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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아버지 감사합니다" - '가시고기'를 읽고
작성자 김덕우 작성일 2003-04-29
작성일 2003-04-29
  친구 집에 컴퓨터를 고쳐주기위해 갔었다.  고치다보니 시간이 오래걸리게 되었고 친구는 TV를 보러, 나는 계속 컴퓨터를 고치기 위해 앉아있었다.  계속 모니터만 보고있자니 눈이 아프기도 하고 또 심심하기도 해서 읽을만한 책이 없나 하면서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훑어보았고, 어느새 내 손은 ‘가시고기’라는 책의 첫장을 넘기고 있었다.
  가시고기, 가시고기를 읽으면서 나는 첫째로 돈없이는 살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것이다. 이 책을 보고 다움이의 입원비가 밀렸을때 의사가 치료를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말할 때 나는 어떻게 의사가 죽어가는 사람을 그렇게 할수있는지 돈이 없다면 사람의 생명도 그렇게 쉽게 져버릴수 있는것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엔 다움이의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서 신체의 일부를 불법으로라도 팔려고했다.  그 정도로 돈이 없이는 다움이를 위해 아무것도 할수있는 것이 없었다.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이 어제 죽은이가 그토록 살고싶어하던 내일이다.”
  다움이가 입원했던 병원에 써있던 말이다. 지금 이시간에도 소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자들이 있을것이고, 의미없는 헛된 하루를 사는 자들도 있을것이다.  글쎄, 나도 사회에 나가면 저렇게 돈 때문에 남의 어려움을 모른채 하지는 않을까 무서운 생각도 든다.  단지 지금은 나는 커서 저렇게 살지 않아야지, 남을 도우면서 살아야지, 하루하루를 헛되게 보내지는 않아야지하고 다짐할 뿐이다.
  둘째로,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들었다.
  다움이의 아버지가 암을 통보받았을때 어느새 내 눈은 축축해져 있었고 얼마 안있어 눈물이 한방울 흘러내렸다.
  책에서의 다움이에 대한 아버지의 맹목적의 사랑.. 나라면 그렇게 할수있었을까.  다움이를 위해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마지막엔 자신의 몸까지 팔려는 결심을 나라면 할수있었을까.  다움이가 더 이상 살수 없게 된다는 것을 알게되고 계속 입원을 시키지 않고 하늘나라로 가기 전 까지만이라도 행복을 느끼게 해주려고 다움이를 대리고 여행을 가는 결정. 나중에 다움이의 몸이 좋아지다가 다시 재발해서 다움이의 엄마와 연락이 되, 수술을 할수 있게된걸 알게된후 수술비를 구하기위해 자신의 신체의 일부까지 팔려고 한.. 자신이 암인 것을 알게되고, 미련없이 각막을 팔고 자신이 죽을 것을 알리지 않고 다움이를 위해 냉정하게 대하고 엄마와 같이살게 하고 세상을 떠나는 일까지.. 이런 일들을 과연 나라면 할수 있었을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아버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나에게 아버지는 단순히 나의 가족중의 한사람, 우리 가족의 가장, 나에게 용돈주는사람 그리고 필요할때만 도움을 어려운 점을 말하고 도움을 받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나 싶다. 또, 아버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였나..  자기에게 주어진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것.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글쎄.. 내가 발전할수 있는 길을 좁게 만들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 아버지도 내가 초등학교 2학년때 이혼을 하셨다.  처음에는 어른들이 엄마와 아빠는 일 때문에 떨어져 사는거라고 말해줬었고,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는 어리석게도 정말 그런줄만 알았다.  이제 생각해보면 우습다.  물론 지금은 어리지 않다는건 아니지만 그땐 정말 어렸었구나 하는 생각도든다.
  우리 아버지가 이혼했다는 걸 아는 친구는 별로 되지않는다.  나는 이 사실을 부끄러워했고, 내가 이 사실을 직접 말한사람은 5명 밖에 되지않는다.  중 2때까지는 선생님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중3때 담임선생님과 현재 담임선생님에게, 그리고 친구 3명에게만 말했을 뿐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 사실을 내가 부끄러워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아버지는 나를 남 부럽지 않게 키워주웠고 나역시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다.  아버지가 이혼한 사실에 대해서 나는 잘못한 것도 없고 내가 부끄러워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생각했다.
  가시고기. 이 책은 나에게 아버지에 대하여 다시 생각할수 있게 해주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엄마가 없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의식하면서 나에게 이렇게 잘 대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지금까지 매를 드신적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고, 지금까지 내가 아버지를 대한 것을 보면 정말 다시한번 마음이 아프다.  오늘밤도 아버지는 당직이여서 집에 못들어오신다고 했다. 이렇게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아버지에게 내일은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야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