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선택 > 권장도서 > 초등5~6

권장도서

아주 작은 개 치키티토

지은이
필리퍼 피어스
출판사
시공주니어
페이지수
232
대상
초등 5
개를 키우고 싶은 벤은 개를 갖게 되지만 소망하던 개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하지만 쫓아버린 개가 멀어지는 순간, 가질 수 있는 것을 갖지 않으면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골과 도시의 풍경, 가족들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여러 이야기가 하나로 마무리되는 좋은 이야기 구조를 가졌다. 미디어 서평 개를 키우고 싶은 아이에게 ‘이번 생일 선물로 개가 어떻겠냐?’(본문 13쪽) “야호!” 벤은 환호성을 질렀다. 벤의 소원은 개를 키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외할아버지가 이번 생일에 개를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아니, 꼭 말로 약속을 한 것은 아니지만, 서둘러 하는 귓속말, 의미 심장한 눈짓 등이 오갔고, 그 정도면 약속을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요 몇 달 동안 벤은 자나깨나 개 생각만 했다. 친구가 되어줄 어른스럽고 영리한 동물은 개 뿐이었다. 햄스터도 이구아나도 비둘기도 아닌. 벤은 정말 개를 갖고 싶었다. 할아버지는 어떤 개를 선물로 줄까? 벤은 모든 종류의 개를 머리 속에 떠올리며 마음껏 상상을 하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개에 대한 책들을 보며 가장 멋진 놈을 골라 보기도 했다. 그 열망이 너무나 절실해서 어느날부터인가 눈을 감아도 벤의 눈앞에 개가 환히 떠올랐다. 아니, 또렷이 보였다. 개는 문득 앞다리를 쭉 뻗은 다음, 뒷다리를 하나씩 뻗어 탈탈탈 흔들었다. 그리고 나서 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 개는 치와와종의 ‘아주아주 작은 개’ 치키티토였다! 그날 이후, 벤은 어디서건 눈을 감으면 치키티토를 만날 수 있었다. 키치티토는 눈덮힌 벌판에서 늑대떼와 용감하게 싸우기도 하고, 지하철 안에서 얌전히 벤의 발치에 와 서 있기도 했다. 작고, 용감하고, 영리한 개 치키티토는 언제나 벤과 함께 있었다. 그러나 눈을 떠보면 사라지고 없고…. 개를 키우고 싶어하는 그 또래 아이들의 마음이 절절하게 와 닿는다. 상상 속에서 밖에 마음에 드는 개를 기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손에 잡힐 듯 실감나고, 그러한 일을 치러내면서 부쩍 자라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하고 미덥다. 세밀하고 차분한 묘사가 아이의 심리 상태를 환히 그려내면서 등장하는 인물 하나 하나에 따뜻한 체온을 불어넣는다. 생일날에도 성탄절에도 무조건 개를 선물해달라고 떼쓰는 아이라면 3학년 이상만 되어도 기쁘게 읽을 수 있겠다. <동아일보 책의향기 아침햇살아동문학회 01/03/24> 그림 속에서 불쑥 뛰어나온 내 친구 우리 인간들과 가장 친숙한 동물은 무엇일까. 소통이라는 부분을 과감히 생략하고도 우리와 충분히 교감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은 바로 ‘개’일 것이다. 특히 아이들과의 각별한 교감 때문에 개는 종종 동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한다. 필리퍼 피어스의 이 책도 개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 동안 여러 동화에서 경험한, 의협심 강한 개가 펼치는 모험담이나 개와 아이들 간의 깊은 애정과 교감을 그린 정도의 그저 평이한 이야기에서 멀찍이 비켜나 있다. 현대 판타지 동화의 걸작인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에서 시간에 대한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사유를 펼쳐 보인 바 있는 작가는, 이 책에서도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삶의 비밀 한부분을 넌지시 귀띔해 준다. 소년 벤은 생일선물로 개를 받을 기대에 부풀어 있다가 그것이 좌절되자 크게 상심한다. 꿈과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고 그것을 끝내 이룰 수 없다는 절망감은 벤을 익숙한 것들로부터 철저히 고립시킨다. 벤은 자기 혼자만의 세계로 깊숙이 침잠하면서 현실로부터 멀어지고 차츰 공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리고 현실에서 잃어버린 꿈을 공상의 세계에서 이루려고 한다. 벤이 자신의 공상 속에서만 소유하고 있는, 그래서 눈을 감아야만 보이는 아주 작은 개 치키티토는 바로 우리가 지닌 열망의 한 모습이다. 열망은 우리 삶을 끊임없이 달아오르고 들뜨게 만들며, 현실에서의 좌절과 절망은 삶을 열망으로 가득 채우도록 자극한다. 벤이 치키티토의 존재를 확신했던 것처럼, 열망의 절박함은 공상 속의 존재마저도 현실의 한복판으로 끌어내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결국 현실의 폭력적인 힘 앞에서 열망은 금세 무력해지고 만다. 몽유의 상태에서 열망을 좇던 벤은 교통사고로 인해 비로소 공상의 세계에서 깨어나 현실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열망은 끝내 식지 않았고 단지 벤을 따라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 ‘존재하지 않는 개’를 가졌던 벤은 구체적인 노력 끝에 마침내 현실에 ‘존재하는 개’를 갖게 되지만, 그것의 보잘것 없음에 크게 실망한다. 그러나 열망하던 바를 온전히 이룰 수 없음을 깨닫고 곧 자신이 처한 현실을 긍정하게 된다. 한 소년이 개를 가지고 싶어하는 심리를 모티브로 한 이 책은 아이들의 보편적인 심리에 호소하며 은근한 흡인력을 지닌다. 아이들은 지금 자신이 겪는 일과 흡사하다고 맞장구를 칠 것이며, 당장은 못 알아차릴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먼 훗날 이 책이 전하는 삶의 비밀을 홀연 깨닫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00/04/29 신형건(아동문학가·치과의사)>
다음글
악어클럽
이전글
시간의 주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