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리학 지식의 필요성

논술법을 제대로 익히려면 논리학의 기본되는 사항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논술법은 논리적인 추론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글이라고 하였는데 논리적인 추론은 논리학의 주요 부문이다. 따라서 논술법을 좀더 착실히 익히려면 논리학이 무엇이며 논리학과 추론은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인지 알아 둘 필요가 없다. 또 이것은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에도 중요한 열쇠이기에 반드시 그 기본 사항을 알아 두어야 한다.

논리학이라 하면 흔히 아주 어려운 학문인 것처럼 생각하는 일이 있다. 일반인이나 학생들 중에는 논리학은 까다롭고 어려운 것으로서 철학을 하는 이나 학문을 깊이 하는 이들이 익힐 수 있는 학문으로 잘못 아는 이들이 많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종래에 일본 사람들 밑에서 논리학을 배우고 가르쳐 온 이들이 어렵고 추상적인 한자말 용어를 잔뜩 써서 논리학서를 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한자 주창자들이 어려운 한자말을 "논리어(?)"라고 하여 논리학은 그런 어려룬 한자말로 나타내는 것처럼 오해를 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이들은 쉬운 우리말은 마치 비논리적인 말인 것처럼 그릇된 말을 퍼뜨려서 논리학을 우리 일상 생활과 거리가 멀다고 하는 인상을 심어 주었다.

그러나 논리학은 우리가 "이치에 맞게 생각하는 방식"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곧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표현해야 이치에 맞는 말인가를 가르쳐 주는 것이 논리학인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에게 이성에 따라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여러 가지 규칙을 체계화하여 일러 주는 것이 논리학이다. 따라서 바르고 이치에 맞게 생학하고 조리있게 말하는 사람은 논리학을 따로 배우지 않고도 이미 그것을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문법 규칙을 따로 배워 익히지 않고도 문법에 맞는 말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우리가 여기에서 그런 논리학의 기본을 알아 두고자 하는 것은 몇 가지 까닭이 있다. 첫째로, 우리가 논리학의 기초를 알아 두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는 내용이 논리적으로 널리 인정되는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하자는 데 있다. 논리학을 전혀 모르면 자기의 생각이 논리적으로 맞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자신을 못 가지게 되는 수가 있다. 그럴 경우에 논리학의 기초를 알고 나면 좀더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펼 수가 있을 것이다.

둘째로, 논리학을 알게 되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좀더 논리적으로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우리가 미쳐 때닫지 못하였거나 잘못된 사고 방식이 자기도 모르게 배어 있는 경우에 그것을 바로 잡아서 합리적인 사고 작용을 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논리적인 훈련을 의식적으로 받아 볼 기회가 별로 없어서 비론리적인 사고를 깨닫지 못하는 수가 흔히 있다.

셋째로, 논리학을 알게 되면 사고의 일반 원리나 개념들을 바로 알고 쓸 수가 있어서 좀더 논리 정연한 논술을 할 수가 있다. 이런 원리나 기본 개념을 알게 되면 좀더 타당하고 모순됨이 없는 논리적인 사고력과 논리적인 표현을 몸에 익힐 수가 있고 논술법의 글을 쓰는 기틀이 갖추어지게 될 것이다.

2. 논리적 생각의 원리

우리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데에 일반으로 지켜야 할 원리는 다음 몇 가지가 있다. 이런 원리는 어떤 생각을 하는 데에나 널리 적용되는 원칙으로서 이것을 어기면 비논리적인 것이 된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바른 생각을 하려면 누구나 이 원리들을 알아 두어야 한다.

[새김] 논리학서에는 "생각"이라는 말은 쓰지 않고 "사고(思考)"니 "사유(思惟)"니 하는 말을 쓴다. 그 원어를 따져 보면 모두 "thinking(영어), Denken(독어)"이다. 이처럼 서양 책에서는 다 "생각(thinking)" 이라는 일상 용어를 가지고 알기 쉽게 말하고 있는데 우리의 논리학서에서는 일본 사람들의 본을 따라서 일상어 "생각"을 피하고 "사고"니 "사유"니 하는 한자어를 써서 어렵게 표현한다.

물론 논리학에서 쓰는 용어일 경우에는 "생각"이라는 일상 용어와 다른 의미가 내포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에는 "논리적인 생각"이라 나타낸다고 하면 사유나 사고와 같은 의미로 넓혀서 쓸 수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사유나 사고라는 말을 우리가 알아 들을 때에는 "생각"이라는 무리말로 풀어서 이해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1) 동일률

동일률(同一律)은 "A는 A이다" 또는 "A=A"와 같은 공식으로 나타낼 수가 있다. 모든 것은 그 자체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주어와 서술어의 두 개념이 온전히 동일하다는 것을 나타내므로 자동률(自同律)이라고도 한다.

"사람은 사람이다"와 같은 표현이 동일률의 예가 되는데 이 때 "사람"은 어느 경우나 본질적으로는 동일함을 나타낸다. 같은 사람이라도 나이가 듦에 따라 또는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이나 생각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그런 가변적인 속성을 떠나사 본래 지니고 있는 본질적 속성을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런 동일률을 바탕으로 쓴 글로서 다음과 같은 예를 볼 수가 있다.

