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의 뜻 : "개념"이란 일정한 존재를 지시하는 의미체이다. "존재"란 우리가 직관하는 대상으로서 흔히 지시물이라고 한다. "나무"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우리의 눈에 비친 그 실물 이를테면, 소나무나 오동나무, 또는 큰 나무. 작은 나무 따위 자체가 지시물이다. 그런 지시물을 보았을 때에 우리는 머리 속에 그것에 관해서 아는 바를 떠 올리게 되는데 그 내용이 개념이라고 하는 것이다. 곧 개념은 그 지시물 자체가 아니고 대상에 관해서 머리 속에 간직한 추상적인 "생각"이다. 따라서 "나무"가 무엇인지 아직 모르는 어린이는 실물을 보아도 머리 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 아이는 머리속에 나무에 관한 개념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나무와 오동나무를 가릴 수 있는 사람은 그 두가지 나무의 개념이 머리 속에 간직되어 있다고 할 수가 있다. 그런 개념을 서로 구분하여 간직하고 있지 않는 사람은 그 실물의 구분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어떤 대상 곧 지시물에 대한 개념이 형성되는 데는 그것이 지니고 있는 속성이 바탕이 된다. 가령, 나무라는 지시물을 보고 그 개념을 형성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나무를 처음 대하는 사람은 그것이 어떤 성질을 가진 것인지를 살펴 보게 될 것이다. 잎이 달리고 있는 점. 가지가 있는 점, 줄기가 있는 점, 또 뿌리가 있는 점 등을 관찰하여 파악하게 될 것인데 그것들은 나무의 "속성(屬性)"이라고 한다. 이런 속성을 바탕으로 그 사람의 머리 속에는 "나무"의 개념이 형성된다. 이런 개념은 물론 "풀"이나 "돌" 따위가 지닌 속성과 다르며 그런 개념을 바탕으로 나무의 개념이 딴 개념들과 구분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나무가 지니고 있는 속성 중에는 모든 나무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속성과 특정한 나무만이 지니거나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속성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전자 곧 어떤 지시물에 공통으로 파악되는 속성은 본질적 속성이라 하고 후자 곧 특정한 나무나 상황에서만 파악되는 것은 우유적(偶有的) 속성이라 한다. 이를테면, 나무가 "줄기를 지니는 것"은 모든 나무에 공통이므로 본질적 속성이지만, 그것이 굵거나 잘거나 또는 크고 작고 하는 따위는 나무가 지닌 본질적 속성이 아니고 특정한 경우에만 나타나는 것이므로 우유적 속성이다. 잎이나 가지의 경우에도 그 모양새나 크고 작은 것 따위는 특정한 나무만이 지닌 우유적인 속성에 속한다.
개념은 대상의 공통적인 속성 곧 본질적 속성을 추상하여 이루어진다. 나무의 경우에 잎, 가지, 줄기, 뿌리 따위의 속성이 머리 속에 간직된 것이 나무의 개념이 된다. 그것들의 모양새나 크기 따위는 나무라는 개념 형성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이라는 개념에서도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인 본질적 속성만을 추상하여 이루어진다. 피부가 까맣거나 하얗거나, 동양에 살거나 서양에 사는 따위 또는 남성이거나 여성이거나 하는 따위는 모두 "사람"이라는 개념에는 우유적인 속성이므로 필수적인 요소가 못된다. 물론 그것이 더 아래의 개넘으로 내려가서 "흑인"의 개념이 문제가 될 때에는 "피부가 까맣다"는 속성이 본질적인 요소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개념은 지식이나 경험 등이 불어남에 따라 그 내용이 더욱 풍부하고 심화되어 가게 된다. 이를테면, 말을 배우는 단계에 있는 어린 아이가 "아버지"라는 개념을 형성해 갈 경우에 "남성적 속성" 곧 어머니와 다른 외관상 속성만을 추상하여 간직하고 있는 단게에서는 온전한 개념을 형성했다고 할 수가 없다. 당장 이웃집 남자와 혼동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라면서 자기 아버지가 지닌 속성을 차차 파악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서 모든 아버지가 지닌 공통 속성을 추상하게 되어 "아버지"라는 명사의 온전한 개념을 이루게 될 것이다. 또 가령, "주관," "객관," "주체"니 하는 개념은 중학생 정도의 지식 수준에서는 다소 막연한 것이 되기 십상이지만 차차 공부를 많이 하고 지식을 넓히어 감에 따라서 더 확고한 개념을 형성하게 되는 일이 많다. 우리가 공부를 많이 하여 지식을 쌓을 때마다 새로운 개념을 형성하게 되거나 이미 알았던 개념의 내용을 더 확충해 가는 것이다.
다음 글은 자라고 있던 한 때 형성된 아버지의 개념을 다룬 학생의 글이다. 그 개념이 자라고 지식이 늘어남에 따라 달라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굳터지는 모습은 매우 흥미롭다. 개념의 형성 과정을 잘 보여 준다.
