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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지은이
박원순
출판사
한겨레신문사
페이지수
349
대상
소크라테스의 재판, 예수의 재판, 중세 마녀의 재판, 드레퓌스의 재판 등 인류의 양심을 시험했던 10개의 재판이야기를 통해 신념과 타협, 정의와 불의, 생과 사의 인간드라마를 보여준다. 당대의 법정에서는 죄인으로 몰려 처형당했으나 ‘역사의 법정’에서 부활해 성인이나 영웅으로 추대받는 ‘역전의 드라마’가 있음을 밝힌다. 저자(참여연대 사무처장)가 90년대 초 영국 등에서 수집한 자료로 저술. 미디어 서평 역사 속의 법정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80년대 어느 진보적 출판사에서 법정 최후진술을 모아 책으로 낸 적이 있었다. <역사가 우리를 무죄로 하리라>. 바티스타 독재정부에 맞서 일으킨 무장봉기에 실패한 젊은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가 쿠바 법정에서 던진 최후진술에서 따온 구절이다. 한국의 인권과 민주주의가 독재정부의 어둠 속에 짓눌려 있던 때 민주화투쟁을 벌이다 재판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한국의 젊은이는 재판장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영광입니다.” 그들은 당시 재판에서 패소했으나 역사의 재판정에서는 결국 이겼다. 우리 시대 대표적인 진보적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 활약하는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라는 제목으로 역사의 재판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아엮었다. 이 역사의 법정에 선 피의자 중 ‘마녀’나 ‘페탱’, <채털리 부인의 사랑> 등을 제외하면 소크라테스나 예수, 토머스 모어, 잔다르크, 갈릴레이, 드레퓌스, 로젠버그 부부 등의 피의자는 ‘평범’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을 펼치는 순간 그런 기우는 사라진다. 지난 91∼93년 미국과 영국에서 역사적인 재판 기록에 빠져든 지은이는 율사로서의 치밀함을 발동해 널리 알려진 사례를 깊이 파고든다. 풍부하고도 구체적인 사례를 인용하고 사실에 대한 다각도의 시각과 학설들을 동원해 우리를 역사적 법정의 생생한 현장으로 이끈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이중적 진술을 지적하거나, 법정에 선 갈릴레이와 브루노의 태도를 비교하고, 예수 재판의 사실성 여부를 검증하며, 페탱 재판의 복잡다단함을 세밀히 묘사하는 데서 그런 엄밀한 태도는 잘 드러난다. 참고로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라는 책 제목은 토머스 모어가 단두대에서 목이 잘리기 직전 했다는 말에서 따왔다. 그는 단두대에서 이런 말도 남겼다. “내 수염은 잘리지 않도록 하게. 수염은 반역죄를 저지른 적이 없으니까.” <한겨레21 99/11/18 김은형 기자> 진실앞에선 죽음 마저도 아름답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막 수립한 이스라엘 법원에 한 건의 재심사건이 접수됐다. '피고인 나사렛 예수. 나이 33세. 직업 전직은 목수. 지금은 무직. 죄목 신성모독죄, 반역죄. 공소사실 자칭 하느님의 아들로 행세하면서 무리를끌고다니며 사술(訂術)로 이적(異蹟)을 행하고 제사장과 성전(聖殿)을 함부로 비난하는 등 하느님을 모독하며 동시에 유대의 왕으로 군림하면서 해방자인 양 혹세무민하여 대로마황제에 반역한 자임' 제국주의 로마가 식민지 이스라엘의 백성 예수 그리스도에게 내린 사형 심판을 다시 재판하도륵 요청하는 소장이었다. 서기 33년. 유월절 축제를 하루 앞두고 체포된 예수는 24시간의, 재판이라기보다는 즉결 처분을 거쳐 사형당했다. 지금보면 완전한 불법이며 무효로 돌려야될 재판에 가깝다. 난감했던 이스라엘 최고 재관소는 고민 끝에 67년 결론을 내렸다. 예수에 대한 재판을 다시 열 되 그 재판은 로마의 계승 국가인 이탈리아에서 할 것. 결국 체면은 살리면서 소송은 기각해 버렸다. 현실이 소설보다 더 극적이라는 점을 법정만큼 잘 보여주는 곳도 드물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기기묘묘한 사건과 공방이 언제라도 벌어지는 곳이 법정이고, 수많은 비극과 희극의 장면들, 정의와 불의, 진실과 허위, 무고와 희생, 억압과 저항이 불꽃튀는 각축을 벌이는 자리가 바로 재판장이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박원순 변호사가 쓴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는 법정이 얼마나 큰 불의의 현장이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역사적인 재판의 현장을 추적한 책이다. 책의 제목은 왕위계승과 교황의 권위를 부정하는 영국의 헨리 8세와 왕을 등에 업고 권세를 휘두르던 크롬웰에 맞선 토머스 모어가 도끼로 머리를 잘리기 직전 했다는 전설처럼 전하는 말이다.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이 수재는 20대에 하원의원이 되고 30대 추밀원 의원, 40대 하원의장을 거쳐 50세에 대법관에 올랐지만 부당한 왕권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런던탑에 갇혔다가 참수당하기 전 사형집행관에게 조용히 말했다.'