"산은 산이요, 해는 해다"는 동일률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산이나 해의 모습은 우리에게 달리 보일지라도 본질적으로는 언제나 동일하다는 것이다. 동일률은 어떤 한 개념과 그것이 아닌 다른 개념과의 구분을 짓는 기본 원리이다. 만일, "갑"이라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갑"이 아니라고 한다면 "갑"이 아닌 딴 사람과 구분할 수가 없게 되니 논리적 판단의 기본이 흔들리게 된다. 다시 말하면 동일률은 모든 개념은 그 자체와 동일하여 그 자체가 아닌 다른 개념과 스스로 구분되는 독자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동일률은 확대하여 서로 다른 두 개념 사의의 일치 관계를 나타내는 데에도 쓰인다. "사람은 이성적 동물이다"의 경우에는 "사람"과 "이성적 동물"은 그 지시 대상 면에서 동일함을 나타내며, "금은 금속이다"와 같은 경우에는 부분적인 동일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금"은 "금속"이라는 개념 중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일률은 개념 사이의 동일성 여부를 가리는 긍정적인 판단과 추론을 위한 기초가 되는 원리이다.

(2) 모순률

모순률(矛盾律)은 "A는 A가 아닌 것과 같지 않다"라고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것은 그 자체와 동일하지 않은 것과 같지 않다"라는 것이다. "갑"이라는 사람은 "갑"이 아닌 사람과 같을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 모순률은 동일률을 더 확대하여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갑은 갑이다"라는 동일률은 동시에 "갑은 갑이 아닌 것과는 같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모순률은 "그가 정직하다"라고 하면서 동시에 "그가 정직하지 않다"고 말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가 정직하다고 말하는 것은 정직 이외의 모든 경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두 판단 사이에는 모순이 된다고 말하는데 모순률은 이런 모순 관계를 배제하는 원리이다. 모순률은 시간이나 공간에 따라 성립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철수는 정직하였으나 지금은 정직하지 않다."라고 하는 말이나 "철수는 집에서는 얌전하나 밖에서는 얌전하지 않다."는 말은 무방하다. 물론, 위와 같은 경우에 시간이나 공간적 차이를 무시하였을 때에는 모순률에 해당된다. 이처럼 모순률은 시간적 공간적 관계에 따라 그 성립 조건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모순률은 시간적 공간적 관계를 초월하는 동일률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 모순률은 모든 부정 판단이나 추론의 기초가 되는 원리이다. 동일률이 긍정적 사고의 기초가 된 것과는 달리 모순률은 부정적 생각을 위한 기초가 되는 것이다.

(3) 배중률

배중률(排中律)은 "A는 B이든가 B가 아닌 것이든가이다."와 같이 공식화할 수 있는 원리이다. 어떤 사물이 갑이거나 갑이 아닌 을이거나 두 가지 중의 하나이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적 판단은 인정될 수 없다는 원리이다. 곧 긍정적인 판단을 선택하면 반드시 그 부정적 판단은 버려야 하고, 부정적인 판단을 선택하면 긍적적인 판단은 버려야지 양쪽 다 선택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배중률은 "그는 착하다"라고 하면서 동시에 "그는 착하지 않다"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착하면서도 착하지 않은 그"라는 중간 존재를 인정아여야 하게 되는 모순이 생긴다. 이런 점에서 배중률은 모순률을 더 확대한 것이라 할 수가 있다. 배중률은 다만 부정과 긍정의 대립 관계에서 그 한 가지를 선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부정과 긍정의 관계가 아닌 여러 사항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배중률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배중률은 특히 긍정과 부정의 대립 관계에 있는 개념이 사용된 선언적 판단의(뒤의 //) 기본을 이룬다.

(4) 충족 이유률

충족 이유률(充足理由律)이란 "모든 것은 이유를 가진다"라고 하는 원리이다. 자연 현상이나 우리의 행동 등에는 저마다 그 원인이나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원인이나 이유가 없이 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이 원리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현상을 보고 원인을 따지게 되고 어떤 결론을 보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를 알아 보게 된다. 이처럼 모든 현상이나 행동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데에는 이 충족 이유률이 근본이 된다. 이것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생성의 충족 이유률 : 자연계의 생성 변화에는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과율(因果律)이라고도 하는 것으로서 자연 법칙의 근본이 된다.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 원인을 생각하게 되는 따위는 자연계에는 인과률이 지배한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연계에는 원인 없이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인식의 충족이유률 : 우리가 어떤 사물에 대하여 판단을 하게 될 때에도 그러한 판단의 근거가 있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어떤 문제에 대하여 결론을 내릴 때에는 그만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인식의 충족 이유률에 입각하는 것이다.

존재의 충족 이유률 : 우리가 바라보는 존재는 시간적, 공간적 관계로 규정된다는 것이다. 시간적 계기성이나 공간적 위치는 존재의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사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것이 일정한 시간이나 공간을 차지하고 있게 됨을 말한다. 우리가 "무엇이 언제 어디에 있다"고 말하는 것은 존재의 이유 충족률에 바탕을 둔 것이다.

행위의 충족 이유률 : 모든 행위에는 동기가 있게 마련이라는 원칙이다. 선한 동기이든 악한 동기이든 행위에는 그 까닭이 있으며 특히 그것이 도덕적인 가치를 지니려면 충분하고 선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위와 같이 모든 일에는 충족 이유률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논리적 사고에는 반드시 근거가 있으며 그러한 근거가 충분히 밝혀질 때에 참된 논리적 판단이나 추리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술법에는 이런 이유 충족률에 따른 여러 가지 원인이나 동기를 근거로 제시하여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