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제를 논증 또는 입증하는 자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사실 자료(facts)와 의견 자료(opinions)가 그것이다. 사실 자료란 명제를 뒷받침하는 사실 그 자체를 말한다. 의견 자료란 딴 사람의 의견을 뜻한다. 목격자의 증언, 전문가나 권위자의 말 또는 이미 발표한 글이나 논문 들에서 인용된 자료들은 다 의견 자료이다. 명제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데에는 적절한 사실 자료가 있어야 한다. 실험 결과라든지, 역사적 사실로 널리 인정되는 사실이라든지, 자신이 확인한 일로서 물적 증거가 있는 일 등은 명제를 무엇보다도 확고히 뒷받침하여 성립시킨다. 의견 자료는 객관적인 타당성에서 사실 자료보다는 확실성이 모자란 점이 있지만 사실 자료에 대한 보충 자료로서의 구실을 할 수가 있다. 특히 전문가나 권위자의 정직한 의견은 사실 자료 못지 않게 무게 있는 입증 자료가 되는 수가 있다.
여기에서는 이런 자료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그것이 논술법 전개에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구체적으로 살펴 보기로 한다. 논술법이란 이런 입증 자료가 어느 경우보다도 중요한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1. 사실 자료
사실 자료란 누구나 다 인정할 만큼 확고한 사실 그 자체를 말한다. 우리가 지금 대지 위에 발을 디디고 있는 사실, 이 땅에서 우리가 주어진 일을 해나가며 살아가 섄 현실, 서로 경쟁하고 부딪치고 얽히는 사회적 삶, 역사적인 일로서 누구나 틀림이 없다고 인정될 만한 일, 자연 법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현상 등은 사실 자료의 예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무조건 확고한 사실 자료라고 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자신이 목격하고 경험한 일이라도 때로는 사실과 어긋나는 수가 있다. 우리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사실을 그릇되게 관찰하거나 파악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보았거나, 경험한 일이라고 해서 다 확고한 것이라 할 수는 없다. 사실 자료는 그 출처야 어디든, 객관적 타당성이 있어야 확고한 것이 된다.
곧, 사실 자료는 다음과 같이 누구나 객관적으로 인정할 만한 것이어야 확실한 것이 된다.
(가) 자연 법칙에 따른 사실 : 모든 물체는 아래로 떨어진다든지, 물이 섭씨 100도에서 끓는다든지 하는 따위가 자연 법칙에 따른 사실이다. 달 모양이 날짜(음력)에 따라 변하는 일, 밀물과 썰물의 현상도 다 이에 속한다. 이런 자연 법칙에 따른 사실은 가장 보편성을 띤 확고한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이 사실 자료는 어떤 명제를 뒷받침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다음과 같은 보기에서 그것을 알 수가 있다.
[보기]
링컨이 변호사로 있을 때의 일이다. 재판정에서 어떤 증인이 그날 밤에 그 사건을 확실히 보았다고 했다. 링컨은 "어떻게 볼 수가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그 증인은 "달빛으로 보았다"고 했다. 이에 링컨은 금세 위증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그는 역서를 꺼내서 그날 밤 달이 없었음을 입증하여 주었다.
위 보기의 경우처럼 자연 법칙에 따른 사실을 들어 자기의 주장을 뒷받침한다면 움직일 수 없는 논증을 할 수가 있다. 따라서 평소에 자연 과학이나 그 밖의 독서를 통하여 자연 법칙에 따른 사실을 많이 기억해 두는 것은 효과적인 논술법을 펼치는 데에 좋은 준비가 된다.
(나) 실험적 사실 : 실험적 사실은 장치나 기구를 써서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을 말한다. 이것은 과학적인 증거로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 믿음성이 있다. 물론 이런 실험적 사실도 합당한 장치와 정확한 측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야 신빙성이 높은 사실 자료가 될 것이다.
다음 보기는 실험 자료로 입증된 명제를 바탕으로 한 논술 단락의 보기이다.
