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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길고도 짧았던 그리고 잊지 못할 순간들
작성자 박수경 작성일 2003-07-12
작성일 2003-07-12
- 수학여행을 다녀와서... -

양운중학교 20605 박수경

꼭 1년 전, 청학동으로 수련회 갔을 때가 기억이 나게 하는... 2학년의 첫 번째 추억거리가 될 즐거운 수학여행을 생각하니 벌써 수학여행지로 향하는 버스에 탄 것만 같았다. 지옥 같은 시험이란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와서 보는 햇빛과도 같은 수학여행이기에 6시 30분까지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선생님 몰래 자리를 바꿔서 내 옆에는 듬직한(?) 우리의 급장 예현이가 앉아있었다. 늦잠을 잔다고 머리도 묶고 오지 못해 차안에서 열심히 머리를 빗고 있는데 처음부터 왠지 불길한 복선이 깔리기 시작한다. 묶는 고무줄마다 틱, 틱 끊어지니 말이다. 겨우겨우 머리를 묶고는 아침에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가면서 차안에서 잠이나 자지말고 바깥 풍경 보면서 기행문 때 참고해서 적도록 해."
아직 불도 붙이지 않은 양초에다 물을 끼얹는 듯한 어머니의 말씀을 무시한 채 예현이와 열심히 입 운동을 하다가 제 풀에 지쳐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잠에 젖어있었던 걸까? 잠에서 깨니 내 목안에서 누군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고통이 뒤따라왔다. 으∼ 한 쪽으로만 고개 숙인 벼처럼 잠을 잤기 때문이리라. 목안에서의 비명이 점점 멀어져만 갈 때였다.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3반이 타고 있는 버스가 우리가 타고 있는 버스 옆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갑자기 친구들이 우우 거리면서 나를 부추기고 있었다. 4호 차안에서 이 상황이 똑같이 벌어지고 있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짜증이 뒤섞인 것이 발끝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 한잔을 들이키고 이 기분을 다시 가라앉힌 다음 또 다시 잠 속으로 손을 내밀었다. 국어시간에 배웠던 렘수면이 생각났다. 기억이 나진 않지만 꿈을 꿨으므로 난 그 때 렘수면을 취했던 것 같다. 윽... 이런 데까지 와서 공부 생각을 하다니. 난 비정상인가 보다......
어쨌든 뒤숭숭한 맘으로 눈을 깨니 '언양 휴게소'라는 것이 보였다. 지금 상황으로서 휴게소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기에 버스 안에서 친구들과 그다지 영양가는 없지만 맛은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또 사진도 찍으면서 20분이 가기를 기다렸다. 예현이의 인원점검이 끝나고 버스는 소수서원으로 출발하기 시작했다. 정말 길고도 지루한 시간이었다. 그러던 중 소수서원에 도착했다. 사실 이 곳에는 가족들과 왔던 곳이라 그런지 그다지 흥미가 느껴지는 곳은 아니었다. 그 곳에서 사진을 찍고 아라와 여러 친구들과 함께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소수서원'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임금이 이름을 지어 내린 사학 기관이다. 그렇게 재미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언젠가 역사 시간에 배울 생각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가 그런 대로 꼼꼼히 보기는 본 것 같다. 이 곳 서원의 건물들은 그런 대로 자유롭게 배치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가장 기억 남는 곳은 정문에 발을 들여놓자 마자 보인 '명륜당'이랑 강당이었는데 이황 선생님께서 우리들에게 들어오라고 하는 듯한 이상한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버스로 가는 길목에는 소나무들이 매우 우거져있었는데 과학 시간에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노란색의 송홧가루가 날리는 것이 보였다. 난 꽃가루 같은 것에는 알러지가 없어서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친구들이 갑자기 막 뛰어가기에 버스까지 끌려오게 되었다. 뛰어오는 동안 나의 살들이 격하게 운동을 한 모양인지 배가 고파왔다. 그래서인지 점심식사를 하게 될 부석사가 너무나 기다려졌다.
부석사로 향하는 동안 MP3로 음악을 들으며 배가 고파 날뛰는 나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어느새 부석사에 도착하여 모두들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꺼내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정성으로 가득 찬 김밥을 뚝딱 해치우고 친구들과 멀고도 먼 부석사까지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이어트 중이었던 나에게 이 길은 무척 힘겹고도 고마웠다. 친구들은 무척 괴로워하는 것 같았지만... 거기다가 한껏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는 태양 덕분에 땀도 꽤 많이 흘린 것 같았다. 선생님께서 절 입구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절 입구까지만 가라고 하셨는데 우리 무리들은 어느 절 입구에서 멈춰야 할 지를 모르고 하늘 높은지 모르고 계속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르막길과 128개의 계단들... 소희와 은정이와 나는 꼭대기에 있는 무량수전까지 올라가기까지의 계단을 모두 세면서 힘든 줄 모르고 올라갔다.
