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나라우수작품 > 우수작품

우수작품

제목 거창 월성 수련원에 다녀와서...
작성자 이성곤 작성일 2003-06-23
작성일 2003-06-23
아래는 6월 9일부터 10일까지 1박 2일동안 수련원에 다녀온 것을 일기형식을 빌려 쓴 기행문입니다. 솔직히 기행문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
6월 10일 화요일, 맑음

               ※ 수련회(거창 월성 수련원)에 다녀와서... ※
                
(1) 2003년 6월 9일 월요일
수련회 가는 날.
일찍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리 일찍도 아닌 7시 30분에 잠이 깼다. 그것도 스스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어머니께서 깨워서 일어난 것이다. 요즈음은 거의 매일 새벽 1시 전후에 자기 때문인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아주 힘들고 피곤하다. 그래도 수련회 가는 날이라 비교적 일찍 일어난 것이 7시 30분이다. 아침 식사를 김밥으로 해결한 뒤 학교에 갔다. 3학년 때보다 즐거운 수련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 모두 약간은 들뜬 기분인 것 같았다. 미리 대기해 있던 고속버스에 올라탔다. 친구들은  안전벨트도 하지 않은 채 장난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광경을 어머니께서 보셨다면 당장 불호령이 떨어졌을 텐데...
거창과 창원의 거리는 경상남도의 북서쪽과 남동쪽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것과 비슷한 거리라서 고속버스로 가도 3시간정도 걸렸다.

드디어 도착이다!!
거창은 어찌나 공기와 물이 깨끗한지 수련원의 화장실 물이 창원의 끓인 물보다 더 깨끗하다는 수련원 선생님들의 말씀이 있었다. 그 곳 선생님들의 말씀이 끝나고 김동헌의 선서가 있었다. 그 뒤에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이 학년부장 선생님 자격으로 말씀을 하셨다.
"이 곳 거창은 공기 좋고 물 맑은……."
의례적인 인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조차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정말로 공기가 좋고 물이 깨끗하기는 한가 보다.

우리 반은 '남자'임을 나타내 주는 200, '5반'임을 나타내 주는 5를 더하여 205호실이었다. 그렇다고 우리 반 여자들의 방이 105호는 아니었다. 여자는 이상하게 반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이곳의 숙소는 3학년 때의 숙소에 비해 시설이 깨끗했다. 신발장을 비롯하여 개인용 사물함·이불장 심지어는 TV까지 비교적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컴퓨터까지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컴퓨터까지는 무리겠지? 여하튼 전체적으로 면적도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는데 집합 방송이 나왔다. 강당 위치가 헷갈렸는데 다행히도 강당에 집합하는 것이 아니라 농구장에 집합하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해야할 체험은 소방체험! 1박 2일 동안의 체험활동을 정리해 보았다.

① air mat
수련회에서 가장 먼저 한 체험활동은 air mat체험이었다. 하지만 모든 반이 air mat체험부터 한 것은 아니다. 다른 반이 다른 것을 할 때 우리 반이 air mat체험을 한 것이다. air mat란 '화재발생 시, 사람이 건축물 외부로 긴급히 뛰어 내릴 때 충격을 흡수하여 안전하게 지상에 도달할 수 있도록 포지 에 공기를 주입하는 인명구조장비' 이다. 수련원 선생님이 3층쯤 되는 곳에서 먼저 뛰어내리는 자세를 보여주고 시범 삼아 뛰어내려 보셨다. 실제로 내 차례가 왔을 때는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나는 자세가 잘 잡히지 않아서 잘못 뛰어내렸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다행히 밑으로 굴러 내리는 동작은 겨우겨우 성공했다.

② 줄 타 기.
줄타기는 위험하기 때문에 자원한 사람만 하라고 하셨다. 나는 줄타기를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도전 정신이 없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도전 정신' 보다는 '안전'이 더 우선이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③ 소화기.
소화기 체험은 비디오를 반납하는 통 비슷한 것에 불이 그려진 그림이 있었는데 이곳에 물이 바닥날 때까지 쏘아대는 것이다. 6반과 스피드와 목소리 면에서 경쟁했는데 스피드 면에서는 우리가 압도적으로 앞섰고, 목소리도 우리가 약간 컸다.
비록 가짜 불이고 단 한 통, 한 번만 해 볼 수 있었지만 아주 재미있는 체험이었다. 다음 코스는 연기체험실.

④ 연기체험실.
연기체험실은 말 그대로 연기 속에서 미로를 뚫고 출구로 나가는 것이다. 불빛도 없어서 힘들고 약간 무서웠지만 큰 미로일 것이라고 생각한 예상과는 달리 너무 쉽고 재미있었다. 우리는 아직 초등학생이라 실제로 연기가 차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고등학생 형, 누나들에게는 실제 연기를 넣어 둔다고 한다. 그래서 나오기 전에 연기 때문에 쓰러지기도 한단다. 따라서 형, 누나들이 미로를 뚫고 나오려면 꽤 고생할 것 같다. 연기 속에서 빠져 나오려면 "우선적으로 코를 막고 물을 축인 옷이나 헝겊으로 다시 코를 막는다. 또 하나 주의 사항은 방향감각을 잃지 않도록 여러 사람과 같이 행동을 해야 하며 외부로 나온 후에는 심호흡을 열 번 정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는 안전수칙은 꼭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드디어 119 소방체험 끝!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치고는 너무 일찍 먹는 것 같았다. 수련원의 급식 방법은 학교 급식 방법과는 차이가 있었다.

