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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골목대장'을 읽고
작성자 김영우 작성일 2003-09-28
작성일 2003-09-28
저는 책 읽는 걸 참 좋아합니다.
읽어서 해가 되지 않는 책이라면 만화책이든 동화책이든 가리지 않고 읽는 편입니다. 물론 제 수준에 맞는 책이면 더욱 좋겠지요. 제가 읽는 책은 주로 아버지께서 골라주시거나 사다주십니다. 제가 각 종 대회에서 부상으로 받은 도서상품권은 이럴 때 아주 요긴하게 쓰입니다.
아버지는 책 한 권을 사는 데도 아주 꼼꼼하게 계획을 세웁니다. 제가 읽을 책을 미리 선별해서 목록을 만드시는데, 그때 가장 중요하게 따지는 건 내용입니다. 왜냐하면 제 독서수준보다 한 단계 낮은 책을 골라야 하니까요. 책은 내용이 쉽고 재미있는 것부터 읽어야 한다나요? 그래야 커서도 책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래오래 사랑할 수 있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아버지께서 잘못 고르신 것 같습니다. 아니, 적어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제 독서습관은 일단 책을 손에 잡으면 끝까지 다 읽어야만 내려놓는 편입니다. 여간해선 책 읽는 걸 중도에 포기하지 않죠. 그런데 이 책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다른 책에 비해서 쉽게 읽혀지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내용은 쉬워 보이면서도 좀 지루하게 느껴졌고, 또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 표현도 무척 많았습니다. 아마도 글이 쓰여진 시대와 그 글을 읽는 현시대가 맞지 않아서 그런가 봅니다.

이 책을 쓰신 이원수 선생님은 지금 이 세상에 안 계십니다. 1911년에 태어나 1981년에 돌아가셨으니, 하늘나라로 가신지도 벌써 20년이 넘었군요.
선생님은 참 어지러운 시대에 태어나셨습니다. 선생님은 자라면서 분명히 많은 일들을 겪으셨을 것입니다. 일제치하에서 설움을 받다가 독립의 기쁨을 맛보셨을 것이고, 같은 동포끼리 싸우는 6·25전쟁도 겪으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4·19혁명 등 부모, 형제, 친구간의 싸움도 안타까이 바라보셨을 것입니다. 그런 아픔들을 보고, 듣고, 겪으면서 가슴에 쌓아 놓은 민족혼을 우리 어린이들에게 심어주려고 이 책을 쓰셨을 겁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글자들은 쉬워도 제 마음 속에 와 닿는 내용은 어려웠나 봅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제가 이 책을 읽고 완전히 이해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는 말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다가 지루해지면 다른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또 다시 이 책을 읽고. 그런 식으로 서너 번 하다보니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었습니다. 하지만 책 속에 들어있는 깊은 뜻은 쉽게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주영 선생님이 쓰신 서문을 한 열 번쯤 읽어봤죠. 그리고는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었습니다. 한 자 한 자 마음 속 깊이 새기면서 말입니다. 그랬더니,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작가 선생님의 목소리가 담겨있습니다. 선생님이 우리 어린이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선생님이 책 속에서 벌떡 일어나, 나라를 사랑하고 민족을 사랑하고 평화를 사랑하자고 소리치시는 것만 같습니다. 우리는 상상도 하지 못할 선생님 시대의 아픔들을 우리들이 조금만이라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우리나라의 자연, 그 자체를 굉장히 사랑하신 것 같습니다. 책을 보면 선생님께서 동·식물을 포함한 자연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알 수 있습니다. 미미와 희수의 사랑, 우리 고양이 나비, 골목대장, 앵문조, 장미 101호 등에서는 동·식물들을 주인공으로 글을 쓰셨고, 호수 속의 오두막집, 늙은 바위 이야기, 강물과 소녀 등에선 자연을 상대로 글을 쓰셨습니다.
선생님은 우리의 민족혼이 자연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바위나 산, 호수나 강물 같은 자연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셨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하찮게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고양이와 개, 장미와 민들레, 혹은 개구리한테까지도 서로 사랑하며 사는 법을 가르쳐줬겠죠. 선생님 시대엔 너무 싸우고만 살았기에, 우리 시대에선 제발 싸우지 말고 평화롭게 살아가라고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나오는 골목대장 얘기나 간단히 해보겠습니다.
<민수는 골목대장이다. 그것도 성질 사납고 심술까지 아주 고약해서 온 동네의 나쁜 짓은 도맡아하고 다니는 못된 아이다. 장미꽃 꺾어서 짓밟기, 멀쩡한 개구리 두 눈 찔러서 장님 만들기, 새총으로 여학생 쏴서 상처 입히기 등 하는 짓마다 괘씸하다. 동네 어른들과 엄마가 아무리 야단을 쳐도 코로 방귀도 안 뀐다. 어느 날, 꿈속에서 민수는 개구리 만해지고 개구리들은 사람 만해져서 만난다. 목 잘린 장미꽃도 만나고 키가 50미터나 되는 여학생들도 만난다. 민수는 그들에게 다시는 나쁜 짓을 안 하겠으니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빌었으나 개구리들은 민수의 눈을 빼버리고 말았다. 장님이 된 민수는 어둠 속을 헤매면서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다 잠을 깬다. 그 후 민수는 절대로 나쁜 짓을 안 하겠다고 마음 속 깊이 맹세한다.>
자, 이제 민수는 착한 아이가 되었겠죠? '골목대장'이란 제목이 책의 표지에 있어서가 아니라, 제가 읽고 이해하기에 가장 쉬웠기 때문에 한 번 써본 것입니다. 총 10편의 동화 중에 단 한 편의 줄거리만 썼으니 독서감상문이라고 하기엔 부족하겠지만, 그만 이대로 마칠까 합니다.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