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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만화로 읽는 조현병 / 나카무라 유키
작성자 노문희 작성일 2022-02-11
작성일 2022-02-11


언젠가부터 조현병이라는 말을 뉴스에서 자주 보게 됐다. 주로 나쁜 소식에, 누군가 범죄를 저지르고 사람이 다치게 될 때 많이 등장하는 단어. 가해자가 이런 질병을 앓고 있었다면서 범죄의 원인에 갖다 붙이던 병명이 아니었던가. 그래서인지 조현병에 관한 인식이 매우 나쁘게 각인된 듯하다. 내 주변에도 조현병 앓는 사람이 있었는데, 좋은 관계가 아니어서 그런지 나랑 상관없는 미친 사람쯤으로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조현병이 100명 한 명에게 있는 질병이라는 말에 이 병이 다시 보인다. 누구나 갖고 있을 질병이 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단지 진단만 받지 않았을 뿐이지 누구나 조금씩 조현병 증상이 있다는 말로 들렸다.

 

엄마 본인이 이 병에 관해 잘 알고 싶지만, 항상 약을 먹다 보니 설명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읽어도 금방 잊게 된다고. 게다가 전문 서적은 너무 어려워서 읽을 수조차 없었다는 말에, 저자는 엄마가 오랫동안 앓아온 조현병에 관해 조금 쉽게 설명하는 책을 보여주고자 이 책을 냈다고 한다. 저자의 엄마가 34년째 조현병을 앓고 있기에 가능한 생생함이 아닐까 싶다. 거기에 역자의 아내 역시 조현병을 앓고 있다. 아내를 위해 조현병 관련 서적을 찾다가 이 책을 만나고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직접 이 책을 번역하게 된 사정이 있다.

 

백화점 직원 수진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사회초년생 주인공의 현재 상황과 조현병 발병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수진은 친구에게 애인을 뺏기고, 직장생활에서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는데, 그게 참, 사람 불안을 최고조로 올려놓는다. 누군가 자기를 자꾸 쳐다보는 것 같고, 자기를 두고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것 같고, 안절부절못하고 아무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또다시 실수할까 걱정되고. 한마디로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두고 누군가 계속 나쁜 말로 공격하는 것처럼 들리는 거다. 그러니 사람들 앞에 서기도 어렵고, 자꾸만 집안에 숨어들게 되고, 과격한 성격도 보이기 시작한다. 엄마의 도움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찾아가 진찰받지만, 그 후의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책은 주인공이 처음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면서 본격적인 조현병 진단을 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조현병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풀어놓는다. 저자가 겪은 시간을 바탕으로 했는데, 일단 병원에 간다는 것으로 병을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인데, 문제는 그 후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우왕좌왕한다는 거였다. 진찰과 처방된 약을 먹고, 그 후에는? 옆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혹시 사회적 도움을 받을 수는 없는지, 계속 이렇게 약에 의존하면서 사회생활이 멈춰 있어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가 지속한다. 무엇보다 조현병이라는 게 무엇인지, 왜 발병하는지 알 수 없던 것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치료의 시작을 연다. 저자는 이 만화의 주인공 사례로 수진과 그 가족이 어떻게 이 병을 마주하고 감당해 나가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조현병에 관한 선입견과 진실을 독자에게 들려준다.

 

조현병에 관한 여러 가지 설명을 굉장히 상세하게 들려주는데, 이런 설명이 실제 조현병을 앓는 환자와 가족에게, 그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 알 것 같다. 오랜 세월 경험한 저자의 상황이 이런 비법을 만들었다. 조현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각 장의 마지막에는 내비게이터 유미네 가족을 등장시켜 문제 원인과 대처 방법, 조금 더 잘 건너갈 수 있는 팁을 정리해서 알려준다. 갑작스럽게 재발할 수도 있고,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서 약 복용을 중단했다가 악화하기도 하고, 약 복용의 부작용에 시달리기도 하면서 이 문제와 마주한다. 이 상황에 더 어렵고 힘들어지는 생활에 도움을 받고 활용할 방법도 알려준다. 하나씩 차근차근, 자기 병과 마주하며 나아갈 방법을 적용해보면서, 잃었던 일상을 되찾고 살아갈 수 있는 귀한 팁이 가득하다.

 

이 책을 펼치자마자 보이는 목자에서 이미 그 섬세함도 보인다. 크게는 조현병의 증세와 조현병을 알아가는 과정, 치료하면서도 조현병을 예방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방법까지 자세하게 언급되어 있다. 이 모든 과정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경험자로 들려주는 방법은 신뢰가 생긴다. 특히나 이 병이 무서운 게, 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힘들게 하면서 병을 잘 치료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중에 다시 악화할 수도 있는, 언제든 급성기가 반복될 수 있다. 그러니 꾸준한 관찰과 치료에 힘써야 한다는 것. 말로 하니까 쉬워 보이지만, 실제 이 상황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몹시 어렵고 힘든 시간일 테지. 중요한 것은 조현병이 인류의 태초부터 현재까지 유병률이 1%라고 하니,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책 속의 말처럼, ‘조현병은 인류가 종으로 생존해가는 데 필요한 질환이라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많은 병이 스트레스로 시작된다고 한다. 흔하게 겪는 위장 질환, 불면증, 폭식, 암 등 우리 육체에 생기는 병이, 마음과 정신의 시달림 때문에 생긴다고 하니 정신과 육체가 연결되어 우리 몸을 이룬다는 말이 다시 떠오른다. 일본어판을 우리나라의 현실과 상황에 맞게 많은 감수와 검토, 확인과 취재를 통해 가다듬었다고 한다. 조현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과 주변인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조현병을 바라보던 선입견을 많이 버렸다. 조현병은 단순히 정신 질환이 아니라 뇌의 병이며, 적절한 치료로 회복 가능하다고 한다. 누구보다 주변 사람의 도움과 전문가의 치료가 필수라는 것도 알았다. 한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넓게 보면 사회적인 문제임이 분명한 것을 이미 많은 사건으로 확인하지 않았던가. 사회적 시스템이 많이 갖추어져, 우리 일상에서 빈번하게 찾아오는 이 병을 치료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조현병의 이해와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