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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소설

제목 [단편] 달팽이의 날개
글쓴이 이담비
나는 라온중학교의 상담 교사이다. 원래 상담을 전공으로 할 생각은 없었지만, 학교 선생님들과 부모님의 권유로 여차여차해서 그리 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도 할 만한 것 같다. 나는 라온 학생들을 6년 가까이 알고 지내고 있는데, 나와 조금 특별한 인연으로 엮어진 친구가 있어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어느 날이었다.
'빠람빰!' 나팔소리가 울려왔다.
당시 이 학교에 온 지 1주일도 안 됐던 나는, 순간 당황했다.
어떤 학생이 노크를 두 어 번 하기에, 문을 열었더니, 이미 가고 없었다.
보아하니, 문 앞에 쪽지를 쓰고 간 모양인지, 종이조각이 보였다. 나는 그 조각을 슬며시 열어보았다.


'선생님! 저 좀 만나주세요. 저는 2학년이고요. 하승혜라고 합니다. 한 번만 만나주세요. 만나서 제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바쁘신데 죄송하고, 부탁드릴게요. 제발요....반은 뭐, 아실수도 있지만 밝혀드릴 수는 없고.. 번호는...'


짧은 내용이었지만, 그 쪽지 하나가 내 마음을 쾅, 쾅 두드리는 듯 했다.
나는 곧바로 승혜에게 카톡을 보냈다.
'승혜야, 안녕~ 나현쌤이야! 지금 수업 중이지? 열심히 하고! 이따가 학교 끝나고 시간되면 잠깐 보도록 하자(웃음)!'
수업 중일텐데, 곧 바로 숫자 1이 사라졌다.
'선생님, 저는요.. 수업을 들을 자격도 없어서, 그냥 핸폰 보고 있었어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 또한 그런 적이 있었기에..
'승혜야, 이따가 뭐라도 먹으며 이야기 나눌래?'
'흠..'
'승혜랑 더 친해져보고 싶어서 그래! 괜찮다면 시간 내 주면 좋겠다~.'
'네..'
'고마워! 남은시간 더 힘내고! 이따봐!'



그때부터, 2시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조차 모르게, 승혜를 만날 시간이 되었다.
승혜로 짐작되는 한 아이가 무뚝뚝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승혜야." 한 마디 하니, 뒤를 돌아보았다.
"네, 저예요."
"반갑다! 내가 나현쌤이야!"
"안녕하세요."
"내가 이 학교에 온 지 진짜 얼마 안 돼서 잘 모르는데, 맛집 어딘지 알아?"
승혜는 빙수집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면, 저기로 가자~."
이윽고 우리는 그 빙수집에 도착했다.
"뭘로 먹고 싶어?"
승혜는 또 다시 말없이 커피빙수를 가리켰다.
"커피빙수? 알았어! 내가 쏠게! 하하."
승혜는 고개를 두 어 번 끄덕거렸다.
빙수는 곧바로 나왔고, 우리는 그 빙수를 들고 햇살이 비추는 창문 근처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이야~ 맛있겠다!'"
"네."
"맛있게 먹어!"
"네."
승혜는 빙수를 먹는 둥 마는 둥 하였다. 점심식사가 끝난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러겠거니 싶었다.
"오늘 어땠니?"
승혜는, 빙수를 한 숟갈 뜨려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왜 울어.. 울지마.."
"울고 싶지 않았는데..... 흑.... 흑.. 흑."
"아니야, 아니야.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아니예요.... 흑..... 흑.... 흑."
나는 말없이 승혜를 다독여주었다.
"사실.... 너무.. 힘들어요... 왜인지는 모르겠는데...하.... 그냥......"
"................"
"힘들면 다 말해."
"사는게 힘들어요."
"....."
"....."
"그렇구나.."
승혜는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승혜야. 힘들어도 되고 힘들 수도 있고.. 힘들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네..."
"힘들다고 솔직히 말해주어 고맙고, 힘내자!"
"네....휴...."
"사실요, 수업도 머리에 안 들어오고.. 애들도 힘들고.. 그래요." 승혜가 말을 이었다.
"그렇구나.."
"휴..."
"이제 숙제를 해야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조심히 가고~ 집에 도착하면 카톡해줘!"
"네..."


이윽고, 얼마 되지 않아 카톡이 왔다.
'선생님... 아까 너무.. 죄송했어요.. (눈물.)'
'아니야 (웃음) 승혜랑 맛있는 거 먹어서 너무 좋았고, 다음에 기회되면 또 만나자!'
'감사합니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편지지를 꺼내들었다. 승혜를 위해서. 거창한 것도 아니지만, 기쁘게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TO. 사랑스러운 승혜! --- 안녕~ 나현쌤이야! 우리 예쁜 승혜 그날 집에 잘 들어갔다니 좋다!! 선생님은 승혜같이 먼저 다가와주는 친구가 좋다! 너같은 애들이 많아져야 할 텐데 ㅎㅎ 사실 내가 여기 온 지도 얼마 안됐고, 많아봐야 1주일? 그런데 너가 먼저 이야기해주고 해서 너무 고마웠어! 승혜야, 나 또한 힘들수도 있고, 넘어질 수도 있고, 울 수도 있어! 그게 자연스러운 거지~ 그런데, 나는 그 때 어떻게 했냐면... 그건 만나서 다시 이야기해보자!! 앞으로 더 친해지면 좋겠다! 이것도 어찌보면 인연인데! 잘 지내봐~. -- 멋쟁이 나현쌤 씀.'



편지에 쓴 내용대로, 나 또한 승혜 비슷하게 아팠던 적이 있기에, 그렇기에, 더더욱 꾹꾹 펜을 눌렀다. 그 펜으로도 마음이 다 담기진 못하였어도, 최대한, 꾹꾹. 그리고, 마음이 혹여나 밖으로 나갈까봐, 너무나도 순수하게 풀로 꾹꾹 붙였다. 밤이 훌쩍 지나고 있었지만, 잠이 도무지 오지를 않았다. 그저, 하루빨리 승혜를 만나고 싶었다.



'선생님, 저 오늘도 만나도 되나요...?' 이런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승혜에게서 먼저 카톡이 왔다.
'그래그래! 어디서?'
'학교 다 끝나고 반에서요.'
'그래~.'
// 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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