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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생물의 다살이

지은이
권오길
출판사
지성사
페이지수
299
대상
'다살이'란 자연생태계의 공생하기. 기생하기 등 더불어 같이 공생공존의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다살이는 '다'의 사전적인 의미 대로, 모조리, 전부라는 뜻과 무엇에 종사하여 기 거하여 살아간다는 '살이'의 복합어이다. 넘치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는 생물들의 다살이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저자의 의도가 담겨 있는 책이다. <강원일보><길>< 레일로드><가정의 벗> 등에 연재한 글과 새로 쓴 것을 묶었다. 심해생활에서 히말라야 고산 생물까지, 생명의 기본물질인 DNA에서 몸길이가 18미터나 되는 오징어의 세계, 암 수가 힘을 합쳐 똥덩어리를 굴리는 쇠똥구리, 새끼 올챙이를 꿀꺽 감켜 위 속에서 키우는 '위개구리'의 지고지순한 모성애에서 모래 파 알만 낳아놓고는 바다로 가버리는 거북이어 미 등 주변의 생물에 관해 애정어린 시선으로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미디어 서평 권오길 강원대 교수(56·생물학)는 생물을 통해 세상을 읽고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학자다. 생물의 공생에서 더불어 살기를 배우고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치열한 경쟁사회의 논리를 깨우칠 수 있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생물의 죽살이> 등 생물학 관련서를 펴내 좋은 반응을 얻었던 권교수가 지난 1년동안 틈틈이 쓴 글들을 묶은 <생물의 다살이> 는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사는 생물들의 세계를 탐색한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다살이` 는 `모두`, `전부` 라는 뜻의 `다` 와 `살이` 를 합친 신조어. 권교수는 이 책에서 다른 생물과 공생 혹은 기생하며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며 어울려 사는 생물들의 다양한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생물의 세계는 인간들이 사는 세상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죠. 인간 역시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물들의 한 종에 불과합니다. `만물개유위`(만물은 제자리가 있다는 뜻)라는 말이 있듯이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만 인류는 앞으로도 자연의 혜택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게 될 겁니다.` 권교수가 들려주는 생물의 다살이에 얽힌 얘기는 실로 오묘하다. 몸길이가 무려 18m나 되는 오징어의 생존전략, 쇠똥구리의 절묘한 똥덩어리 재단·운반·알낳기, 말벌이 잡아온 배추벌레를 도둑질해 살아가는 기생벌, 새끼를 위속에 넣어 키우는 위개구리의 뜨거운 모성애, 유충과 성충이 먹이경쟁을 피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배추흰나비 등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마저 불러일으키게 한다. 또 무더위가 계속될 때면 땅속에서 2년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티는 사막의 개구리,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고 살아나 `결초보은` 이란 고사성어까지 만들어낸 다년생풀 그령, 태풍이 몰아쳐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견고한 집을 짓는 까치, 먹이사냥에서 허탕치고 돌아와 배곯는 동종 박쥐에게 십시일반으로 피를 조금씩 토해 먹이는 멕시코의 흡혈박쥐 등의 얘기도 흥미롭게 읽힌다. `숲은 결코 큰 한 그루의 나무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소나무·참나무의 교목밑에 진달래·조팝나무 등의 관목과 그 아래에는 고사리·이끼·은방울꽃이 자라고, 달팽이·지렁이·노린재가 기어다니고 버섯과 곰팡이가 득실거려야 온전한 숲이 조성되는 거죠. 이렇듯 수많은 식물과 동물, 곤충이 끈끈한 연으로 만나 어울려 사는 생태계는 인간들이 사는 세상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어려운 생물학 관련용어를 우리말로 풀어쓰는 일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권교수는 정년퇴임때까지 매년 한 권의 책을 펴내기로 했다. 그가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킨다면 그의 저작은 16권으로 늘어나게 된다.<경향신문 96/08/02 박구재> 새끼 올챙이를 삼킨 뒤 6주동안 굶으면서 위 속에서 새끼를 키우는 호주산 개구리, 말벌을 쫓아주는 대신 나비유충의 항문에서 꿀을 빨아먹으며 공생하는 개미, 쇠똥을 보금자리로 굴려온 뒤에야 암수가 짝짓기를 위한 합방을 하는 쇠똥구리…. 자연계에 존재하는 갖가지 동식물들의 재미있는 생태를 소개하고 있다. 심해 생물에서 히말라야 고산 생물까지 자연이 품고 있는 수십­수만종의 생명은 경외심을 느끼게 할 만큼 제 몫과 제 구실이 있고, 다른 종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되는 생물 중에서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인간의 생리와 행동이 문화적­환경적인 영향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도 흥미있게 그렸다. 자연계의 생물을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하게 이용했던 선조들의 지혜와, 선조들의 그런 지혜가 담긴 인간과 생물간에 얽힌 설화도 소개했다. 저자가 자연과 생물에 보내고 있는 따뜻한 시선은 결국 우리들 삶으로 향하고 있다. 한갓 미물의 생태에도 더불어 사는 지혜가 있듯이 우리 사람들도 도란도란 더불어 살았으면 하는 희망을 호소력 짙게 피력했다.<조선일보 96/08/02 조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