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선택 > 권장도서 > 청소년

권장도서

아Q정전

지은이
루쉰
출판사
창작과비평사
페이지수
252
대상
신해혁명기 중국사회의 암흑적 현실과 싸워온 루쉰의 중단편집. 봉건의 극복과 근대의 실현을 위해 치열한 고투를 벌여 중국 현대문학의 살아있는 존재로 평가받는 루쉰의 소설들은 민중의 부정적 측면, 봉건적 지배계급이 비인간성, 보수적 지식인의 허위의식 등에 대한 공격적 풍자를 중심으로 비장하게 전개된다. 「광인일기」 「아Q정전」 「고향」 등 10편이 수록되어 있다. 독자서평 근대의 고속철에서 앓는 멀미 루쉰의 <아Q정전>을 펴든 것은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였다. 파김치같은 퇴근길이라 지하철은 꽤나 북적댔고 사람들의 얼굴은 하루치의 피로로 어둡게 절어 있었다.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치들만이 끼리끼리 흥겹게 떠들고 있었을 뿐 중씰해 보이는 사람들은 눈을 감고 토막잠을 청하거나 지하철 곳곳에 널려있는 스포츠 신문에 눈길을 돌리고 있었다. 자리를 먼저 차지하지 못한 아주머니들은 자리에 앉은 승객 무릎맡에 바투 붙어서서 만사 귀찮은 긋 찡그린 채 두 눈을 감은 앞의 승객이 어서 자리를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순환"이라는 표시등을 앞머리에 달고 달리는 지하철이 한 역을 지날 때마다 승객들이 내리고 탔지만 무미건조한 표정과 피로의 무게는 변함이 없었다. 중국 근대 문학의 아버지라고 하는 루쉰의 <아Q정전>. <아Q정전>은 예의 '고전'들이 그러하듯이 몇권씩이나 되는 몸집을 자랑하는 장편 소설이 아니다. 중편, 그것도 단편에 가까운 길이의 중편소설이고 함께 실린 소설들도 모두 단편 소설이다. 중국 근대의 혁명의 바람이 부는 가운데 멀미를 느껴서였을까. 아니면 소설쓰기보다도 훨씬 중하고 긴요한 일이 있다고 여겨서였을까. 그도 아니면 퇴근길 지하철의 승객들이 필사적인 토막잠을 청하듯, 달리는 지하철 승객들 틈바구니에서 애오라지 소설책을 펼쳐들듯, 어떤 절박하고 필사적인 심정이 루쉰을 단편소설 쓰기로 내몬 것은 아니었을까. 장편을 쓰기에는 너무 혼란스런 시절. 역사의 전망은 보이지 않고 눈 앞의 혼돈과 절망에 맞서 싸워야 했던 시절. 숨통을 조여오는 이 시절에 씌여진 작품들이 아Q정전과 그의 단편들이 아니었을까. 한 시대의 지도를 그려내는 일은 커녕, 겨우 숨 쉴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놓기도 버거운, 궁핍한 시대의 작가의 각고의 노력이 아Q정전과 다른 단편들로 맺어진 것이리라. 작품집은 80년대 '성민엽'이라는 필명으로 활발한 평론활동을 펼쳤던 전형준씨의 편역본이다. 그 자체로는 연작도 아닌, 루쉰 전집에서 추려 뽑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을 뿐이지만 일관성 있게 중국 근대의 황량한 살풍경을 보여준다. 각각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세계는 급격한 근대화의 과정에서 밀려나 방황하거나 폐인이 된 옛 지식인(<쿵이지>), 익명의 집단적 폭력과 대중의 무모함에 휩쓸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약>), 그리고 사회변화의 소용돌이로부터 나와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유(浮遊)하는 존재들(<고향>, <복을 비는 제사>)의 세계이다. 이들의 모습은 때로는 리얼리스틱한 필치로, 때로는 우화적인 수법으로(<홍수를 다스리다>, <관문 밖으로>) 그려진다. 특히 이 작품집의 표제작이자 루쉰에게 명성을 안겨준 <아Q정전>의 세계는 혼돈과 무질서, 혁명과 그 사이를 틈탄 기회주의, 그리고 그 모든 과정들을 통해 처절할 정도로 파괴되어 가는 사람들의 심성을 아Q라는 '문제적 인물'을 통해 묘사된다. 작가가 거의 요설에 가까울 정도로 긴 설명을 아Q의 이름을 해명하는데 할애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아Q의 불투명한 정체성을 양각(陽刻)해낸다. 아Q가 스스로 개발한 '정신상의 승리법'은 결국 자기기만에 다름 아니었겠지만, 그런 모습에 울분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소시민의 모습은 하릴없이 근대의 노예가 되어가는 중국인들의 정서를 그 밑바닥까지 드러낸 것이 아니었겠는지. 소위 글로벌리제이션이 지구를 종횡으로 포위하는 시대에 동아시아적 정체성과 '근대달성과 근대극복의 이중과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루쉰의 <아Q정전>이 녹슨 청동거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인터넷서점 http://www.yes24.com / lilygarden 님이 쓰신 서평>
다음글
설국
이전글
삼국지 (전10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