"백 스물 여덟개!"
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는 부석사의 핵이라고 할 수 이 무량수전에 스며있는 의상대사의 얼을 느끼면서 바람을 쐬었다. 다른 학교에서 온 학생들의 선생님께서 무량수전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것을 간간이 들었는데 '부석사 무량수전'은 국보 제 18호로써 왜적의 병화로 소실된 후 고려 말에 중건된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물이라고 한다. 옛날에 가족들과 왔을 때 어머니께서 진지하게 무량수전에 대해 설명해 주실 때 더워서 부채질이나 하고 있던 철없던 내 모습이 생각나면서 기행문에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우리의 사진 촬영지는 우리가 상당히 많이 지나친 곳이었다. 소희와 우리가 걸어온 계단의 수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다시 입 운동과 함께 한 걸음씩 옮기며 촬영지로 갔다. 아래로 내려오자 더운바람이 내 목 줄기를 감싸고돌아 카메라에 그리 환한 웃음은 지어주지 못했지만 버스로 내려가는 발걸음은 이제 시원한 고수동굴로 간다는 생각에 한결 가벼웠다. 작열하는 태양으로부터 나를 막아주는 '물'이라는 보디가드 덕분이기도 하겠고.....
버스로 돌아오자 친구들과 버스에서 나는 열기, 그리고 내 몸에서 나는 엄청난 더위를 참지 못하고 나는 아직 내 목표까지 빼지 못한 팔뚝을 결국 공개해버리고 말았다. 예현이와 소희, 성희 등은 다리도 팔도 내가 원하는 만큼 살이 붙어 있어서 정말 부러운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버스 안은 어느새 빵빵한 에어콘 덕분에 그런 대로 시원해졌다. 그러나 고수동굴만 하리? 고수동굴이 춥다는 친구들 말에 위에 옷을 한 벌 걸쳤지만 왠지 괜히 입고 간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고수동굴... 역시 시원했다. 간간이 위에서 떨어지는 정체불명의 물방울 때문에 기분이 찝찝하긴 했지만... 들어갈수록 더 괴기한 모양을 나타내는 종유석과 석순에 탄성을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어두침침한 성에 초대받아 괴물 같은 조각상만 가득한 복도를 거닐고 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본 괴물 같은 조각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선녀옥답'이라는 곳과 '세심지'라는 곳이었다. '선녀옥답'은 기이하게도 농사철에만 물이 흘러간다고 한다. 층계 모양을 한 논두렁의 선녀옥답은 마치, 조각을 해놓은 듯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세심지'라는 곳은 '마음을 씻고 가는 곳'인데 너무나 씻을게 많아서 발걸음을 떼기가 어려웠다. 길고 긴 동굴을 빠져나갈 즈음 뒤를 돌아보니 정말 엄청나고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광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괴물 같은 종유석과 석순들이 계단을 뽈뽈거리며 오르는 친구들을 괴기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받아  왠지 공포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 같기도 하고 개미떼 같은 친구들을 보니 조금 웃기기도 했다.
다시 우리들의 환한 세상으로 나오니 약 5시 15분 가량 되어있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는 일 뿐이다. 한순간에 수학여행의 첫 번째 날, 첫 번째 날 중에서도 2/3가 끝나고 있었다. 친구 모두 피곤했는지 버스 안은 첫 번째 날 중 가장 조용했던 것 같다.
