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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음 착한 석우에게
작성자 김영우 작성일 2003-03-11
작성일 2003-03-11
마음 착한 석우에게
-'가방 들어 주는 아이'를 읽고-

석우야, 안녕?
모르는 형한테서 갑자기 편지가 오는 바람에 깜짝 놀랐지? 난 광주효동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고 있는 영우 형이라고 해. 며칠 전, 외삼촌댁에 놀러갔다가 사촌 동생의 동화책에서 널 보았어. 평생을 장애인에 대한 글만 쓰시겠다는 고정욱 선생님의 글이더라. 너무 감동적이었어. 특히 석우, 친구를 위하는 너의 착한 마음에 이 형은 진짜로 감동했어.
싫어도 거절을 못하는 마음 착한 석우야!
2학년 새 학기 첫날부터 기분이 좀 그랬겠다. 선생님께서 제일교회 근처에 사는 사람 손들어보라고 했을 때, 넌 솔직하게 손을 들었을 뿐이잖니? 그런데 선생님께선 다리를 저는 영택이 가방을 들어다 주라고 시켰잖아. 그것도 일년 동안이나 말야. 석우야, 너 무지 속상했겠다. 그런 일을 시키신 선생님도 미웠을 거야. 이 형도 하기 싫은 일을 누가 억지로 시키면 엄청나게 짜증나거든? 아마 어른들한테 그런 일을 시키면 서로 안 하려고 미룰 걸?

하기 싫은 일도 참고 해낼 줄 아는 착한 석우야!
맨 처음엔 영택이의 가방을 들어 주는 일이 귀찮고 짜증스러웠지만, 문방구 아저씨랑 다른 사람들이 착한 일을 한다고 칭찬해주니 기분이 좋지? 어깨도 으쓱거려지고 말이야. 하지만 남을 도울 때는 무슨 대가를 바라고 하면 안 되는 거야. 너도 알지? 물론 너한텐 그런 나쁜 마음이 없다는 거 잘 알아. 네 맘은 그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깨끗하니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엔 대가를 바라는 마음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 항상 조심해야 돼. 알았지?
석우야, 지금은 좀 힘들지만 곧 보람을 느끼고 긍지를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너의 아빠가 그런 착한 일을 딱 일년만 하라고 말씀하실 땐 참 섭섭했단다. 아빠는 석우의 착한 마음을 아직도 잘 모르시나 보다. 그렇지?

친구의 아픔과 외로움을 감싸 줄줄 아는 석우야!
길을 지나가던 할머니들이 영택이를 보고, “저런 자식은 없는 편이 낫다”고 말했을 때 화가 치밀어 올랐지? 이 형은 석우보다 훨씬 더 화가 났었어. 이 세상의 어떤 사람이든 한번 태어난 생명은 다 소중한 건데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시다니......
석우야, 네가 영택이의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고 고민을 한 건 나도 이해가 돼. 생일선물을 살 돈이 없어서 그랬지? 하지만 선물이라고 해서 꼭 새로 사줘야만 되는 건 아냐. 네가 읽던 손때 묻은 동화책이나 게임CD 같은 것도 괜찮았을 텐데 왜 엄마한테 거짓말을 했니? 그래도 나중에 필통을 싸게 산 건 잘한 일이었어. 영택이도 너의 마음을 이해 해줄 거야.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어쩜 그럴 수가 있니? 친구가 장애인이라고 해서 생일파티에도 참석하지 않다니 말이야. 장애인도 다 똑 같은 친구란 걸 그 애들은 모르나 봐. 우린 장애인들을 내 몸 같이, 내 형제 같이 아껴줘야 한다고 생각해.

잘못한 걸 알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석우야!
영택이가 너의 우정에 보답하느라 용돈을 모아서 네가 갖고 싶어했던 파카를 선물해줬을 때, 기분이 어땠니. 좋았지? 꼭 날아갈 것만 같았지? 꼭 무슨 보답을 받아서가 아니라 영택이의 우정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을 거야. 그 모습을 본 이 형도 기분이 참 좋았어. 더군다나 방학 때 받은 다리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서, 영택이가 목발을 버리고 제 힘으로 걷게 됐을 때엔 눈물이 날만큼 좋았어.
하지만 네가 3학년이 된 첫날, 영택이 가방을 들어다줄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학교로 줄행랑을 치는 모습을 봤을 땐 너무 실망스러웠어.
‘아, 석우가 아직도 영택이를 부끄럽게 생각하는구나!’
그런데 하필이면 바로 그 날에 교장 선생님께서 모범상을 주실 건 또 뭐니? 이 형은 네가 어떻게 나오나 궁금했어. ‘이놈, 어디 상을 덥석 받기만 해 봐라. 혼쭐내줄 테니......’ 하고 별렀어.
하지만 네가 상장을 받지도 못하고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을 땐, 괜히 내 콧등이 시큰해지는 거 있지? 사실 넌 상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었거든. 오늘 하루만 실수했을 뿐이지.
하지만 괜찮아. 누구나 다 한 번쯤은 실수를 한다고 생각해. 똑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지. 넌 네 잘못을 금방 깨닫고, 다시 한 반이 된 석우의 가방을 들어주기로 했잖아. 그것도 졸업할 때까지 말이야.
석우야, 이 형은 네가 졸업한 후에도 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두 팔 걷어붙이고 도와줄거라 믿어. 석우야, 공부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부디 그늘진 사회를 비쳐주는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래.

석우의 착한 마음에 감동한 영우 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