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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소설

제목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
글쓴이 이담비
"미혜야, 저기 가서 좀 가져온나."
"싫어요! 저 바쁘거든요?"
"그렇다면, 유라야... 너가 가져와."
"네... 할머니!"
유라는 바쁘다고 핑계대면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 미혜를 보면서, 피식, 웃음을 지었다.
"유라야. 저거 말이다. 저거."
할머니가 가리키신 것은 다름아닌 고양이였다.


'음? 고양이라니?'
한눈에 봐도, 배고파보였다.
"냐옹아! 이거 먹어! 먹어도 돼!"
유라는 학교에서 먹다남은 우유를 고양이에게 넌지시 건넸다.
"냐아아옹~."
"어이구, 우리 고양이! 많이 배고팠나보네?"
"냐옹냐옹!' 그 고양이는 발톱을 슬며시 들었다.
"야, 처음 만났는데 할퀴지는 말자!"
"냐옹.' 말을 알아들었는지, 재빨리 움츠러들었다.
"기죽진 말자고. 고양이야."
한창 고양이와 도란도란 저마다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다가, 할머니께서 급히 부르시는 소리가 들려 달려나갔다.
"고양이 들고! 이리 오너라."
"네, 할머니."
"흠, 얘는 이 할미가 딱 보아하니... 누군가가 버리고 도망간 거 같구나."
"아...."
"너도 유기고양이.. 알지?"
"네.."
"나쁜 사람들이... 그 불쌍한 아이들 갖다버려서... 저렇게 밥도 잘 먹지도 못하고 다니는 거야... 에휴."
"네..."


때마침 그 때, 유라의 마음에 팍 와닿던 뉴스가 있었다.
"이처럼 유기견들과 유기고양이들은 주인을 찾지 못하면 결국에는 안락사를 당하고..."
"할머니! 나도 안락사가 무엇인지는 알아요." 언제 왔는지 옆에서 뉴스를 보고 있던 철부지 미혜였다.
"오냐오냐... 불쌍한 자식들... 주인 잘못 만난 죄지..."
"할머니! 왜 불쌍해요? 주인을 만나면 되는데."
"야, 그게 쉬운 줄 아니. 주인도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잘 만나야지. 응?"
"그렇긴 하더라도..... 언니?"
"응?"
"솔직히 저 아이들, 주인들이 막 멀리했던 것들도 상처가 됐을 텐데, 그 다음 주인까지 만약에 그러면 어쩔거야? 꼭 그게 아니더라도, 상처가 있으면 동물들은 더 회복하기 힘들지 않겠어?"
유라는 잠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흠..... 미혜야, 너 말은 그러면, 전에 주인한테 받았던 상처가 다음 주인한테도 이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지?"
"응, 아 그러니까. 우리나라 답답해. 휴..."
"한숨 쉬지는 마라." 할머니였다.
"아, 네. 그런데 휴.. 너무 답답해요. 제가 생각해도요."
"저는요, 이 아이들이 과거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얘들도 생명체고, 다 사랑받을 자격들이 있는데, 주인들이 자기 마음대로 샀다가, 장난감사듯이 사고 버리고....."
"맞아요, 진짜."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엄마와 아빠가 돌아오셨다.
"유라, 미혜. 할머니랑 잘 보내고 있었니?"
"아그들이 참... 생각들이 깊다."
"엄마, 방금 뉴스에 유기동물 안락사가 나왔어요." 미혜였다.
"어머.. 그랬구나.. 요즘.. 세상이.. 참.."
"아이고, 저번에도 유기견 관련된 신문을 봐서 마음이 참 그랬는데, 또 다시 이런 일이... 저번에는 어떤 사람이 고양이들이 귀엽고 예쁘다고 대량으로 샀다가, 또, 키울 자신이 없어지니까 자기 마음대로 내버리고..."
"세상이 요 지경이니...." 할머니였다.


"솔직히 요즘 얘들도 문제인 게, 자기가 생일선물로 강아지 사달라고 해서 사줬으면 그 아이가 생명을 다하기 전까지는 최선다해서 키워줘야하는데, 자기 생일선물로 받았으니까, 그걸로 됐다? 이런 느낌을 풍기는 게 참.... 부모들도 잘못이 많죠. 휴.." 아버지였다.
"어머니, 아버지. 제가 봤을 때도 사람들이 너무 책임감이 부족한 거 같아요.. 동물은 인형이나 장난감이 아니잖아요. 엄연한 생명체인데, 너무 가치없이 생각하는 거 같고요.. 막 배설물 더럽다고 내쫓는 경우가 있나하면, 그냥 얘기였을 때는 작고 귀여워서, 남들에게 자랑 좀 하려고 샀다가, 다 크니까 징그럽다고 내버리는 경우도 있고...."
"맞아, 유라야. 이 할미도 그런 게 요즘 참 맘에 안든다. 자기가 키우려고 했으면 뭐 오줌똥을 아무데나 싼다고 하면, 가르쳐서 그렇게 안하도록 하면 되고! 사료는 챙겨주면 되고! 다 크면, 더 잘 키워주면 되고! 그렇지 않니, 애미야?"
"네, 어머니 말씀이 백 번 옳아요."
"사람들이 자기한테 그렇게 해주면 좋겠냐. 때리고, 굶기고, 상처주고... 뭐하는 것들이야, 진짜. 애비야, 우리도 강아지 키워봐서 좀 알겠지만, 얼마나 귀엽냐, 진짜. 건드릴 데가 어디 있다고!!"
"할머니... 저 숙제하러 갈게요." 할머니의 언성이 높아지시자, 유라는 숙제를 핑계로 방에 들어갔다.


가만히 앉아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던 유라는, 종이에 무엇인가를 적었다.
'동물들은 친구이지, 장난감이 아닙니다. 생각해 보십시요. 당신이 매우 소중히 여기는 친구를 아무 이유없이 굶기고, 때리고, 버리고, 다 자랐다고 멀리할 수 있겠습니까? 부디 동물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부탁드립니다.'
'똑, 똑.'
"뭐해?" 방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다름아닌 미혜였다.
"응, 언니가 지금 포스터를 만들고 있는데, 너도 와서 도와주라."
"응! 언니가 글 다 쓰고나면 나한테 줘. 내가 색칠하고 할게."
"그래그래."
"다 끝냈다. 이제 꾸며보자!"
"우와! 언니가 직접 쓴 거야? 잘썼다!"
"흐흐, 언니가 방금 할머니의 말씀을 듣다가 떠오른 생각들을 써본거야."
"우와, 짱인데? 맞아맞아, 진짜 소중한 친구나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나쁜 행동들은 절~대 못해!"
"맞아맞아. 누가 가족을 버리니, 말이 안 되는거지."
이윽고, 미혜는 열심히 옆에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그림에서는, 강아지가 곧 눈물이 터질 거 같은 눈으로 주인을 바라보고 있었고, 서투른 그림이었지만, 그것은 유라의 마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저는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어른분들, 저 같은 어린아이도 이렇게 동물을 위하려고 합니다.' 라고 쓴 미혜였다. 미혜는 울고 있는 얼굴모양의 스티커들을 이리저리 갖다붙였다.
"이제 끝!!"
"우와, 역시. 우리 자매야~ 잘 만들었네!"
미혜는 그 포스터를 방금 집에 데리고 온 그 고양이에게 보여주었고, 미혜 눈에 고양이는 보이지 않을 뿐이지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고양이의 냐옹 한 마디는 우리 모두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고마워, 정말.말할 수 없이 고마워' 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