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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페이건 교수가 스케치한 고고학 풍경 29가지

지은이
페이건
출판사
일빛
페이지수
276
대상
이 책은 현대 고고학의 실체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지금까지 주로 발굴에 얽힌 이야기가 고고학 서적의 주종을 이루었던 우리 현실에서 단연 돋보이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십계>세트의 발굴, 선사시대의 천장화, 식인풍습, 도굴꾼, 셰익스피어가 배우로 활동했던 로즈 극장의 재건축 문제. 오만한 고고학자와 고고학의 추악한 비밀에 대한 페이건 교수의 <진실한> 에세이이다. 미디어 서평 첨단과학이 펼치는 현대 고고학의 세계 19세기 후반 독일인 하인리히 슐리만은 미국 캘리포니아 금광채굴에서 번 큰돈을 토대로 터키 북서부에서 트로이 유적을 발굴했다。 1차세계대전 직전 유프라테스강유역에서 히타이트유적을 발굴한 영국의 고고학자 레너드 율리는 인부들에게 총을겨누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돈과 카리스마와 귄력을 밑천 삼아 유적발굴에 참여한이들은 발굴의 낭만과 흥분을 지닌 과거 고고학자들의 전형이었다。발굴이 고고학의전부인 시대는 지났다。현대 고고학자들은 첨단과학을 이용해 「옛 사람의 흔적」을 찾아나선다。 그들은 2백50만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인류역사의 세세한 부분을 파헤치는가 하면, 산업혁명 시기의 공장지대, 심지어 현대도시의 쓰레기까지 연구한다.현대고고학의 세계로 안내하는 입문서。 고고학의 연구방법론, 유물 보존의 문제, 고고학자들의 직업윤리, 현대고고학의 쟁점 등이 일화 중심으로 흥미있게 소개되고 있다。저자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교수. <경향신문 97/8/15 조운찬 기자> 하인리히 슐리만. 독일 고고학자. 미국 캘리포니아 골드 러시때 떼돈을 번 뒤 은퇴했다. 그리고 1871년 터키 북서부에서 어린 시절 읽은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에 나오는 트로이의 유적을 발굴해 트로이가 실존했던 도시임을 입증했다. 슐리만은 낭만과 모험으로 점철된 고고학자의 전형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인디애나 존스」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요즘 그런 고고학자는 없다. `오늘날의 고고학은 (고대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나 트로이에서 땀을 흘리며 발굴하던 빅토리아시대(1832∼1901년) 고고학자들의 작업과는 아주 다르다. 대부분의 연구는 실험실에서 진행하며 현장에서는 현미경으로 작업한다. 고고학자들은 인류학자이자 역사학자이며, 과학자인 동시에 여러 전문 분야를 다루는 연구자다. 그들은 25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인류 역사의 세세한 부분을 파헤치는가 하면, 산업혁명 초기의 공장지대, 심지어 현대도시의 쓰레기까지 연구한다.` <페이건 교수가 스케치한 고고학 풍경 29가지>는 이처럼 달라진 현대 고고학의 이모저모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필자인 브라이언 페이건은 미국 캘리포니아대 산타바바라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로 고고학 대중화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현대 고고학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 하나. 크리스틴 해스토프는 스페인 침략 이전 남미 안데스 산지에 살던 사우사 사회의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관해 흥미로운 이론을 발표했다. 잉카제국에 침략당하기 전에는 남녀의 지위가 대등했던 반면 그 후에는 여성이 훨씬 열악한 위치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사우사 사회가 잉카제국에 정복당하기 전과 후로 나누어 발굴지에서 나온 잔해들을 면밀히 조사하고 유골들에 대해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잉카지배 이전에는 남성과 여성이 먹는 음식물이 동일했고 그 후에는 전체 옥수수 소비량은 늘었지만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먹었음이 드러났다. 고기도 남성이 더 많이 먹은 것으로 밝혀졌다. 해스토프는 이러한 식생활의 차이는 변화한 정치풍토를 반영한다고 보았다. 사우사 사람들은 더 큰 집단인 잉카제국에 속하게 되면서 남성이 주로 집단을 이끌게 됐고 따라서 여성들은 더 고되게 일하면서도 사회적 지위는 더욱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미토콘드리아 DNA 유전자 분석을 통한 인류의 조상논쟁, 최초의 아메리카 원주민 논쟁, 해양고고학 등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꼬리를 문다. <한국일보 97/08/13 이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