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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지은이
조병준
출판사
그린비
페이지수
140
대상
1998년, ‘오후 4시의 평화’, ‘나는 천사를 믿지 않지만’이란 2개의 부제를 달고 그린비와 박가서장에서 각각 출간됐던 <제 친구들과 인사하실래요?>가 재출간됐다. 그동안 박가서장에서 나온 <...-나는 천사를 믿지 않지만>은 절판상태였는데, 그린비에서 판권을 인수해 다시 펴낸 것. '페이퍼' 등에 위트있는 글을 연재하기도 했던 조병준씨의 이 책은, 인생이라는 길을 걷다 그가 만난 인연들에 대한, 또한 그 인연들을 통해 행로가 바뀐 자신의 삶에 대한 기록들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망 속에서 느끼는 상처와 아픔, 진심어린 위로와 따뜻한 우의 등이 한가득 담겨져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저자의 유럽 여행 도중, 또는 그가 1년여 동안 자원 봉사자로서 체류했던 캘커타 <마더 테레사의 집>에서 사귀었던 친구들이다. 초면인 그에게 차가운 물 한 잔과 따뜻한 잠자리를 마련해 준 알브레히트와 모니카 부부, 그에게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한 경건함과 과욕하지 않은 체념을 일깨워 준 비쁠로, 따뜻한 가슴으로 타인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안디 등의 이야기가, 고요하면서도 커다란 울림을 전한다. 긴 여행을 통해, 아니 그 과정에서 만난 인연들을 통해 지은이가 체득한 것은 아주 상식적인 진실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주는 것만큼 기꺼이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내가 남을 돕는 행위를 통해 느끼는 행복을 자연스럽게 긍정하라는 것이다. 미디어 서평 <나눔 나눔 나눔>을 지난해 출간하면서 본문에 여러 활자체를 혼용하며 과감한 세로 제목에 빨강·갈색으로 두 개의 표지디자인까지 시도했던 ‘튀는 저술가’ 曺秉俊(조병준.37)씨. 각종 문화관련 글을 발표해왔던 그가 인도와 유럽여행에서 만났던 친구들과의 `연’을 담은 책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두 권을 펴냈다. 같은 제목으로, 그러나 두 출판사에서 책디자인과 부제를 달리해 출간된 <나는 천사를 믿지 않지만>과 <오후 4시의 평화>. `여행을 거듭 할수록 사람안으로의 여행에 각별한 재미와 보람이 컸습니다. 장기간 생활하면서 친구들로부터 내가 얻었던 무엇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좋은 친구는 대개 또 자신의 좋은 친구를 소개시켜주지 않습니까.` 그가 2권의 책에서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친구들은 모두 18명. 서울 지하철에서 처음 만났던 스페인계 신부 안토니오, 스위스 여행중 사귄 독일인 알브레히트부부를 빼고는 그가 90년대 들어 세 차례에 걸쳐 12개월여 인도 캘커타에 체류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다. ‘마더 테레사의 집’ 산하시설인 프렘단과 칼리가트에서 자원봉사하면서 만났던 세계 각국의 자원봉사자와 인도인 환자를 통해 그는 삶의 인연과 나눔의 관계를 푸근하고 정감있게 풀어낸다. `관광객으로 인도에 갔다가 처음 캘커타의 공동체에 들어가게 된 것은 우연이었어요. 언뜻 끔찍해 보이는 그곳에서 새벽부터 열심히 자원봉사하는 젊은이들을 알고 싶었어요. 여러달 함께 생활하는 가운데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이 바글바글하는 그곳에서, 빨래하고 청소하고 단순하게 살면서 행복을 느꼈지요.