자네 일을 하는데 두려워하지말게. 내 목은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독배를 마시고 죽은 소크라테스, 프랑스의 성녀 잔다르크, 관습에 저항했던 갈릴레이 등의 재판과 외설과 예술의 시비를 불러 일으켰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의 로맨스, 인류의 양심을 시험했던 그레퓌스 등의 재판이 소개돼있다. 100만 중세 여성들을 화형대 위로 몰아갔던 마녀재판도 한 장을 차지한다. 지은이는 90년대 초 영국과 미국 유학 시절 모았던 자료와 연구서를 바탕으로 당시 재판정의 생생한 증언과 갑론을박을 흥미진진하게 엿보게 만들고 있다. 읽는 이를 사뭇 감동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은 사건마다 보여주는 '원인'들의 태도다.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진실을 지켰던 사람들의 논리정연하고 용기있는 발언,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자들이 역사에 어떤 오명을 남기고 퇴장했는지까지 추적할 수 있다. 빠르고 군더더기 없는 지은이의 글 솜씨도 책을 읽는 맛을 더했다. <한국일보 책과세상 99/11/9 김범수 기자> '현실법정선 졌지만 역사법정선 승리했다.' 법원 건물 주변에서는 칼과 저울을 든 '정의의 여신상'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여신이 오른손에 들고 있는 저울은 형평성의 상징으로 법에 따라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는 판결을, 왼손의 칼은 법의 엄정한 집행을 의미한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통해 볼 때 법원은 정의의 여신상에 담겨 있는 숭고한 뜻을 외면한 채 권력의 편에 서 민중에게 재갈을 물리고 거짓으로 진실을 압도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인 박원순 변호사가 쓴 '내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는 정의와 진실을 옹호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역사적 인물 10명의 법정 드라마를 꼼꼼하게 복원해낸 저작이다. 박 변호사는 이 책에서 거짓의 가면을 쓴 현실의 법정에선 패배했으나 역사의 법정에선 당당한 승리를 거둔 소크라테스·토머스 무어·갈릴레이·드레퓌스·잔 다르크·로젠베로크 등 역사적 인물들의 고난에 찬 생애와 재판 및 처형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불후의 뎡저 '유토피아'를 남긴 토머스 무어는 '곤경에 처한 모든 사람의 보호자'로 불린 법관이자 해박한 지식을 갖춘 인문학자였다. 재무차관·하원의장을 거쳐 53세 때 태법관에 올랐뎐 그는 세속의 단맛떼 빠지지 않으려 법복 안에 거진 모직셔츠와 말총으로 만든 속옷을 입으며 스스로를 다스렸다. 무어는 헨리8세의 재혼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반역죄가 적용돼 런던탑에 수감된다. '양심을 속이지 않았기에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한 그는 단두대에 올라가서도 사형집행관에게 '내 목은 짧으니 잘못 치지 않게 조심하게'라고 했다고 한다. 군사기밀 문서를 작성했다는 누명을 쓰고 종신형에 처해졌던 프랑스 포병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 밀실 속에 갇혀 있던 그의 진실은 당대의 저명한 작가 에밀 졸라가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한 '나는 고발한다'로 세상에 폭로됐다. 졸라는 이 공개장에서 '진실이 행군하고 있고 아무도 그 길을 막을 수 없다. 땅 속에 묻힌 진실이 폭발하면 세상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것'이라고 썼다. 결국 드레퓌스는 '진실과 거짓의 싸움'에서 승리했으나 국가모독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졸라는 망명길에 오른 뒤 1902년 숨을 거뒀다. 53년 원자폭탄 제조와 관련된 기밀을 소련에 빼돌렸다는 이유로 체포돼 사형당한 미국의 과학자 로젠베르크와 그의 아내 에델은 극우 파시스트들의 '희생양'이었다. 로젠베르크 부부를 변호했던 블로흐 변흐사는 '미국정부는 돌같은 심장과 굳어버린 눈, 살인자의 영혼을 갖고 있다. 미국은 광기와 비이성, 야만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고 말 것'이라고 외쳤으나 그들의 구명에는 실패했다. 이밖에 이 책에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외친 뒤 절명한 갈릴레이, '채털리부인의 사랑'을 펴내 외설논쟁을 촉발시킨 D H 로렌스, 프랑스 현대사에 영욕의 긴 그림자를 드리운 비시정권의 수반 필리페 패탱 등이 벌인 '세기의 재판'에 관련된 일화가 실려 있다. 박변호사는 '정의의 수호자들을 법정에 세워 모욕하고 처형했던 자들은 역사에 오명을 남긴 반면 희생자들은 역사의 물줄기를 크게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책마을 글밭 99/11/2 박구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