[보기]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지만, 같은 피가 흐르는 교포 학생들을 보면 과연 그들의 사고는 우리 학생들과 얼마나 다른지 궁금해진다. 그들을 가르칠 때마다 나는 한 가지 실험을 해 본다. '울적한(Gloomy)'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연상되는 단어를 대여섯개 열거하라고 하면 재미난 현상이 드러난다. 한국 대학생들은 대체로 비 구름 어둠 등과 같이 자연 현상과 관계된 단어를 열거하는 반면, 미국 학생들은 외로움 슬픔 후회 등과 같이 자신의 내부 심리와 연결된 단어들을 열거한다. 그런데 교포 학생들은 신기하게도 자연 현상과 관련된 단어와 심리와 관련된 단어를 반씩 섞어 대답한다. 어떤 교포 학생은 '변비'라는 단어를 적어 강의실에 폭소를 자아낸 적도 있다. 아마 변비 때문에 울적했던 학생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 실험의 결과를 확대 해석하면 교포 학생들은 두 문화권의 중간치라는 가설이 성립한다.
--- 김용학, "자연과 '하나'된 문화" 중에서
위 단락은 맨 마지막에 실험 결과를 집약하여 소주제문을 내세우고있다. 간단한 실험이라도 상당히 신빙성있는 사실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인다.
다음 단락도 실험 결과를 사실 자료로 사용한 예이다.
[보기]
체중 조절은 건강 유지의 기본 조건이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평균 체중보다 10퍼센트 가량 가벼운 사람이 가장 사망률이 낮다. 평균 체중보다 10퍼센트 무거울 때 남자에게는 11퍼센트, 여자에게는 7퍼센트의 수명 감소를 가져온다. 이러한 실험 연구 보고는 우리가 체중 조절을 위하여 힘써야 할 것을 말해 준다.
위 단락은 실험적 사실을 자료로 하여 전제 명제(첫문장)를 성립시키고 나아가 맨 끝의 당위 명제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런 실험적 사실은 명제 성립을 위한 튼튼한 바탕이 된다.
(다) 조사 통계 자료 : 객관성있는 조사 통계 자료도 사실 명제로 인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런 통계 자료는 표본적인 조사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사실과 온전히 일치된다고는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조사 방식에 따라서는 확실성이 높은 것도 있으며 일반 사람들도 그것을 많이 믿고 따르는 일이 많다. 그래서 이것도 논술법에서 중요한 사실 입증 자료가 된다.
[보기]
한국은행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인은 소득 수준에 걸맞는 적정 소비량의 1.91배에 해당하는 알코올성 음료를 마셔 태국의 1.47배, 일본의 1.29배에 비해 월등히 많이 마신다는 것이다. 반면 도서, 신문 구입비는 소득 수준에 걸맞는 적정 독서량의 0.6에 불과, 11개 국가 중 낮은 편에 속했다는 분석이다. 한 마디로 여가가 생기면 책을 읽기보다는 술을 마신다는 생활 패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다.
--- 임연철, "책을 펴자 미래를 열자" 중에서
위 단락은 통계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마지막의 명제(소주제문)를 입증하여 주고 있다. 이런 자료도 믿을 만한 기관의 것일 경우에 상당한 설득력을 보여 준다.
다음 보기는 사실 자료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소주제 명제를 논증함으로서 상당한 설득력을 보인다.
[보기]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좌측 통행보다는 우측 통행을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경찰청은 21일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횡단보도 교통사고 1천9백89건을 분석한 결과, 좌측 통행 사고가 58%(1천1백53명)인데 비해 우측통행 사고는 42%(8백36명)로 좌측통행 사고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사망사고는 좌측통행 60.9%(28명), 우측통행 39.1%(18명)였으며, 부상자는 좌측통행 58.4%(1천1백94명), 우측통행 41.6%(8백51명)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좌측통행을 하도록 돼있는 현행 횡단보도 표시를 우측 통행으로 바꾸고 가급적 횡단보도 상에서는 우측 통행을 하도록 권장할 방침이다.
--- 최원석, "횡단보도 우측통행이 안전" 중에서
[새김] 이 횡단 보도상의 우측통행의 안정성과 관련된 문제는 1995년도 어느대학의 논술 고사 과제로 출제된 바가 있다.
(라) 보편적인 사실 : 보편적인 사실은 일반으로 널리 인정되는 사실을 말한다. 예를 들면,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다," "누구나 홀로는 살 수 없다," "생물은 자체 생성력을 지닌다." 따위의 사실은 웬만한 상식인이면 다 사실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우리가 내세운 명제가 이런 보편적인 사실에 입각한 것임을 보여 줄 수 있다면 설득력있는 입증이 될 것이다.
