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문이나 논술문 등 논리적인 글은 도입부/서론, 본론, 마무리/결론의 3단 구성을 가본으로 하고 있다. 비교적 짧고 비격식적인 글에서는 그런 3단 구성이 무시되는 일이 있지만 그 격식을 얼마쯤이라도 갖추어야 할 논술문 등의 경우에는 3가지 단계를 구분해서 내용 전개가 이루어지기가 예사이다. 따라서 논술문 등 논리적인 글을 쓰려는 이는 이 3단 구성의 구성 원칙을 우선 알아야 할 뿐 아니라 그것을 실제로 구분해서 펼치는 요령을 익혀야 한다. 주어진 글의 분량이 너무 작아서 서론 단락이나 결론 단락을 따로 세우기 어려울만한 경우라도 그 내용 전개에서는 3단 구성의 원칙을 염두에 두어야 짜임새 있는 글이 된다. 논술문 등의 도입부 또는 서론은 본체의 서술을 위한 예비적 서술이다. 곧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그 길잡이 노릇을 하는 것이다.
그 주된 구실을 구체적으로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가) 글에서 지향하는 목표 제시
(나) 본체에서 다룰 대상이나 문제점의 제시
(다) 다룰 대상의 위치 설정
(라) 다룰 범위의 설정
(마) 관련된 이론이나 방법의 소개
위의 사항들은 물론, 모든 논술문이나 긴 논문의 도입부나 서론에서 일률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 그 가운데 일부가 선택되어 다루어지게 된다. 짧은 논술문의 경우에는 그중 한 두어 가지를 간단히 언급하는 단락을 내세우면 될 것이다. 학위 논문과 같은 본격 논문에서는 위의 각 사항을 거의 다 택하여 서술하거나 그 외에 딴 사항을 추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 글에서 지향하는 목표 제시 : 거개의 설명문이나 논술문에서는 그 글에서 지향하는 목표를 첫머리에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의 목표를 미리 밝히는 것은 길을 인도하는 데 목적지를 미리 알려 주고 따라오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음 보기에서처럼 서론의 첫머리에 그 논술문에서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를 뚜렷이 밝혀 주는 것은 여러 모로 유익하다. 필자가 우선 그 글의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마음에 새기고 나아갈 수 가 있으므로 초점이 뚜렷한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독자 편에서 볼 때도 그 갈 방향과 도착점을 미리 알고 읽어 갈 수가 있으므로 마음이 한결 경쾌하고 내용 파악에도 도움이 클 것이다.
[보기] I. 서론
요즈음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청소년 문제에 관해서 몇 마디 소견을 펴고자 한다. 청소년 문제가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원인과 근거, 그리고 그 대책은 어떤 것이 있을 수 있는지에 관해서 평소에 간직하였던 바를 이 기회에 제시하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워낙 어려운 문제이므로 그 근본적 해결책은 누구도 선뜻 내놓기 힘들다. 그러기에 이 문제는 중지를 모아야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안다. 여기 감히 소견을 펴는 것도 그런 계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위 보기에서는 "서론"의 첫 단락에서 그것도 첫 문장에서 그 글의 "본론에서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뚜렷이 밝히고 있다. 그 뒷 문장에서는 그 첫 문장에서 말한 내용을 구체화하고 부연해 줌으로써 필자가 지향하는 바를 더욱 뚜렷이 드러내도록 하였다.
[보기]
모든 사물이 그러하듯이 언어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변천의 운명을 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과거 우리 민족의 역사와 더불어 언어도 그 모습을 바꾸고 또 뜻이 변해서 오늘의 국어를 이루었을 뿐 아니라, 현재 우리말도 미래를 향해 쉬지 않고 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나는 국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온 자취를 찾아보고, 다음에 그 원인에 대해서 간략한 설명을 붙여 보려고 한다.
- 김형규, "국어의 역사적 고찰" 중에서
비록 짧은 내용이지만 무엇을 다룰 것인지를 지적해 주는 서론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런 방향 표시가 없이 막바로 본론 속으로 이끌어 들어가서 기다란 논의를 펴는 것보다는 독자의 마음을 훨씬 가볍게 해 줄 것이다. 위 단락에서 마지막의 문장을 덧붙이지 않고 앞 부분만 제시한 경우와 견주어 보면 그 점을 확실히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나) 본론에서 다룰 대상이나 문제점의 제시 : 도입부나 서론에서는 본론에서 다룰 대상을 이끌어 들이기도 하고 그 대상중에 문제점이 될 만한 것을 언급하는 일이 많다. 본론에서 다룰 거리나 상황을 도입하여 소개하거나 특별히 문제될 만한 점들을 개괄적으로 또는 몇 조목으로 나누어서 제시하는 따위이다. 이는 앞에서 말한 "목표"를 더 구체적으로 밝히는 일이라 할 것인데 본체에서 무엇을 다룰 것인지를 알려 주는 길잡이 노릇을 하는 것이다.
아래 보기는 본체에서 다룰 거리 곧 "행복"에 관한 것을 도입하는 구실을 한다.
