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쓰기마당 > 동화/소설

동화/소설

제목
글쓴이 안혜진
별님이 내려앉는다는 그 언덕에 오른 것은 내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때였다. 별님이 내려오기는커녕 꽃 한 송이도 펴있지 않는 그런 산이었다. 거기서 만난 아이가 바로 송 별, 나보다 한 살 아래인 여섯 살. 배시시 웃을 때 보이는 비어버린 앞니는 너무도 귀여웠다.
“오빠는 누구야? 여기는 별이 자린데? 나는 송 별. 여섯 살이야.”
“나는 윤성우. 일곱 살….”
그리 길지도 않은 그 머리카락은 나의 코를 간질였고, 우리는 그렇게 친해졌다. 흙장난도 하고, 전쟁놀이도 하며 마을에서도 알아주는 친한 오빠, 동생사이가 되었다. 우리가 밤늦게까지 산에서 놀고 내려온 그 삼일 뒤, 별이는 영국으로 이사를 갔다. 그렇게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별이는 가기 전에 꼬깃꼬깃 접은 편지와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종이별을 주고 떠났다. 일곱 살 난, 그 어린 윤성우는 미친 듯이 울어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나는 벌써 중학생이라는 시간을 보냈고, 고등학교 3학년, 그 학생의 생활 끝이라고 불리는 그 시기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수험생으로 보내고 있었다. 재미라고는 없는 공부만 되풀이하는 고3, 한 손에는 영단어 책을 들고 손으로는 수학문제를 풀고 스마트폰이 기승을 부리던 학교에는 이제 거의 사라져버린 폰이라는 존재. 그런 식으로 살아가는 고3. 그런데 어제 별이가 찾아왔다. 영국으로 갔던 그 어린 여섯 살배기 아이는 어느새 18살이라는 나이로 나의 앞에서 웃고 있다. 남녀공학인 우리 학교에 특기생 전형으로 편입했다. 키도 어느 새 많이 컸는데, 볼 살은 여전히 귀엽게 남아있다. 별이가 준 금빛 별모양 고리는 나의 폴더 폰에 달려서 흔들렸고, 별이는 우리 학교 교복을 입고 내 앞에서 재잘대며 밥을 먹고 있다.
“오빠! 듣고 있어? 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냐면…….”
재잘대느라 자신의 입 주위에 묻은 부스러기도 모르고 있기에 내가 슬쩍 때주자 말을 멈춘다. 그냥 예쁘다. 우리가 옛 적 예쁘다고 소리치던 별보다도 훨씬 예쁘다. 말을 멈춘 별이는 나를 슬쩍 바라보더니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를 묻는다. 왜 그럴까. 기분이 나빴나?
“송 별. 정말 예뻐졌네. 이젠 못 알아보겠다. 네 남자친구 되는 사람은 정말 좋겠는데?”
내가 말을 마치자 별이는 손을 내밀었다. 내 식판 위에 턱하고 내려놓는다.
“줘.”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자. 당연하다는 듯 말한다.
“다시 줘. 그 별, 남자친구한테 주는 거였단 말이야.”
자기가 한 말에 자기가 부끄러운 듯 고개가 자꾸만 내려간다. 내가 정말로 빼려고 하자 얼굴에서는 빼지마라고 소리치는 듯하다. 내가 별이의 머리에 손을 얹고 가만히 있자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별은, 별이는 내가 이렇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걸 좋아했다. 쓰다듬어 줄 때마다 기분 좋다며 배시시 웃었다. 지금은 그저 묵묵히 있다. 내밀었던 손은 무안했던지 다시 숟가락을 잡고 밥을 먹기 시작한다.
“별.”
“…….”
“부르잖아. 대답해.”
“왜.”
“고맙다. 돌아와 줘서. 영원히 영국에 있는 게 아니라서. 밤하늘에 별을 다시 돌려줘서. 다 고맙다. 그러니까. 이제, 영국 말고 내 옆에서 빛나라. 일곱 살 때부터 계속 기다렸다.”
별, 그날 밤도 별은 많이 떴다. 우리는 그 어릴 적 그 산에 올랐다. 별이의 다리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자 오늘따라 밝기도 밝다. 별이는 나를 보고 웃고, 별들은 그런 별이를 밝게 비춰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