[보기]
자기 중심이 아닌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기를 중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자기를 중하게 여기는 것과"과 "자기 중심"과는 다르다. 자기 중심으로 사는 데 집착하게 되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 자기 자신이 헌법이고, 자기에게는 편리하고 이로운 것이 옳고, 그렇지 못하면 옳지 않은 것이 된다. 곧 우리들은 자기의 죄를 계산하는 저울과 타인의 죄를 다는 저울 두개를 가지고 있다. 이기주의적 자기 중심의 사고 방식에 젖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자기 중심으로 사물을 생각하게 되면, 다른 사람은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과 연결됨으로써 죄를 범하기 쉽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자기 중심적 사고 방식은 죄의 온상이라고 할 수 있다.
--- 미우라 아야꼬, <빛속에서> 중에서
위의 보기는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인간은 모두 자기 중심이다")을 가지고 명제("안간의 자기 중심 사상은 죄의 온상이다.")를 뒷받칠하고 있다. 이런 여러 사실 자료가 보편성이 있을수록 내세우려는 명제는 그만큼 설득력이 강화되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다음 보기도 보편적으로 인절될 만한 사실을 바탕으로 한 논술이다.
[보기]
사람은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인격을 형성한다. 부모는 자식을 낳고 기르며 가르친다. 자식들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서 받는 교육으로 형성되고, 기본 인격이 형성된다. 그러나 어느 단계에 이르면 부모는 자식들을 통하여 배우는 바가 있게 된다. 자식을 낳아서 기르는 과정에서 부모 자신도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운다. 자식들이 알게 모르게 부모에게 끼치는 교육적 효과는 결코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선생과 제자 사이도 비슷한 관계이다. 학생은 선생에게서 배우는 바가 가장 많으며 그로써 더욱 올바를 인격체로 성장한다. 그렇지만 선생 역시 학생들을 가르침으로써 배우는 바가 많으며, 제자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숱한 연구와 공부를 하는 사례도 많다. 이런 고정된 관계 이외에 친구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바는 무수히 많다. 어릴 때 소꼽장난 친구끼리 주고받는 영향은 가정 생활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럿셀은 지적하였다. 각급 학교에서 학우들끼리 서로 주고받는 교육도 교실 공부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은 널리 인정된 사실이다. 그 밖의 직장이나 사회에서 사귀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접촉이나 대화에서 우리는 늘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섭취하며 살아가고 있다.
위 보기는 일반으로 인정되는 사실들을 가지고 주명제("사람은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인격을 형성한다.")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여러 사실 자료가 보편성이 있을수록 내세우려는 주명제는 그만큼 설득력이 강화되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마) 널리 인정되는 역사적 사실 : 역사적으로 널리 알려졌거나 인정되고 있는 사실은 논술문에서 많이 인용되는 입증 자료이다.
[보기]
우리말은 한자의 영향으로 제대로 피어나지 못하였습니다. 1500여년 전부터 써 오던 한자는 우리 국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서 우리말은 한자에 쫓기고, 변두리로 밀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가람"은 "강(江)"에게 자리를 내주고 "뫼"는 "산(山)"에게, "하나, 둘, 셋"은 "일(一), 이(二), 삼(三)"에게 밀리는 결과를 가져 왔습니다. 심지어 "아버지," "어머니"라는 말까지도 각기 "부친," "모친"이라는 말에 밀릴 뻔했으며, "어버이"라는 말은 "부모"라는 말에 치어 겨우 목슴만 지니게 되었습니다. "언니"는 "형님"에게, "아우"는 "동생"에게 거의 자리를 뱃기다싶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이름, 나이, 집" 은 각기 "성함, 연세, 댁" 등의 한자말에 밀려 격이 낮은 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예를 들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우리말은 한자말의 억눌림을 받아 왔습니다. 그 결과 <우리말 큰사전>에 실린 낱말의 60 또는 70% 정도가 한자말이 되었습니다.
--- 최기호, "외국말 홍수의 실태와 그 대책" 중에서
위 글은 우리말이 한자에 밀려 제대로 발전되지 못한 점을 역사적 사실을 들어 입증하고 있다.
다음 보기도 널리 인정되는 역사적을 바탕으로 주명제 곧 소주제문을 뒷받침하여 입증하고 있다.
