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법은 추론을 기본으로 삼아서 자기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내세우는 일이 많다. 앞에서 우리는 판단 작용으로 얻어지는 명제를 내세우고 그것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논술법을 전개하는 방식을 익혔다. 그런데 우리의 새로운 주장을 좀더 조리있고 설득력있게 펼치려면 추론에 의지하는 일이 많다. 추론은 논리적 사고 방식의 전형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추론"은 이미 알려진 판단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판단을 이끌어 내는 것을 말한다. 곧 일반으로 인정되거나 쉽게 인정될 수 있는 판단을 전제로 해서 새로운 판단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전제가 되는 판단이나 그것을 바탕으로 이끌어내는 결론적인 판단은 자체로서 참된 것이어야 함과 동시에 그 전제에서 결론이 필연적으로 곧 합리적으로 도출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논술법에서는 판단이라는 말 대신에 그것을 언어 형식으로 나타낸 명제를 주로 다루게 된다. 논술법이란 언어로 나타내는 표현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론을 논의할 때도 판단을 언어로 나타낸 명제를 바탕으로 하게 된다.

논술법에서 주로 쓰이는 추론은 크게 연역적 추론과 귀납적 추론으로 나뉘고 이들은 각기 두어 가지로 갈라진다.

1. 연역법

연역적 추론의 대표격인 연역법(演繹法) 또는 간접 추론은 일반화된 명제 곧 일반으로 널리 인정되는 명제를 전제로 하여 특수한 명제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 연역법은 기본되는 논리적 사고 유형으로서 우리의 일상 사고나 논술법에서 두루 쓰인다.

(1)
(가) 모든 인간은 자유를 원한다. [대전제 : 일반 명제]
(나) 우리는 인간이다. [소전제 : 매개 명제]
(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결론 : 특수 명제]

위에서 보듯이 연역적 추론은 (가)와 (나)의 두 명제를 근거로 해서 (다)와 같은 새로운 명제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가)는 대전제라고 하는 것인데 대개 널리 참된 것으로 인정되는 일반 명제라야 한다. (나)는 소전제라고 하는 것인데 역시 참된 것으로 인정되는 명제라야 한다. 이렇게 일반으로 인정되는 참된 명제를 바탕으로 해서 (다)와 같은 제3의 특수 명제(결론)를 필연적으로 이끌어내는 사고 작용이 연역법이다. (다)의 결론은 위와 같은 합리적인 방식으로 새로이 이끌어 내었으므로 참된 것으로 인정되는 주장이 될 수가 있다. 위와 같은 경우의 결론은 그 근거인 전제가 참일 뿐 아니라 조리가 있게 이끌어 내었기 때문에 그 타당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이렇게 합리적으로 결론을 이끌어내는 추론을 기본으로 삼아 펼치는 글이 설득력있는 논술법이 되는 것이다.

연역법은 위에서 보듯이 대전제, 소전제 및 결론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연역법은 삼단논법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연역법 또는 삼단논법을 써서 논술법을 전개하는 방식은 뒤의 연역법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2. 직접 추론

직접 추론은 다음에서 보듯이 한 전제만을 바탕으로 결론을 이끌어 내는 추론이다. 우선 그 보기를 보자.

(2)
(가) 모든 석탄은 무기물이다. [전제]
(나) 그러므로 모든 석탄은 유기물이 아니다. [결론]

(3)
(가) 별은 무생물이다. [전제]
(나) 그러므로 별은 생물이 아니다. [결론]

(가)의 전제가 참일 뿐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이끌어 낸 (나)의 결론도 참이다. 또 두 판단 사이에는 필연적인 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이 추론은 타당성이 인정된다. 직접 추론은 위에서처럼 긍정 판단을 부정으로 바꾸는 방식 이외에 다음에서처럼 주어와 서술어를 서로 바꾸는 따위 방식도 있다.

(4)
(가) 부여는 백제의 옛 서울이다.
(나) 백제의 옛 서울은 부여이다.

(5)
(가) 모든 생물은 무기물이 아니다.
(나) 그러므로 모든 무기물은 비생물이다.

(6)
(가) 일부 청년은 화가이다.
(나) 그러므로 일부 화가는 청년이다.

위에서 보듯이 결론 (나)에서는 전제 (가)에 나타난 주어와 서술어의 자리를 뒤바꾸는 일이 직접 추론에는 많다.

다음은 직접 추론이 쓰인 글의 보기이다. 그것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가려 보자.

위 글의 앞머리 두 문장과 마지막 문장에 직접 추론의 예가 보인다. 이런 직접 추론은 전제에 나타난 원명제에 포함되어 있는 뜻을 딴 새로운 형식으로 나타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 명제를 다른 방식으로 환언하여 표현하는 방식이라 할 수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 직접 추론은 새로운 판단이 도출된다고 하기가 어렵다. 이런 점에서 직접 추론은 본격적인 추론이라고 하기가 어렵다. 하기야 직접 추론의 표현 방식에도 일정한 한계와 규칙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대체로 상식적으로 가려 낼 만하다. 따라서 우리는 여기에서 직접 추론에 관해서는 더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3. 귀납적 추론

귀납적 추론 또는 귀납법(歸納法)은 연역적 추론과는 반대로 특수 명제들을 바탕으로 해서 일반화된 명제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 예는 (7)에서 볼 수가 있다.

(7) 특수 사실:

(가) 한국말은 소리, 뜻 및 어법의 3요소로 이루어진다.
(나) 일본말도 그러하다.
(다) 영어도 그러하다.
(라) 중국어도 그러하다.
(마) 아랍어도 그러하다.
(바) 러시아어도 그러하다.

일반 명제: 그러므로, 모든 언어는 소리, 뜻, 어법의 3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의 보기에서는 특수 사실들(가-바)을 바탕으로 하여 일반 명제를 이끌어 냈다. 그런데 이 귀납법의 추론에서 일반화를 얻어내는 데는 현실적인 문제점이 있다. 특수 개별 사실들을 얼마만큼 검토하느냐에 따라 그 확실성이 좌우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련된 개별 사실을 많이 검토할수록 더 완벽한 일반화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에 관해서는 뒤에서 다시 설명하기로 한다.

4. 유추법

귀납법에는 그 한 특수한 형식인 유추법(類推法)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한 특수 사실을 바탕으로 그와 유사한 딴 특수 사실을 가정적으로 추정하는 방식이다.

(8)
(가) 순희의 언니는 참 착하다
(나) 그러므로 순희도 착한 아이일 가능성이 높다.

(나)에서 순희가 착할 것이라는 추정은 동일한 혈통과 가정 환경에서 자란 그 언니를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갑"이라는 사항에 대하여 그와 비슷한 조건에 있는 "을"과 견주어서 일단 잠정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식이 유추법이다. 이것은 우리의 사고작용에 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점에서 일상 대화나 학문 연구에서 흔히 쓰인다. 이 점은 뒤에서 다시 다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