숙소에 도착하여 지친 몸과 덩달아 지친 짐들을 이끌고 얼른 정해진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침대도 있고 베란다로 나가니 녹음이 우거져서 꽤 운치가 있었다. 땀으로 찝찝한 몸을 씻기 위해 앞다투어 샤워를 하고 선생님을 놀라게 해드릴 파티 준비를 열심히 했다. 남학생들과 정성껏 준비를 한 후 선생님을 모셨다. 숙소가 엉망이 되었지만 모두들 즐거워하고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 때나 중학교 1학년 때의 수련회들은 밤늦게까지 틀에 맞춰져서 잘 놀지도 못했는데 수학여행은 너무나 자유스러웠다. 다른 방으로 갈 수는 없지만은... 친구들은 텔레비전을 본다느니 의리상 기행문에 쓰지는 못하지만 여러 가지 놀이(?)를 한다고 밤늦게까지 밤을 지새웠지만 미인은 잠꾸러기라고 난 일찌감치 내일을 위해 깊은 잠에 빠졌다. 탁자 위에다가 이불을 깔고 자서 무척 불편했지만 난 용케 잠 속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수학여행의 두 번째 날, 우리가 가장 기다리고 기다렸던 날의 아침이 밝았다. 밑으로 내려가 배를 채우고 짐을 챙겨 버스로 갔다. 그리 편하게, 확실하게 자지도 못해서 그 잠들을 보충하기 위해 탄금대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다시 잠으로 빠져들었다. 달콤한 잠에서 깬 나는 벌써 탄금대에 도착한 것을 알았다. 내려서 충혼탑 앞에서 사진을 찍은 뒤 관람을 시작했다. 이 곳은 직접 체험하여서도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남한강과 면서도 기암절벽에 송림이 우거져서 무척 경치가 좋은 곳이었다. '탄금대'하면 왠지 거문고나 가야금의 팽팽한 줄이 생각난다. 나의 생각처럼 이 곳은 신라 진흥왕 때에 악성 우륵 선생이 가야금을 탄주하던 곳이라 하여 '탄금대'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이름 하난 맘에 드는데 이 곳도 부석사 무량수전처럼 계단이 많은 곳이었다. 소희와 다시 열심히 세었더니 100개를 훨씬 넘은 것 같았다. 바람에 어울려 흔들거리는 소나무의 사삭거리는 소리들이 우륵 선생이 우리를 반겨주는 가야금소리와 같았다. 가야금을 배우는 나에게는 더더욱 흥겹게 들렸다. 자연이 들려주는 기분 좋은 음악을 감상하며 간간이 세워져있는 소녀의 동상을 바라보다가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이제 '자동차 박물관'만 가면 '에버랜드'이다! 아마 모든 친구들이 '에버랜드'를 가장 원하고 기대했을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어쨌든 곧 '자동차 박물관'에 도착했다. 자동차 박물관에는 매우 매혹적이고 멋있는 자동차들이 많았다. 모두 번쩍거리고 신기하게 생긴 자동차들 중에서 가장 맘에 든 것은 내가 유일하게 아는, 내가 유일하게 많이 보아왔던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은 독일 차로 '딱정벌레'라는 뜻이다. 가끔씩 우리 동네에서 빨간색 '폭스바겐'을 자주 봤는데 그래서인지 더 많이 보게되고 호감이 갔다. 역시 아는 만큼 본다고 했다. 자동차 박물관에서 '폭스바겐'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어 기쁘다. 그리고 난 다음에 운전을 배우면 꼭 '폭스바겐'을 몰고 다녀야지... 버스에 올라타는 친구들의 신발에는 모두 날개가 달려있는 것처럼 무척 가벼웠다. 야호! 드디어 '에버랜드'다. 얼마나 기다려왔던 순간인가. 우리 무리들은 점심식사를 받고있는 친구들의 행렬이 너무나 길게만 느껴져 캔 음료로 아쉽지만 배를 채웠다. 곧 점심시간이 끝나고 동화 속의 에버랜드 앞에서 카메라에 미소한 번 지어주고는 자유이용권 팔찌를 끼고 돛대 단 배처럼 뛰어다녔다. 가장 먼저 탄 것은 '허리케인'이었다. 기다리는 줄이 엄청나서 한 30분 정도 기다렸다. 곧 우리 차례가 오고 내 옆에는 아라와 재경이가 앉았다. 사실 나는 스릴 있는 놀이기구를 좋아하긴 좋아하는데 잘 타지는 못한다. 그런 나에게 '허리케인'은 첫 번째 관문이었다. 점점 높이 올라갈수록 나의 비명소리는 갈라지고 커져만 갔다. 아마 아라와 재경이는 나 때문에 더 힘들었으리라 생각된다. 내려갈 때 이상한 전율이 내 몸 속으로 침투했지만 이 전율이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스트레스와 더위를 앗아가는 것 같았다. 이젠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 다음에는 '환상특급'을 탔는데 360도 회전을 두 번씩이나 하고 그런 대로 재밌었다. 처음에는 무척 겁을 먹었지만 막상 타고나니까 한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꼭 사람의 인생처럼 말이다. 정말 '환상특급'은 우리의 인생과 비교해보면 거의 흡사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고비를 많이 넘기지만 이 인생이라는 것도 한순간이라 할 수 있다. 