[보기]
우리 민족은 자랑스러운 문화 민족이다. 으뜸가는 증거는 우리가 독자적인 문자를 창조하여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사를 보면, 숱한 겨레와 민족이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독특한 문자를 지니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것도 문자학상으로 가장 발달된 소리글자(표음 문자)를 가진 경우는 더욱 희귀하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알파벳 글자만 하더라도 어느 한 민족이나 국가에서 특정인이 만들어 공표한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사람의 손을 통하여 거의 자연 발생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중국의 한자는 쓰기에 불편한 뜻글자(표의 문자)일 뿐 아니라 수많은 세월에 걸쳐 발달되어 온 것이다. 여기에 비하여 한글은 우리 겨레의 성군인 세종 대왕이 백성을 사랑하는 거룩한 뜻으로 지어낸 글자이다. 이렇게 한글은 창제자오 동기, 그리고 창제 시기까지도 뚜렷하다. 그뿐 아니라 그 문자학상의 우수성도 널리 인정되고 있다. 이러한 한글을 위리가 지니고 쓰고 있음은 무엇보다도 큰 자랑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 겨레는 그 우수성이 인정되고도 남음이 있는 문화 민족이다.
--- 임유종, "우리 민족과 한글"중에서
위의 소주제 명제 ("우리는 자랑스러운 문화 민족이다.")를 한글 창제의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뒷받침하고 있다.
(바) 그밖에 입증될 수 있는 사실 : 비록 일반으로 알려지고 널리 인정되는 사실이 아니라도 필자 자신이 경험했거나 알아낸 사실도 입증 자료가 될 수 있다. 이럴 때에는 그것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설명이나 논의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
[보기]
우리 나라 사람은 수량 개념에 철저하지 못한 약점이 있다. 물건을 사러 가서도 한 개 또는 두 개로 정확하게 말하지 않고 "한 두어 개 주세요."와 같이 말하는 일이 많다. "너는 그런 행위를 몇 번이나 했느냐?"는 물음에 "서너 너덧 번 했습니다." 하고 대답하는 일도 있다. 누구에게 먹을 것을 줄 때에도 한 개만 주면 정이 없다고 하여 괜히 두 개를 주는 따위도 수량 개념이 정에 좌우되어 부정확하게 되는 사례로 꼽힌다. 이런 수량 개념의 불명확성은 우리의 언어에 반영되고 마침내 행동으로 드러나서 과학적 사고 방식이나 정신의 함양에 큰 지장을 주는 수가 있다. 정확한 측정과 계산을 바탕으로 한 과학이나 공학에 그런 막연한 수치 개념이 작용되었을 때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큰 다리나 건물의 붕괴, 대형 교통 사고, 까스의 폭발 등 비극적 사고도 따져 보면 수치 개념에 철저하지 못한 비과학적인 적당주의에서 그 한 원인을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니 말이다.
--- 서정수, "우리의 수량 개념 문제" 중에서
위 글에서 보듯이 첫 문장은 자기 나름으로 내세운 전제 명제이다. 그런데 이것은 아직 널리 인정되고 있는 사실이 아니므로 그것을 뒷받침하여 성립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울임 글씨로 표시한 부분이 그런 구실을 하고 있다. 이렇게 적절한 뒷받침 서술로 내세우는 명제가 사실로 인정될 수 있도록 다지게 되면 논술의 바탕이 튼튼해 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전제 명제를 다진 다음에 결론으로 이끌어가면 확고한 논술이 될 수가 있다.
2. 의견자료
의견(意見) 자료는 관련된 제 3자의 의견들을 통해서 얻는 자료를 말한다. 딴 사람들이 나타내는 견해, 사실임을 말하는 증언, 경험 사실의 보고, 딴 사람의 글에서 논증되고 있는 사실 등은 모두 의견 자료가 된다. 물론 이런 의견 자료는 그 출처가 믿을 만하고 권위가 있어서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믿음성이나 권위가 없는 주위 사람들의 돌아가는 이야기 같은 것은 논술법의 입증 자료가 될 만한 가치가 적다.
이런 의견 자료는 다른 자료와 마찬가지로 쟁점이 될 만한 것이어야 한다. 곧 결론 명제 성립에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것은 단순한 인용에 지나지 않을 뿐이고 논술법의 증거 자료 구실을 하지 못한다. 의견 자료의 선택에서는 이 점을 특히 유의해야 한다.