[보기]
학창시절 나는 행복을 추구한답시고 "행복론"을 몇 권 읽어봤지만 행복론 속에 행복은 들어 있지 않았다. 행복은 찻잔처럼 우리 가까이 있지만 우리는 행복을 더 먼 곳에서 찾으려 하고, 다가올 내일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행복은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느끼게 된다고 하는 말이 맞는 듯도 하다.
- 허남옥, "주머니속에 있는 행복" 중에서
이렇게 본론의 주제나 다룰 거리와 관련된 사항을 도입부에서 이끌어 들이는 일이 많다.
다음에서처럼 현실 상황과 관련된 고사 등을 본체에서 다룰 거리를 제시하는 수도 있다.
[보기]
이 장에서는 지금까지 연구된 이 방면의 대표적인 성과를 몇가지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언중들이 대체로 언어 및 그 언어 사용자에 대해 어떤 종류의 언어 태도를 가지는지, 또 그러한 언어 태도가 여러 언어 현상과 어떻게 얽히는지를 고찰해 보기로 한다. 아울러 이 방면에 대한 우리나라에서의 인식이 아직 초보 단계에 있음을 감안하여 그 조사 방법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 이익섭, <사회 언어학> 중에서
다음 보기는 본론에서 특별히 역점을 두어 다루고자 하는 바를 두 가지로 한정하여 보여 준다.
[보기]
인류 사회는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그리고 근래에는 "정보 사회"로 변화해 왔다. 정보 사회는 이른바 "탈산업사회"로 정보가 유력한 자원이 되고 정보에 의해서 사회나 경제가 발전해 가는 사회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3차 산업 위주의 산업 사회와 달리 교육, 연구, 통신 등 지식 위주의 4차 산업이 중심이 된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정보 사회의 장, 단점은 무엇이며, 정보 사회를 올바르게 발전시키기 위해 해야 할일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 유경희, "정보 사회의 장단점에 대하여" 중에서
위 글에서는 그 문제점을 단락의 앞에 제시하지 않고 배경 설명을 한 다음에 끝에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미괄식을 더 잘 쓰는 것과 관련이 잇다. 논리적인 글에서는 두괄식으로 하는 편이 낫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다) 다룰 문제의 위치 설정 : 다룰 문제가 지금 어떠한 형편에 있는가를 간단히 밝혀 주는 것도 도입부나 서론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 문제는 누가 어떻게 다루어 왔다든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다루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지적하는 것이다. 이것은 앞의 "문제점 제시"와 함께 서술할 수도 있고 그것을 대신하는 수도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문제의 성격이나 필자의 뜻에 따라 결정될 성질의 것이다.
[보기]
낙동강 페놀 유출, 영산강 식수 오염 등 최근에도 환경 문제는 주변에서 쉴 새 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인간 뿐만 아니라 자연에까지 매우 치명적이라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 문제의 원인을 과학 기술의 발달에 의한 산업화에만 찾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더 나아가 과학에 대한 회의와 불신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에 이 글에서는 환경 오염과 과학 기술과는 어떠한 관계에 있으며 또 환경 문제의 해결을 위한 과학 기술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 김준범, "과학 기술과 환경 보전" 중에서
위 글은 환경 오염의 문제가 과학 기술과 산업화에서만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고 그 점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겠다는 것이다. 문제의 위치 설정과 아울러 제시된 경우라 할 수 있다.
(라) 본론에서 다룰 범위의 설정 : 본론에서 어느 범위까지 다루겠다는 점을 밝히는 것도 도입부나 서론의 몫이다. 이는 앞의 다른 항목을 말할 때 곁들일 수도 있으나, 특히 범위 제한이 중요하다고 볼 때에는 따로 그것을 명확히 밝힐 수가 있다. 이를테면 앞에서 제시한 많은 문제점들 가운데 몇 가지만 골라 다룬다든지, 아니면 그 문제점들을 다 다루되 어떤 정도까지만 한정해서 다룬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는 것이다.
[보기]
이 연구에서 다루는 대상은 단락 쓰기에 한정한다. 국어 교과서의 글 전체에 대하여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단락 쓰기 문제에만 국한하여 논의한다는 것이다. 단락 쓰기는 서구의 문장 이론에서 일찍부터 쓰여 온 글짓기의 체계적인 방법론으로서 우리나라에도 1960년대를 전후하여 도입되어 소개되고 있으며 각급 학교 교과서에도 이에 관한 서술이 나타나 있어서 이 문제는 교육 현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껏 그 기본 개념의 이해 문제에 혼선이 있고, 또 그것을 제대로 알고 글쓰기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드물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단락 쓰기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서 국어 글쓰기 교육에서 이 방법론을 정착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 정달영, "국어 작문 교육에서의 단락 이론과 그 적용에 관한 분석 연구" 중에서
[보기]에서는 연구의 대상을 "단락 쓰기"에만 국한시킴을 말하고 있다.
위에 풀이한 사항 이외에도 서론에서 밝힐 만한 것은 더 있을 것이다. 추가적 사항은 글의 성질이나 필자의 의도에 따라 취사 선택할 문제이다. 그러나 그것이 본론의 내용 면에까지 미쳐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무엇보다도 본론과의 혼선을 빚어서 그 짜임새가 허술하게 되고 말기 때문이다.
|
HOME > 
2. 도입부/서론을 쓰는 방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