수록 더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