의견 자료는 여러 가지로 구분될 수가 있다. 논술문에서 흔히 쓰는 의견 자료는 대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가) 목격자의 증언 : 목격자의 증언이란 어떤 사건이나 사태를 직접 보고 확인한 사람의 말이나 기록을 가리킨다. 이 자료가 쟁점이 될 수 있을 때는 증언으로 채택이 된다. 목격자의 증언을 채택하는 경우에는 먼저 신빙성을 확인해야 한다. 그 중인이 어떤 여건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실을 목격했는지 살펴야 한다. 특히 그 과정에 잘못이 있는지 잘 알아 보아야 한다. 다음에는 증인이 진실되게 증언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아무리 정확히 관찰된 사실이라도 왜곡된 전언을 한다면 사실과 달라진다. 그 사람이 그 사건과 이해 관계에 얽혀 있다든지, 아니면 그것을 진실로 말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입장이 못 된다든지 하면 사실에서 벗어나게 된다.
[보기]
꽃동네에서는 매일 같이 사랑의 기적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 꽃동네는 의지할 곳 없고 얻어 먹을 수 있는 힘조차 없어 길가와 다리 밑에서 말없이 죽어갈 수밖에 없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 1천 9백여명이 있다. 이분들은 자신들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기에 남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늙고 병들고 의지할 곳조차 없는 이들을 위하여 고통과 죽음까지도 대신하고자 하는 이들, 곧 그야말로 사랑의 아름다움을 알고 말없이 실천하는 이들이 각지에서 모여들어 하나가 되어 살아가고 있으니 실로 현대판 사랑의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아침 청소를 하는 산영이 아저씨(이 분은 말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다), 침을 흘리며 언어 구성이 힘들어도 꽃동네를 방문하는 분들의 신발을 하루도 쉼없이 정리하는 삼룡이 어저씨, 자궁암에 걸려 심한 고통중이면서도 임종 환자들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수발을 들어주던 미숙씨, 자신의 몸도 가누지 못하면서 더 못한 동료들의 손발이 되어주는 그들의 모습에 서 살아있는 사랑의 참모습을 보게 된다.
매월 천원씩의 정성어린 회비를 납부하는 전국의 수십만 회원들, 사랑의 현장을 찾아 방학이나 휴가를 이용해 봉사하러 오는 젊은이들, 정년 퇴직후 남은 생애를 꽃동네 가족들을 위해 보내려고 찾아오는 분들, 돌아가시는 분들을 위하여 매월 수의를 정성스럽게 만들어 보내주는 분들이 있다. 더구나 명동 성당을 오르는 길목에서 동냥을 하는 뇌성마비 찬우 아저씨는 매일 구걸로 결핵에 걸린 부인과 함께 살아가는 처지에서 동냥하여 모은 돈을 꽃동네 회비로 가져 온다. 어떤 청소부는 십원을 아껴야 살아갈 수 있는 가정 형편이지만 꽃동네 가족들을 위해 쓰라고 5천원씩 부쳐 준다. 손수레로 오징어를 팔면서 가녀린 손으로 천원을 꼭짝접어 슬쩍 놓고 가는 할머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곳곳마다 일일이 방문해 백명 이백명씩 꽃동네 회비를 모아오는 봉사자도 있다. 이런 모든이의 정성은 우리의 가슴을 저미는 위대한 사랑의 완성이 아닐 수 없다.
--- 윤숙자, "사랑이 꽃피는 공동체 '꽃동네'" 중에서
사랑의 현장에서 그 실천을 목격하고 있는 이의 증언에 따라 "꽃동네에서 사랑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음"이 인빙성이 높게 뒷받침되고 있다.
