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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슬픈 나막신을 읽고
작성자 신지원 작성일 2003-03-16
작성일 2003-03-16
제가 Yes24에서 엄마의 아이디로 올린겁니다.
엄마의 아이디는 limsunjae입니다.
슬픈 나막신을 적극 추천합니다..

일본이 2차 세계 대전에 패망하기 직전의 상황에서 고아된 남매의 이야기이다.
혼마찌라는 작고 가난한 마을엔 일본 사람, 조선 사람이 섞여 살아간다.
초등학교 3학년 인준이와 스즈꼬, 용이와 분이, 그리고 에이꼬. 사소한 일로
아이들은 치고받고 싸우기도 하지만 금세 잊고 다시 어울려 논다.
준이는 남몰래 독립운동 하는 큰형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작은형이 징용되어
일장기를 흔들며 떠나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분이는 술장사를 하는
어머니한테 매일 두들겨 맞으면서도 고철을 주워 번 5전을 어머니한테 준다.
어머니가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서 분이는 그토록 열심히 쇳조각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푹 꺼진 배를 잡고 놀다 하늘이 핑 돌아 쓰러져 버리는
에이꼬. 하얀 눈이 혼마찌를 소복하게 덮던 날, 아이들은 에이꼬의 영구차를
떠나보내야 했다. 동네가 온통 폭격을 맞아 폐허가 되었어도 푸른 들판을
꿈꾸며 연극놀이를 하는 아이들, 먹을게 없어 배 곯는 아이들, 여동생이
바니 드롭스를 좋아하는데 다 떨어지자 사탕통에 물을 넣고 흔들어 단물을
먹고 좋아하는 모습, 엄마의 죽음을 여동생에게 알리지 않고 그 슬픔을
참으며 운동장 철봉에서 몇바퀴씩 돌기만 하는 오빠. 희멀건한 감자죽만
떠먹더라도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고 아이들은 생각한다. 전쟁이 모든
사람에게 이렇게 큰 아픔을 줄지 몰랐다.
6.25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어 했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그러고 보면 지금의 나는 물질적으로 너무 풍요로워서
가난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갖게 해주신 권정생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전쟁에 찌들어서 사는 아이들의 모습은 내 가슴을 정말
아프게 했다...

인상깊은 구절: 비가 그치고, 그리고 지루하고 고달픈 전쟁도 끝나야 한다.
감옥에 갇힌 아버지가 돌아오고, 어머니가 오셔야 한다. 불탄 자리를 깨끗이
치우고 살고 싶다. 동생 스즈꼬도 찾아야 한다. 까까머리 인형이 들어줄지도
모른다. 일본도, 미국도,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저 종이로 만든 인형이
해 줄 것만 같았다. 지금, 이 비 내리는 골목골목마다 아이들은 까까머리
인형을 만들어 놓고 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게다. 한결같이 같은 마음
으로 손모아 빌고 있을 것이다. 남을 때려눕히고 나 혼자만 살자는 어른들의
비뚤어진 마음과는 다르다. 아이들은 칼을 들지 않고도, 총을 겨누지 않고도, 폭탄을 떨어뜨리지 않고도, 조용히 그러나, 가장 아프게, 쓰라리게, 기도로써 눈물겹게 싸운다.
출처: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