[보기]
내가 아주 어렸을 적 내게 있어 아빠란 존재는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아빠는 조그만 나에게 마치 커다란 산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 혹은 천하 무적 마징가 같은 사람, 그리고 대통령 아저씨보다 더 높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셨다. 또한 큰 부자이시기도 했다. 갖고 싶은 장난감이 있다 싶으면 며칠 띵깡을 놓으면 그만이었다. 아빠는 그것을 사줄수 있을만큼 부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졸라댔던 거였고 아빠는 내가 아들이란 이유하나만으로 내 부탁을 거절 못하시고 장난감을 자주 사주시곤 했다. 난 학교라는 데를 들어갔다. 세상이라는 개념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학교엔 교장선생님이라는 높은 사람이 있었다. 회사엔 사장이, 군대엔 대장이라는 높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다. 또, 나라에선 대통령이 가장 높다는 사실도 알게됐다. 수없이 많은 높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거였다. 높은 사람들 못지않게 부자들도 많았다. 그럼 우리아빤? 아빠는 그들만큼 높지 않으셨다. 그들만큼 부자도 아니셨다. --난 가끔 아빠 오토바이 뒤에 타고 기분좋게 학교를 가곤했는데 시커먼 고급승용차를 타고 매일 학교 오는 아이들을 보고 기분이 엉망이 되던 날도 있었다.
--영화나 TV엔 이소룡과 슈퍼맨이 등장했다. 아무리 봐도 아빠가 걔네들을 이길 순 없을 것 같았다. 아빠가 한없이 작게 보였다. 아빤… 그냥 아빠셨다. 우리 집안의 가장이시며 내 아빠셨을 뿐이었다. 그냥 평범한 보통 사람말이다. 난 더 자랐다. 공짜로도 다니기 싫던 학교에 이젠 돈을 내며 다녔다. 아빠를 아버지라 불러야 할 나이가 되었다. 세상이 더 커졌다. 높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너무 높이만 올라간 것 같았다.
그럼 우리 아버진? 우리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언제나처럼 당신 자신의 생활 안에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묵묵히 그자리에 서 계셨다. 항상 열심이시며 정직하시고 남에게 해 끼치지 못하시는 그런 참 인간다운 인간으로서 계셨다. 내 어릴 적 안목이 틀림 없었다. 아버지야말로 참으로 높은 사람이며 진정한 부자셨다. 세상을 움직이는 바탕은 항상 제자리를 지키고 계신 바로 우리 모두의 이런 아버지들이셨다. 그 아버지들은 우리에게 모든 걸 주시고 마지막 그루터기로 남아 우리의 쉼터가 되어주실 분들이셨다. 결코, 작지만은 않은 그런 모습으로….
오늘도 학교에서 늦게야 집에 돌아왔다. 그때까지 아버진 주무시지 않고 계셨다. '불끄고 자라.' 그 말씀 뿐이셨다. 그 말씀하시려고 이 늦은 시간까지 잠을 안 주무셨을까? 분명히 그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버지와 나 사이엔 그것 뿐이었다. 안방불이 꺼지는 것을 보고 괜시리 웃음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 조형은, "아버지의 그루터기" 중에서
개념의 참과 거짓 : 참되고 바른 개념은 대상의 본질적 속성과 일치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그 개념이 실물을 바로 지시할 수 없는 내용이면 거짓이 된다. 세모지 물건을 보고 '삼각형'이라는 개념을 떠올리는 것은 참되지만 그것을 보고 '사각형'이라는 개념을 떠올리는 것은 참이 아닌 거짓이다. 콩을 팟이라고 여긴다든지, 풀을 나무로 여기는 따위는 거짓된 개념의 보기가 된다. 곧 그런 사람의 머리 속에는 실제 사물과 일치되지 않는 개념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말하는 거짓 개념은 "거짓말"과는 다르다. 거짓말은 바른 개념을 일부러 딴 개념처럼 말하는 것이다. 사과를 보고 그것이 사과인지 분명히 알면서도 배라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 된다. 이는 그의 머리 속에 간직된 개념의 잘못이 아니라 표현에서 잘못이 있는 것이다.
개념의 명사 : 개념을 언어적으로 나타낸 것은 "이름" 또는 "명사(名辭)"라고 한다. "나무"의 개념을 음성으로 나타낼 때에는 [나무]라고 발음하게 되는데 그것이 이름에 해당한다. 곧 실물 "나무"를 대하였을 때에 머리 속에 떠 오로는 생각은 개념이 되고 그것을 언어를 통해서 밖으로 표출하면 이름 또는 명사라고 한다는 것이다. "김철수"라는 아이를 보고 그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머리 속에 떠올리는 것은 개념이고 [김철수]라고 부르면 이름이라고 하는 것이다. 모든 사물의 경우에도 이런 사람의 경우처럼 이름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논리학에서 말하는 개념의 이름 또는 명사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이름 또는 명사는 문법에서 말하는 명사(名詞)와는 같지 않다. 아무 품사든 개념을 언어적으로 나타낸 것이면 논리학에서는 명사라고 하는 것이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와 같은 복합적인 표현도 이름 또는 명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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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념론이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