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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이보그는 인간인가, 기계인가?
작성자 김영우 작성일 2003-06-06
작성일 2003-06-06
우리가 책이나 TV를 통해서 공상과학만화라든가 SF영화를 보게 되면, 심심찮게 사이보그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곳에 등장하는 사이보그는 항상 인간 이상의 힘과 능력을 발휘한다. 왜냐하면 사이보그는 개조인간, 즉 기계화된 인간이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서 사이보그의 뜻을 찾아보면, ‘몸의 일부나 장기 등을 전자 장치나 기계 등으로 개조하여 생리 기능을 크게 강화한 인간, 즉 개조인간’이라고 나와 있다. 사이보그를 분명히 ‘인간’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이보그를 인간보다는 기계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사람의 몸과 기계는 모든 것에서 확연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부분은 몰라도 ‘뇌’만큼은 인간의 그것이니까-영혼을 가지고 있는 한-인간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지만, 그것은 종교적인 문제도 포함된 것이므로 논외로 한다.

우리 인간의 육체는 한 마디로 말해서 신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의학의 발달로 많은 부분이 밝혀지기도 했지만, 그것은 우리 몸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우선, 우리 인간에겐 오감이 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보고, 그리고 피부로 느낀다. 이것들은 단순히 신체의 일부를 이용하여 오감의 기능만 발휘하는 게 아니라 서로가 아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손에 땀이 난다거나, 더위나 추위를 느낀다거나, 공포를 느끼면 털이 쭈뼛 서는 느낌을 받는 것처럼 현대의 기계문명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오감 정도는 오래지 않아 과학의 힘에 정복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또, 인간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웃고 울고 화내고 즐기는 등, 말과 표정과 행동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종류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것은 인간의 뇌에 관계된 것이어서 자신 있게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기계문명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감정은 우리 인간만의 고유권한이 될 것이다. 지식과 감각은 공유할 수 있어도 감정만큼은 기계가 정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 주인의 명령에 따라 얼굴 표정이 바뀌는 로봇이 TV에 소개된 적이 있었다. 나는 하도 신기해서 자세히 보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로봇의 얼굴을 둘러싸고 있는 인조 피부를 기계가 당기고 밀고 비틀고 하면서 약간의 표정변화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분야도 얼마 안 있으면 과학에 정복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의 감정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그냥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우는 인간은, 이미 인간이 아니다. 단지 기계에 불과한 것이다.

야구광이신 아빠를 닮아서인지, 나도 야구를 좋아한다. 재작년에 잠실야구장 개막전에서 시구를 한 애덤 킹 소년을 나는 기억한다. 두 다리가 없는 장애아인 그에게 똑바로 서서 공을 던질 수 있게 해준 것은, 바로 과학문명이 가져온 의족이었다. 나는 TV에서 그 모습을 보고 과학의 힘이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과학의 힘이, 신체의 일부분이 없거나 병으로 죽어 가는 사람에게만 적용된다면, 애덤 킹의 경우처럼 새로운 희망과 생명을 주는 것으로만 끝난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의술로써 발달하기 시작한 의족은 앞으로 훨씬 더 훌륭한 기계다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10km를 10분에 주파하는 강력한 힘을 지닌 다리와 튼튼한 심장, 망원경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는 눈과 레이더보다 더 정확한 귀, 또는 섭씨 100도의 고열과 영하 100도의 강추위에도 견뎌내는 인조피부 등 우리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는 기계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다 보면 공상과학 만화에서처럼 전쟁수행능력이 뛰어난 전투용 사이보그 같은, 특정한 분야의 일에 가장 적합하게 만들어진 사이보그가 탄생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단순히 생명의 연장이나 치료를 목적으로 신체 일부분을 기계화하는 것이 아닌, 좀 더 강력해지기 위해서 스스로 신체의 일부를 기계화하는 일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물론 그들의 뇌는 우리 인간의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이보그를 인간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인간의 뇌만이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있으니까. 기계문명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인간의 뇌만큼은 신의 영역이라고 믿고 싶으니까. 하지만, 기계의 힘을 빌어서 원래 인간의 몸보다도 수십, 수백 배를 능가하는 능력을 가진다면, 그건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여태껏 내가 주장한 것은, 말 그대로 공상과학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허무맹랑한 소리일 수도 있다. 그런 세상이 30년 후에 올지, 아니면 50년 후에 올지, 그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사이보그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인간이라고 봐야 하는가를 논하자는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결론을 내리자면, 나는 사이보그를 인간보다는 기계로 보고 싶다. 왜냐하면 인간 능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몸을 기계화한 사이보그는, 이미 인간임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과학논술에 적합치 않은 부분이 있으면 꼭 지적해 주세요.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