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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소설

제목 파란 잎새를 따르면 01
글쓴이 최자인
" 선생님! 그래서 어떻게 됬는데요? "
" 서로가 잊지 않고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지금까지 계속 찾고 있다고 해. "
"에이~ 뭐에요. 시시하게."
"후훗. 그치만 선생님은 그렇게 이야기를 알고있는 걸 어떡해. 선생님이 어릴 때 선생님 할머니가 매일 밤마다 정원 앞 나무들이 푸른 빛을 띨 때 늘 얘기해주셨어. 워낙 어렸을 때 들어서 이야기가 확실한 진 모르겠지만 선생님은 왠지 이 이야기가 맞다고 생각해."
아이들은 뚱한 표정을 지은 채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자자, 다들 다시 그림을 마저 그리도록 하세요~."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크레파스를 집은 채 도화지 위를 색칠하였다. 선생님은 아이들 책상 사이로 왔다갔다 하며 그림을 구경하였다.
숲속에서 산책하는 그림, 나비를 잡는 그림,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림들이 보이는 와중에 한 아이는 정체모를 그림을 그렸다.
" 수민아, 이게 뭐니? "
"루마니티오란 꽃들이에요."
"루마니티오? 처음 들어보는 꽃이구나. 그럼 이 나무는?"
" 그건 주인이라 불리는 파란나무에요. 원래는... "
아이는 뜸을 들였다.
" 원래는? "
"... 정말 기억 못하시는구나. 아무것도 아니에요."
선생님은 고개를 갸우뚱 숙이고 수민이를 쓰다듬은 뒤 다시 다른 아이들의 그림을 구경하였다.
시간이 지나 점심시간이 되었고 선생님과 아이들은 다같이 도시락을 꺼내 밥을 먹었다.
그러나 수민이는 도시락을 꺼내지도 않은 채 선생님에게 달려갔다.
선생님의 옷자락 끝을 잡아당기며 귀를 빌렸다.
" 선생님, 수업 끝나고 책상 위에 제 그림 올려둘테니까 한 번 봐보세요. "
" 왜? 궁금하구나."
"... 어쩌면 저희 예전에 만났을 지도 몰라요. "
"에? 그게 무슨 말이니? 잠깐, 잠깐만 수민아!"
수민이는 곧장 자기 자리로 달려가 도시락을 꺼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그런 수민이를 가만히 바라본 채 눈 뜬 장님처럼 잠시동안 서 있었다.
오후 1시가 되어 텅 빈 교실에 선생님 혼자 남아 수민이 말대로 그림을 보았다.
사실 선생님은 알고있었다. 이 그림은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란걸.
그림에 있는 파란 나무는 분명 어릴 때 본 그 나무랑 닮았다.
할머니가 밤마다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 파랗게 빛나던 그 나무 말이다.
"할머니... 할머니는 왜 항상 그 얘길 저에게 들려주셨었나요... 나무가 파랗게 빛나던 밤마다 되면... 언제나 정원에 앉아 상냥하게 얘길해주셨는데..."
그림을 꼭 집은 채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
" 보고싶어요... 할머니. "
선생님이 눈물을 흘리며 그림을 볼 때 쯤 문 뒤에선 누군가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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