` 대학 졸업 후 `젊은날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을 지도 모르는 어떤 일을 찾아` 1년기한의 비행기표를 사서 캘커타를 찾아 자원봉사활동하는 프랑스여성 로르, 그에게 목걸이 하나를 전해준 다음날 하늘나라로 갔던 꾀쟁이 환자 비쁠로. `캘커타공동체에서 작은 일에도 기뻐하는 태도와 한달 1백달러 정도로 생활하며 가난한 삶에도 익숙해졌습니다. 아무리 작은 것일망정 주고 받는 기쁨을 그곳에서 배웠습니다.` 책의 인세중 일부를 캘커타공동체에 보내며, 비행기표 값이 모이면 또 그곳을 찾아갈 계획이다. <문화일보 02/08/09 신세미 기자> 많은 사람들이 부쩍 인도를 찾는다. 속도와 효율만 숭상하는 세상과 다른 무엇을 기대해서 일 것이다. 스스로를 '글 쓰는 이' 라고만 불러달라는 조병준(38)씨도 최근 인도까지 활동 무대를 넓힌 '역마살' 의 무리에 합류했다. 그러나 그가 인도에서 얻은 깨달음은 명상이나 수도를 통한 게 아니라 고통에 울부짖는 환자들 속에서 얻은 것이다. 그는 90년 첫 인도 배낭 여행 때 숙소에서 우연히 만난 미국 여행자의 권유로 테레사 수녀가 세운 영아 치료 기관 슈슈바반을 방문했다. "뼈만 남아 깃털처럼 가벼운 아이를 안아주는 일은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분노와 무기력감만 일깨워주는 고통스런 체험"이었다. 그러나 이 체험은 그를 인도와 묶어놓는 끈이 됐다. 93년 12월 두 번째 인도 행에서 그는 납부 마드라스를 여행하고 싶었지만 캘커타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마드라스행 차표를 구하지 못해 하루 머문 캘커타에서 그는 유럽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을 만났다. 그들에 이끌려 간 칼리가트란 곳도 '테레사의 집' 가운데 하나인 행려병자 치료 기관이었다. 그는10일의 체험으로 그치려 했다. 그러나 산사람의 다리에서 수백 마리씩 기어 나오는 구더기를 핀셋으로 집어내는 20대 자원 봉사자들을 보면서 선뜻 떠날 수 없었다. 석달 동안 청소 따위의 자원 활동을 했다. 94년 11월 세 번째 인도 행은 처음부터 칼리가트로 향했다. 이번엔 아예 간호 팀에 들어가 환자의 몸에서 구더기도 집어내고 죽은 이의 몸도 씻겼다. 고된 일과를 마친 뒤 세계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과 '노닥거리는' 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들 사이의 풀리지 않는 의문은 "'왜 인간이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할까'였다. 그에 대한 답은 여행의 끝 무렵 찾아왔다. 귀국 전 네팔로 트레킹을 갔다가 병명도 불확실한 열명을 얻었다. 앓아 누워 있는 동안 누가 도와주는 것만도 눈물겹게 고마웠다. 이 때 문득 이런 깨달음이 왔다. "고통을 통해서만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최근 인도에서 만난 친구들 이야기18편을 아홉 편씩 사이 좋게 나눠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라는 제목으로 두 출판사에서 나란히 펴냈다. 부제는 각각 '나는 천사를 믿지 않지만'(박가서장 펴냄)과 '오후 4시의 평화'(그린비 펴냄)다. 그는 이 책의 인세 12%를 여섯 등분해 다섯 등분은 △캘커타에 있는 테레사의 집 △인천.안산에 있는 테레사의 집 △국내 외국인 노동자 단체 △북한 동포 돕기 성금 △고아원으로 보낸 뒤 자신은 2%만 '챙길' 계획이다. "내가 자유를 누리는 대가로 옆 사람은 고통을 받는다"고 믿는 그는 그 때문인지 아직 독신이다. "안정된 삶과 자유 두 가지를 다 가질 순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세상은 공평 하죠. 난 아직 자유를 택하고 있습니다." <한겨레신문 98/02/26 이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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