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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가쓰는글

제목 비오는 날
글쓴이 최현주
"정희야, 오늘 비 온다고 했는데 우산 가지고 가라."
"지금 안 와요. 다녀오겠습니다."
지금 비가 오지 않는다면서 아들은 후다닥 가방을 메고 현관문을 나선다.
'비가 올 것 같은데.'
잔뜩 인상을 쓴 하늘을 보면서 난 아들이 저만치 뛰어가는 모습을 창문너머로 바라본다. 그리고는 '괜찮을거야' 라는 주문을 외우며 일할 준비를 한다.
한참 일을 준비하고 아이들이 몰려온다.
"선생님, 비 와요."
아니나 다를까 비가 우수수 쏟아진다. 인상 쓴 하늘에서 올 커니 하듯이 우산을
쓰지 않은 아이들에게 비를 뿌린다.
'아! 정희는 우산이 없는데......'
하지만 가져다 줄 수가 없다. 나약하게 키우지 않으리라는 다짐도 아니고, 조금오는 비라서도 아니다. 나는 지금 일을 하고 있다.
공부방이기에 공부하려 온 학생들을 나 몰라라 내 버려두고 나갈 수가 없다.
빗줄기가 굵어 진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뛰어 들어간다.
그 사람들 틈에서 나는 내 아들을 찾아본다. 아직은 없다.
'비가 조금 잦아들기를.....'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나는 또 다시 주문을 걸듯 중얼거리며 아이들과 수업을 시작한다.
자꾸 창밖을 바라보는 나에게 아이들이 묻는다.
"선생님, 누구 기다리세요?"
"아니야. 미안하다. 수업하자."
'이 수업이 끝나기전 오지 말아라. 엄마가 갈께'
나는 아들에게 제발 들리기를 바라며 중얼거리며 다시 수업을 시작한다.
한 모둠의 아이들이 쏴아 빠져나갔다.
얼른 우산을 들고 아들을 데리고 갈 채비를 하는 순간 아들이 뛰어 들어온다.
반쯤은 젖은 머리와 옷, 가방을 메고는 베시시 웃으며 들어온다.
"엄마, 어디가세요?"
"어, 이 앞에 슈퍼."
왠지 무슨 죄라도 지은 듯 너 데리러 가려는 중이였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한다.
"비 맞고 왔니? 그런데 왜 반만 젖었니?"
"친구가 씌워 줬어요. 다녀오세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아들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려고 화장실로 간다.
마치 원래 슈퍼를 가려고 한 듯 슈퍼로 발길을 옮긴다.
왠지 아들에게 미안하다.
이제 2학년이지만 다 큰듯이 행동하는 아들에게 미안하여 코끝이 시려온다.
그리곤 슈퍼에서 아들을 위해 두부 한 모를 사가지고 온다.
'정희야, 저녁에 맛있는 두부조림 해 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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