① 급식할 때는 두 반 단위로 부른다.(예: 1반, 2반이 밥을 먹고 3반, 4반이 먹는다)
② 여자부터 먼저 먹는다.(여자는 10X호, 남자는 20X호이니까)
③ 급식소에 들어가기 전에 밥과 반찬, 국을 받을 때는 각 반에서 2명씩 차례차례 나온다.
④ 다 먹고 난 후에는 국그릇 반납하는 곳 → 남은 음식을 버리는 곳 → 수저 반납하는 곳 →  물 마시는 곳을 거쳐 만남의 광장이나 들어간 곳으로 나온다.

이러한 절차가 학교 급식과 다르다 해서 지키기 힘들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설사 학교 규칙과 달라 힘들더라도 참을 수밖에 없다. 원래 그런 인내심을 기르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니까...

이윽고 급식이 끝나자 강당에 모일 때까지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강당에 모인 뒤에는 별자리 담당 선생님이 NASA에서 훔쳐왔다(이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 없는 이야기이고 선생님의 농담정도로 생각되지만)는 기계를 이용해 별자리를 보았다. 나에게도 저런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별자리 88개 거의 전부를 보았고 주요 은하계와 성단, 성운도 보았다. 마지막에는 사람에 비해서 엄청나게 큰 지구, 지구보다도 훨씬 큰 태양조차도 우주에서는 수많은 것들 중에서 단 하나의 존재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껴주는 동영상을 보았다.

이 체험이 끝나고 장기자랑을 하기 위해서 실외로 이동했다. 워낙 늦은 시간인지라 거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우리 반은 장기자랑이 없었다는 것이다. 장기자랑의 종류가 다양했다고는 하지만 언제나 제일 많은 것은 노래였다. 장기자랑이 끝나고 나서는 2002년 6월 월드컵을 생각나게 하는 월드컵 송과 함께 즐거운 놀이를 하였다.

그 뒤에는, 아주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단 5분간이었지만 부모님, 선생님, 친구의 소중함을 크게 일깨워 주는 심오하고 중요한 시간으로 느껴지는 '촛불 축제' 비슷한 것을 하였다. 모두 끝난 뒤에는 새벽 1시까지 자유시간. 우리는 자유시간의 뜻을 잘못 알고 잠을 잤다가 수련원 선생님 중 한 분에게 혼났다. 이불 개는 방법을 가르쳐 주신 뒤 취침을 허락하자 우리는 일제히 잠자리에 들었다. 하루가 끝났다.

(2) 2003년 6월 10일
드디어 기상이다.
어제 취침하기 직전에 배운 대로 이불을 개기 시작했다. 세수도 하지 말라고 해서 하지 못했고 심지어 이불도 다 개지 못했는데 벌써 집합 소리가 들렸다. 강당에 집합해서 선생님이 이불 개는 방법을 다시 가르쳐 준 뒤 각 반으로 되돌아가서 이불을 개고 각 반 담당 구역을 청소한 뒤에 다시 모이라고 하셨다. 다시 가르쳐 주신 이유는 우리처럼 배운 반보다는 아직 이불 개는 법을 배우지 못한 반이 더 많기 때문이다.

우리 반이 화장실 청소 담당인지라 화장실 청소를 하려고 했지만 청소 도구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몇몇 아이들과 미처 다 개지 못한 이불을 개었다. 끝나고 난 뒤 다시 강당에 모여서 2차 체험을 하였다. '장애 체험'중 휠체어 체험을 해 보려고 했지만 선생님이 강제로 뽑는 바람에 '난타 체험'을 하게 되었다. 어차피 그러실 것이면 처음부터 강압적으로 하지 왜 손을 들게 해 놓고 수련원 선생님 마음대로 하시는 것인지 조금은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난타 체험도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런 불만은 금방 없어졌다.

'난타 체험'의 규칙은 북을 치는데 실수하면 벌칙을 받는 것이었다. 실수한다는 의미는 잘못 친다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치고 있는데 끝난 줄 알고 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다행히 선생님이 '봐준' 처음 한 번을 제외하고는 실수하지 않았다. '난타 체험' 이 끝나자 '장애 체험'을 하러 갔던  다른 반도 돌아왔다. 이제 갈 차례다.

약 5분간 퇴소식을 한 후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고속버스 안으로!!
고속 버스 안에서 남아 있던 간식을 먹고 조금 자다 보니 벌써 도착해 있었다. 3학년 수련회 때보다 체험한 내용은 많았지만 오히려 덜 힘들고 재미있었다. 3학년 때는 산악훈련을 해서 녹초가 되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