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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읽고
작성자 김영우 작성일 2003-07-08
작성일 2003-07-08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읽는 도중엔 너무 재밌어서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다 읽고 나니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중학생 정도는 되어야 이 책에서 말하는 깊은 뜻을 잘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이 책이 초등학생들한테까지 널리 읽히는 걸 보니, 생각보단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책인가 보다.
이 책에 나오는 괭이부리말 마을은 인천에서도 가장 오래된 빈민 지역으로, 아주 가난한 사람들만 살아가는 곳이다. 이곳에 사는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를 잃었거나 또는 가출을 해서 아주 힘들게 살아간다. 하지만 사랑과 정으로 똘똘 뭉쳐서 슬픔을 딛고 좀 더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이다.

동준이와 동수는, 돈을 벌어오겠다고 집을 나간 아버지가 돌아오시지 않는 바람에, 저희들끼리 살아가는 형제다. 동생인 동준이는 열심히 살아가는 대신, 그 형인 동수는 본드와 담배를 하는가 하면 나쁜 패거리들과 어울리며 타락하고 만다.
그런데 동수가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도 자기 동생이 나쁜 짓을 배울까봐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지 않는 대목에서는, 형제간의 진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형제가 없는 외아들이라서 그런지, 그런 형이 있는 동준이가 부러웠다. 물론 동준이는, 부모님이 계시는 나를 더 부러워하겠지만 말이다.
항상 동생을 걱정하며 나쁜 패거리에서 빠져 나오고 싶어하던 동수는 마침내 영호라는 착한 아저씨를 만나서 새사람이 된다. 영호 아저씨의 끊임없는 사랑과 보살핌으로 본드도 끊고 신문배달도 하더니, 나중엔 공장에 취직까지 해서 동준이를 보살필 수 있는 형의 자격을 얻는다. 이렇듯 영호 아저씨처럼 남을 친형제 같이 돌봐주며 타이르고 깨우쳐 주는 어른이, 과연 우리 주변에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쌍둥이인, 숙자와 숙희의 아버진 술주정꾼이다. 그래서 엄마가 친정으로 도망을 갔다. 난 이 대목에선 정말 이해가 되었다. 왜냐하면 큰 이모부가 술주정을 하시는 걸, 몇 번이나 보았기 때문이다. 직접 술주정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무시무시한 고통을 모른다.
그런데, 엄마가 하셔야 될 일을 도맡아서 하는 착한 숙자는 불쌍하단 생각이 들었으나, 매일 꾀만 부리고 말썽만 피우는 숙희는 정말 미웠다. 내 옆에 있다면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던 중, 도망갔던 엄마가 돌아오셔서 숙자네 집엔 잠시나마 기쁨과 행복이 넘쳐흘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숙자의 아버지는 공사장에서 처참하게 돌아가시고 만다. 나는 숙자, 숙희가 너무 불쌍해서, 숙희에 대한 얄미운 감정마저 슬그머니 없어져버렸다. 얼마 만에 찾아온 행복이었는데, 그토록 쉽게 깨져버리고 말다니......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대부분은, 가난하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다. 그런데도 타락하지 않고 우리들보다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 또한 그 주위의 사람들은, 자기들도 힘들게 살면서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미소와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나보다는 이웃의 행복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요즘처럼 자기 밖에 모르는 시대에, 뭐든지 조금만 힘들어도 하기 싫어하는 나에게,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감명 깊은 교훈을 안겨주었다.  
나는 앞으로 내 앞에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쳐오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여 이겨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