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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한 권으로 보는 한국미술사 101장면

지은이
임두빈
출판사
가람기획
페이지수
359
대상
이 책은 미술평론가이자 화가인 지은이가 5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쓴 책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서술한 우리의 미술사 책이다. 한반도의 문화태동기에 나타난 원시인들의 암각화에서부터 고구려의 고분벽화를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하여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101개의 주요 작품을 위주로 일목요연하게 해설, 부담 없이 읽어나가는 동안 한국미술 5천 년의 역사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선사시대에서 현대미술까지의 한국미술의 흐름을 통사적으로 서술한 이 책은 이제까지 나온 한국미술사와 달리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차이점을 갖는다. 첫째, 이제까지 우리의 미술사 책들은 작품 형식의 설명 차원에 그쳤던 많은 아쉬움이 있었던 바, 왜 그 작품이 예술적 가치가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한 미학적 해석은 전무했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러한 점을 오늘의 언어와 오늘의 시각으로 이해하기 쉽게 밝혀놓았다. 둘째, 한국미술이 지나간 시대의 탁월한 예술적 흔적으로서만이 아니라 앞으로 도래할 새로운 시대의 소중한 미적 비전을 잠재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셋째, 기존의 모든 한국미술사 서술이 항상 조선시대에서 그쳤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보아, 이 책에서는 최초로 한국미술사를 선사시대에서 현대까지 서술했다. 그리고 지은이는 이 책에서 기존의 선입관을 버리고 마치 작품이 만들어졌던 시대의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생생한 직관력을 동원하여 미술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이 책은 최대한 현대적이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깊이 있고 생동감 있게 한국미술사를 서술하면서, 기존의 선입관을 버리고 마치 작품이 만들어졌던 시대의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생생한 직관력을 동원하여 미술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는 지은이가 미술 유적지 현장에서 직접 보고 그린 유적지 풍경그림도 몇 점 실려 있다. 사진과 달리 그림은 우리의 미술 유물에 대한 예술적 이해를 더욱 깊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 서평 한국미술에 넘치는 자신감 ``이 그림에 등장하는 대상은 어느 것 하나 정지해있는 것 없이 끊임없는 운동감 속에 놓여 있다. …이렇게 대상들의 움직임에 각기 변화를 줌으로써 화가는 화면에 최대한의 역동미를 부여하고 있다``(22쪽). 미술 평론가 임두빈(한국 미학 미술사 연구소 대표)씨는 `한국 미술사 101장면`에서 말 탄 무사들이 호랑이와 사슴을 사냥하는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에 대해 이렇게 해석한다. 그러면서 ``사냥하는 인물들의 호상 연계가 없고 원근과 대소를 고려하지 못했으며 화면의 아무런 공간이나 덮어놓고 나열했다``고 지적한 화가 김용준(58년 `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과 미술사가 이동희(97년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의 견해 를 비판한다. 김용준의 미적 판단기준 자체가 이미 오래 전에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서양 근대의 시각이다. 그가 언급한 원근법과 사물의 대소·비례 관계 등은 현대에 오면서 서양화에서도 배척됐던 가치 기준이다. 산은 사람들에 비해 훨씬 작게 그려지고 사람들도 원근을 무시한 채 크거나 작게 그려져 있다. 즉 고구려인들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을 크게 그리고 그렇지 않은 인물이나 사물은 작게 그려넣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저 유명한 이집트 크넴 호텝 무덤의 벽화에서도 주인공 크넴 호텝이 가장 크게 그려지고 다른 사람들은 작게 그려져 있다. 이런 화법은 고대 이집트 회화의 일반적인 방법의 하나였다. 이를 두고 현대 서양 학자들이 원근이 결여돼 있다고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는 이처럼 비교 미술사적 방법을 동원, 선사시대 암각화에서부터 50년대 현대 미술까지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읽어낸다. 예컨대 고려 불화의 가치를 예술성 보다 예배의 대상으로 해석하는 일부 시각에 대해 이렇게 비판한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나 조각상이나 아폴로, 헤르메스 조각상을 보라. 그것들은 그리스인의 경건한 예배 대상이었던 신상(神像)들이다. 이 신상들은 결코 감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예배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예술적 역량을 최 대한 발휘해 잊을 수 없는 미적 효과를 구현해 놓았던 것이다. 오늘날 그 어떤 서구 미술사가 가신상에서 상의 의미만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단 말인가?``(125쪽). 때로 도전적인, 때로 감상적인 글을 따라가다 보면 회화는 물론 조각 건축 등 우리 미술의 도도한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상태가 아주 좋은 컬러 사진 300여장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한국일보 98/6/10 이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