놀이기구가 처음으로 돌아가듯이 우리도 다시 흙으로 돌아갈 테니 말이다. 롤러코스터 타고 이렇게 심오한 생각을 한 사람은 나 밖에 없을 것이리라. 난 정말 비정상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는 듯하다. 어쨌거나 그 뒤에는 '디스코 라운드'라는 것을 친구들이 타려고 했다. 그런데 '디스코 라운드'를 타고나면 오바이트를 할 확률이 높다는 소리에 친구들의 간절한 당김을 놓아버렸다. 얼마 후 친구들이 나왔다. 모두다 재밌다고 떠들어대지만 친구들의 소감을 들어보고는 나의 현명한 판단에 스스로 만족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솔지와 재경이가 '범버카'를 탄다는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범버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성희와 아라와 나는 밖에서 또 기다려야만 했다. 그 뒤에 우리들은 '아마존 익스프레스'와 '사파리'를 탔는데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타고 난 뒤에 거의 비 맞은 생쥐 꼴이 되어있었지만 무척 재밌었다. 그리고 '사파리'에서는 호랑이와 사자의 합쳐진 '라이거'라는 동물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키가 무척 큰 '기린'이 무척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는 쑥쑥 기린처럼 되어야 겠다. 쿡... 어느 덧 6시 30분이 가까워지고 우리 일행은 '알파엔'이라는 식당에서 배를 불리고는 이제는 보경이 조와 합체(?)하여 환상 특급을 한 번 더 탄 뒤 '풍선타기'라는 것을 탔는데 이 것이 실수였다. 이 것은 그냥 등속원운동에 불과한 무척 재미없는 놀이기구였는데 계속 뱅뱅 돌다보니까 어지러워서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브레이크 댄스'를 포기할 수는 없지. '브레이크 댄스'는 정말 짱이었다. 격렬하게 휙휙 돌아가는 것이 무척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정말 이 것은 한번 더 타고 싶었는데 시간도 별로 없고 '바이킹'은 꼭 타야하기에 아쉬운 맘으로 '바이킹'을 타러갔다. 캬아∼ 바이킹은 역시 약방의 감초같은 것이었다. 처음에 탈 때는 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께서도 함께 타셨는데 내려갈 때 지지직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지만 손을 위로 쭉 뻗으니 상당히 재밌었다. 바이킹을 타면서 맞았던 상쾌한 저녁 공기는 정말 기분을 새롭게 해주었다. 내 옆의 은정이는 바이킹을 처음에는 무서워했으나 나중에는 한번 더 타자고 손을 끌어 잡아 당겼다. 마지막으로 타는 놀이기구이자 가장 기분이 상쾌했던 놀이기구였다. 두 번째로 탈 때는 간이 철렁거리던 느낌마저 없었다. 이번에는 시원한 바람만이 느껴질 뿐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바이킹으로 뒷마무리를 깨끗이 한 다음 우리의 6반 무리는 8시 30분이 다 되어가기에 열심히 정문까지 뛰어갔다. 열심히... 정문에 도착하여 이제 나갈 생각을 하니 다시 들어오던 때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옷을 입은 언니에게 손을 흔들고는 미련 없이 에버랜드를 나왔다. 버스에서도 어질어질하고 속이 좋지 않아서 고생을 꽤 했지만 숙소에 도착하자 그나마 나아졌다. 정말 이번 수학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즐거웠던 때는 모든 친구들이 그러하듯 오늘, 그 중에서도 에버랜드에서였던 것 같다. 그리고 밤에 친구들과 함께 라면을 끓여먹었는데 내가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 눈물로 간이 맞춰진 라면을 먹었지만 우리의 급장이 끓인 것이라 그런지 무척 맛있었다. 지금까지 열심히 걷고 해서 그나마 좀 뺐던 살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지만... 그걸 먹고 바로 자서 그런지 마지막 날 안 그래도 통통한 얼굴이 통통한 걸 넘어서 퉁퉁해진 것 같았다. 거실에서 친구들과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아쉬운 마지막 날을 시작할 준비를 했다. 정말 지금 이 순간, 어제로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현대의 기술로써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법! 오직 앞으로만 가야할 뿐이었다. 그래서 버스는 '문경새재'로 향하고 있었다. '문경새재'는 여러 변방 오지에 흩어진 인간의 삶이 당대 현실과 관련을 맺으려 할 때 반드시 넘어야 할 고난의 고개로서 영남대로의 중허리를 절벽처럼 가로막고 있다. '문경새재'는 왕건 촬영지로 저번에 와 본 기억이 있어서 낯이 익는 곳이 많았다. 