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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남극 일기

지은이
남기수
출판사
황금가지
페이지수
265
대상
중학생이상
이 책은 지은이가 남극 세종 과학 기지에서 근무하던 시절 시작된 글쓰기의 소산이다. 생명의 경이를 뿜어올리는 부두 앞 고래와 펭귄 마을, 수만년을 이어오다가 말없이 스러지는 빙하들... 남극이라는 빙점에 서서 섬세한 글빛으로 묘사해 내는 지은이 자신의 내면과 이웃과 자연을 통해, 우리는 극한 삶의 조건에서도 자연의 지음받은 대로 살아가는 아름답고 작은 생명들을 발견할 것이다. 미디어 서평 우리나라가 미지의 해양자원 확보를 위해 남극대륙 「킹 조지섬」에 7백여평 규모의 「세종과학기지」를 건설한 것은 지난 88년.이 곳에는 지금도 백야의 고독을 잊고 자원확보 첨병 역할 을 수행중인 한국대원들이 있다. 세종기지 월동대장으로 지난 94년 한 해를 남극에서 보냈던 남기수씨(한국해양연구소 책임연구원)가 최근 빙하와 은빛 설원에서 맛보았던 감동과 대원들의 생활상 등을 정갈한 글 솜씨로 담아낸 에세이 「남극 일기」(황금가지 펴냄)를 출간했다. 이 책은 극한 세계의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물들의 움 직임,삶의 모습 등을 차분히 관조하고 있다.생명의 경이를 뿜어올리는 고래와 펭귄 마을,수만년을 이어오다 말없이 스러지는 빙하들,찬란히 빛나지만 어떠한 다스림도 거부하는 설원,그리고 한잔 술을 앞에 놓고 그리운 얼굴에 눈물짓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극지에서의 고적한 시간들은 인간의 한계를 경험하게 만든다.기지의 대원들은 늘 「고립되어 있다」는 의식을 버리지 못한다.자나깨나 불어오는 강풍,해변을 둘러싸고 뱃길을 막아버리기 일쑤인 유빙,빠지면 몇분 이내에 의식을 앗아가는 차가운 바닷물 등은 이들을 가두는 「투명한 창살」이다. 대원들은 이런 악조건을 서로 위하고 양보하는 정신,종교적 명상의 자세로 극복해낸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극지는 이 세상에서 더없이 평온한 곳이기도 하다.사람들에게서 잊혀져 더 잃을 것 없는 텅 빈 상태는 사람들에게 구속에서 놓여난 자유를 맛보게 한다. 그리고 더없이 맑고 투명한 정신으로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저자의 섬세한 글빛은 자연에서 지음받은 대로 살아가는 아름답고 작은 생명들을 노래하고,그 안에서 이뤄낸 내면적 성숙을 보여준다. 저자가 직접 찍은 빙하와 펭귄,기지 대원들의 사진이 남극 정취를 더한다.이 책에는 남극이야기 뿐만 아니라 미국 오하이오 애신스에서의 고단한 유학생활,폐허가 된 고대 유적지에 대한 단상 등 평소 써 놓았던 저자의 글들이 함께 소개되어 있다.<세계일보 98/01/23> 영하 10도 아래로만 내려가도 마음까지 움츠러들고 수십㎜의 눈으로도 교통이 갈피를 못 잡는 것이 우리네 겨울 풍경이다.이럴 때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 가운데 하나인 남극 대륙을 상상해 보면 어떨까. “생명의 잉태도 서식도 용납하지 않는 불모의 곳.어떠한 다스림도 거부하는 불귀의 유적지. 바람의 집요함과 무상한 변덕이 눈과 얼음의 물결로 덮어 나간 벌판.” 지난 1994년 세종기지 월동 대장으로 1년간 남극에서 지냈던 남기수(58·한국해양연구소 책임연구부장) 박사는 남극의 성격을 이렇게 요약한다.최근 내놓은 〈남극 일기〉(황금가지 펴 냄)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대학교 초년생 시절, 열사의 사막과 빙설의 혹한에 마음이 끌리기 시작”한 그는 세종기지 근무 기회가 오자 낚싯밥을 무는물고기처럼 그것을 덥석 받아들인다. 태평양 상공을 날아서 북미 대륙을 횡단하고, 카리브 해를 남행해 남미 대륙 남단까지 종단한 다음,칠레의 군용 수송기를 타고 킹 조지 섬까지 가서는,다시 고무 보트를 타고서야 이르게 되는 세종기지. 〈남극일기〉는 지은이가 1년간의 남극 생활에서 얻은 얼음의 결정과도 같은 글 모음이다. 〈월간 에세이〉를 통해 수필가로 정식 등단한 그의 글은 문학적 향취와 기품을 갖추고 있어 읽는 맛 또한 쑬쑬하다.<한겨레신문 98/02/03 최재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