(나) 경험자의 증언: 어떤 일에 관해서 경험해 본 사람이 들려 주는 말이나 기록한 것을 가리킨다. 일의 성패나 성공 또는 갖가지 사건들과 관계되는 경험담 등은 산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런 경험에 따른 증언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가 있다. 그의 처지나 태도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며, 또 그 결과를 해석하는 데도 그의 주관이 끼어들 수가 있다. 그러므로 이런 의견 자료를 채택하는 데는 그런 점들이 감안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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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왜정 말기에 약 3개월쯤 궁벽한 산골에서 소학교를 다니다 말았지만, 그때 배운 일본 노래의 몇 구절을 아직도 뜻도 잘 모르는 채 흥얼거릴 수 있다. 광복 후에 그 산골 소학교에 다시 다니면서 배운 것 중에서도 노래만 생각나고, 그 후 서울의 국민하교에서 배운 것 중에서도 말이 기억나는 것은 노래와 우리말의 자연스런 가락이 깃들어 있는 시조와 동시 몇 편이다. 국민학교를 다닌 한국인은 다들 시조의 가락을 잘 알고 있고, 그 가락에 맞추어 많은 시조를 따로 외우고 있다(시조의 창을 안다면 얼마나 더 즐거울까!). 필자는 잠시 글방을 다닌 형님으로부터 "백주는 홍인면이요, 황금은 흑사심이라 (白酒紅人面黃金黑士心)"는 멋진 한문 구절을 주워듣고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데, 당시의 필자가 한자를 알아서도 아니요, 뜻의 깊음을 알아보아서도 아니고 단지 형님이 흥얼거리는 가락이 귀에 배어서였다. 이처럼 우리는 유년기에 배운 일정한 가락에 따라 익힌 말이나 노래를 오랫동안 즐겨 기억한다. 그것은 청각적 심상의 재생이 가장 쉬운 것은 일정한 운율과 가락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아이 적에 따로 외우는 노래, 동요, 시조, 그리고 짤막하면서도 뜻 깊은 말씀(격언, 속담, 같은 것)이 훨씬 더 많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 이상섭, "말의 가락의 중요성: 국어 교육의 혁신을 위하여" 중에서
(다) 전문가 또는 권위자의 의견 : 이는 어떤 일이나 사실을 그 방면의 전문가나 권위자가 나타내는 소견을 말한다. 이 소견 자료는 앞의 두 가지 경우보다는 훨씬 신빙도가 높은 증거로 인정을 받기 쉽다. 무엇보다도 그 일에 전문 지식이나 권위를 가지고 있으므로 사실의 관찰이나 판단이 매우 정확하다고 할 수가 있다. 때에 따라서는 비전문가인 자신이 직접 보거나 경험한 경우보다 더 정확할 수가 있다. 더구나 그 방면에 명성이 높고 누구나 권위를 인정할 만한 사람인 경우에는 그 신빙도가 매우 높아진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함부로 말을 안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논술할 때 그 방면의 권위자나 전문가의 말이나 글, 논문 또는 저서를 인용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동서 고금의 성인, 철인, 학자, 정치가, 예술가, 종교인 들의 말이나 글은 우리의 명제를 뒷받침하는 데 매우 유력한 자료 노릇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전문가나 권위자라 할지라도 만능이 아닌 이상 잘못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저 유명한 공자나 석가의 말도 오늘날에 보면 문제점이 있을 수 있으며, 칸트나 토인비와 같은 권위자들의 말도 어떤 경우에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바가 있다. 따라서 권위자의 의견이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또는 사항에 따라 적절히 선택해서 인용되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그것만을 가지고는 완벽한 것이 못 되는 수가 많으므로 그것과 관련된 딴 사실 자료들을 보충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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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겠다, 안 오겠다"던 일기 예보보다는 "비가 올 확률이 70%"라고 숫자를 나타내는 요즈음의 일기 예보가 우산을 준비할 것인지 말것인지에 대한 결정를 보다 쉽게 해 주고 있다. 실제로 세상의 모든 문제를 이처럼 수치화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이론이 적잖다. 그날 그날의 기분도 수치화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나옴직하다. 오늘 기분이 "괜찮다"에서 "73점이다"와 같이 수치화하는 따위는 지나치다고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폭행죄의 경우 범죄의 죄질이 "63점" 이어서 징역 6개월 20일에 해당하나 정상을 참작하여 "46점"이므로 징역 "4개월 18일"이라는 식으로 양형 과정의 객관화 연구가 시도된지도 오래다. 또 "생산성 향상"이라는 막연한 구호보다는 "작업 시간 7% 단축"으로, "비용 절감"보다는 "직접 노무비중 부서 예산의 3배에 달하는 원가 절감"으로, "품질 향상"보다는 "품질 관리 분임조에 작업자의 50% 참여 유도"로 기업의 목표를 수치화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활과 경영 방식의 과학화의 길이라 할 것이다. "알고 있는 바를 측정하지 못하고 숫자로 나타내지 못한다면 그 지식은 막연하여 만족스러운 것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 19세기 초의 엔지니어이며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켈빈은 "아는 바를 숫자로 나타내는 노력이 과학적인 사고방식의 시작이다"고 갈파한 바 있다.
--- 김성인, "과학적 사고와 수치화" 중에서
마지막에 인용한 권위자의 말은 글의 요지를 한층 강화하는 뒷받침 자료가 되고 있다. 이처럼 적절한 권위자의 말은 상당한 무게가 실린 논증 자료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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