쿡... 그리고 여기서 우리 6반의 장가네 가족을 편성했는데 할아버지는 '장재필'이고 나의 아빠는 예현이가 되었다. 난 막내둥이 셋째 딸이 되었다. 이 외에도 우리 가족들을 소개하고 싶지만 이까지만 해두도록 하겠다. 우리 장가네 가족 사진을 여기서 꽤 많이 찍었다. 그리고 수학여행 때 커플이 된 지희와 재휘를 이 곳에서 친구들이 억지로 사진도 많이 찍게 했다. 싫어하는 척들 하지만 속으로는 우리에게 무척 감사할 것이다. 훗훗... 부디 누구처럼 어정쩡한 사이가 되지 않고 좋은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문경새재를 둘러보고 난 뒤 점심을 먹고 버스에서 꽤 긴 시간동안 있었던 것 같다. 그 사이에 나는 정말 비정상적이게 애거서 크리스티의 '크리스마스 살인' 이라는 추리소설을 무척 재밌게 읽었다. 친구들은 못 말린다고 해도 애거서 크리스티는 정말 책을 잘 쓰는 걸 나보고 어쩌라고...... 이제 마지막으로 '석탄 박물관'만 가면 3일간에 걸친 긴 대장정은 막을 내리는 것이다. 무척 아쉽긴 하지만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그리고 이 곳도 예전에 초등학교 때 와봤던 곳이라서 대충대충 훑어보고 왔다. 사실 석탄의 중요성도 잘 느끼지 못하고 기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나는 이 곳이 그리 재밌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이제 학교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며 지난 3일간을 생각해보았다. 정말 아쉽고도 재미있는 순간들이었다. 첫 번째 휴게소까지는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에 세상 모르고 잠에 빠졌다. 그러나 두 번째 휴게소까지는 김승건이랑 예현이랑 수다를 떤다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김승건은 다이어트에는 뛰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김승건한테는 미안하지만 퉁퉁한 그 몸을 보고는 뛰는 게 다이어트에 정말 효과적이라는 말에 조금 의심이 가기는 갔지만 무척 영양가 있는 시간이었다. 사진도 찍고, 남아있던 과자들도 처리하고... 마지막 휴게소에서 오징어를 사와서 창 밖으로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보며 오징어를 아그작아그작 씹어먹는 그 때의 기분.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시인이 된 것 같았다. 비가 와서 그런지 모두들 피곤해서 그런지 버스 안은 무척 조용했다. 나는 마지막까지 잠으로 정리를 할 셈이었나보다. 끝까지 잠을 자고는 짐을 챙기라는 선생님의 말에 눈을 떴다. 5시 30분이 다 되어 가는 시계를 바라보며 수학여행을 다녀와서도 꼭 학원에 오라는 학원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 짜증이 났지만 아무래도 가야하겠지. 잊어버리고 가져가지 않은 게 없나 하면서 꼼꼼히 챙기면서 3일 동안 이 무거운 몸뚱이를 싣고 다닌다고 수고한 버스에게 손을 흔들며 집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수학여행이 그냥 단순히 놀러 가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약 1600개에 달하는 계단을 걷는다고 체육공부, 그리고 계단 수 헤아린다고 수학공부, 국사 공부는 말할 것도 없겠고 놀이기구를 타면서 가속도와 중력에 대해 체험할 수 있어서 과학공부, 열심히 친구들과 어법에 맞게 말한다고 국어공부, 양운인이라는 자부심으로 함부로 행동하지 않고 도덕적으로 행동하였기에 도덕공부, MP3로 음악을 들었으니 음악공부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체험하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공부보다도 중요한 친구들과의 우정을 다지고 다이아몬드보다도 더 값비싸고 아름답게 빛나는 추억을 만들 수 있었기에 무척 뜻깊었던 순간들이었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 우리 집이 가장 편하고 좋다는 생각은 탁자에서 시체처럼 꼼짝도 못하고 잔 것을 생각하면 전적으로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탁자에서 잔 것도 그렇게 나쁜 추억만은 아닌 것 같다... 2학년 1년 동안에도 이번 수학여행을 첫 발판 삼아서 더 재미있는 일들과 좋은 추억들로만 가득 찼으면 한다.  
롤러코스터 같이 한순간인 3일을 다시 되돌아보면 정말 너무나 아쉽고 다시 돌아가 숨을 헐떡이며 버스에 올라타고 싶다. 이 3일들은 사진 속에 그리고 내 기억 속에 절대 잊지 못할 작은 친구로 언제나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