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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엄마, 나 괜찮아.
작성자 정은숙 작성일 2003-08-17
작성일 2003-08-17
엄마.... 나 괜찮아...

나는 오늘 그녀를 아프게 했습니다.

대학 진학을 놓고 대화를 하던 자리에서 아버지는 제가 가고 싶어하는 대학을 보내 줄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저다. 예상하고 있던 이야기인데 그 말에 왜 그렇게 눈물이 쏟어지는지... 그렇게 한참을 울었습니다. '너말 대학 가면 끝나는게 아니라 네 동생들도 있는데 집안 형편도 생각해야 되지 않겠냐'는 아버지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런 노력도 해보지 않고 처음부터 '안된다'는 말씀을 하시는 아버지가 야속했습니다. 나는 울었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도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나의 어머니는 스물다섯이라는 나이에 아들만 셋 있는 농가집의 맏며느리로 시집을 와서 20년 동안 일을 해 오신 분입니다. 딸 셋을 낳아 기르는 동안 그녀는 아름다움을 잃었고 심각한 고부 갈등으로 마음마져 많이 다쳐 버렸습니다. 집안 형편에 도움이 될만한 직업을 얻을 능력을 가지고 계신 아버지이지만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는 농사일 이외에는 다른 일을 하려하지 않습니다. 나의 어머니는 그런 그와 3명의 딸자식을 위해 70만원이라는 월급을 받으며 20년동안 공장에 다니시고 계십니다. 대부분의 생산직이 그렇듯 주마다 돌아가는 3ㄴ교대 근무와 집안일, 농사일까지 하는 그녀이지만 자식들 앞에선 늘 웃어주려 했던 나의 어머니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오늘 내가 흘린 눈물을 시커먼 먹구름이 되어 그녀의 마음에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먹구름이 낀 하늘에서 비가 내리듯 먹구름이 자리잡은 그녀의 마음에서 비가 내리고 그녀의 눈에서 눌물이 흐릅니다.
언젠가 한번, 용돈도 없는 상황에 점심값을 아껴가며 돈을 모아서 케잌을 사가지고 처음으로 그녀의 생일파티를 했습니다. 한번도 자신의 생일을 챙겨본적 없는 나의 어머니는 기뻐해야 할 그녀의 생일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날은 처음으로 그녈 위해 무언가를 해본 날입니다. 그리고 그녀가 많이 행복해 했었습니다.
나는 그녀를, 나의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녀 자신을 그녀에게서 지우며 한 남자의 부인으로, 세 아이의 어머니로 살아온 그녀를 행복하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 글을 쓰고 나면 울고 간 딸 자식 걱정에 맘 졸이고 계실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말 해야겠습니다.

"엄마.... 나 괜찮아..."



고3 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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