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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산천을 닮은 사람들

지은이
고은 외
출판사
효형출판
페이지수
212
대상
백두대간을 따라 시인과 문인들이 함께 기행하고, 그 감흥을 글과 그림으로 담은 책. 광주를 찾은 소설가 송기숙과 동양화가 박문종은 광주 무등산에서 그곳 사람들의 굽힐 줄 모르는 정신을 본다. 이성계가 역성혁명을 일으켰을 때, 모든 산신이 허락했지만 무등산과 지기한만은 허락하지 않았다는 설화에는 이 지역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미디어 서평 백두대간 자락에 깃든 겨레의 삶 보듬어 백두산 장군봉에서 출발해 계곡과 물을 건너지 않고 산줄기만 타더라도 지리산 천왕봉까지 갈 수 있다. 한반도의 등뼈를 이루는 이 산줄기를 `백두 대간` 이라 부른다. 이호철, 고은, 송기숙 등 문인 12명과 김정헌, 임옥상, 강요배 등 화가 13명이 함께 지은 <산천을 닮은 사람들>(효형 출판 펴냄)은 작가와 화가가 짝을 이뤄 이어달리기 하듯 백두 대간의 주요 산줄기에 올라 얻은 글과 그림을 모은 책이다. 작가들은 백두 대간을 밟으며, 산줄기와 함께 이어져 온 겨레의 삶과 역사를 되밟으며 산과 물에 대한 사색의 기록을 남겼다. 화가들은 유채화 콜라주 판화 등 각자의 독특한 색깔로 우리 산천을 형상화했다. 장편 서사시 <백두산>의 시인 고은은 백두에 올라 `북방 역사 공간에 대한 향수`를 일깨운다. 그는 '백두 대간을 타고 만주와 시베리아의 호랑이가 지리산까지 오가던 시절'을 떠올리며, 우리 겨레의 `기상이 뻗어나가는 경혈이자 생명체로서 백두 대간을 바라본다. '백두 대간의 등뼈로 하여금 대륙과 반도가 한꺼번에 기운이 돌고 피가 돌고, 신영이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가,' 마침내는 '앞산 언덕과 거기 잠든 작은 무덤까지도 끝내는 백두 대간'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산 기운은 헌걸차게 뻗어 내려가지만 산행은 그렇지 못했다. 분단의 철조망에 잘려 묘향 금강 등 빼어난 산줄기 1500리를 비워두고 진부설악으로 건너뛰어야 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신경림 시인은 내외 설악과 사천리 바닷가에서 '자연을 닮아가는 사람들'과 시뻘건 군삿 길을 대비시킨다. 우리 옛사람들은 '산의 뜻과 물의 마음을 알아 스스로 산자락이 되고 물과 함께 사는 길을 터득해 왔건만, 오늘은 사람이 땅을 만든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평화의 댐은 동강난 땅의 뒤틀린 상징이건만, 거기서도 시인은 '산과 물의 아름다움을 크게 해친 것마저 아름다움 속에 쓸어 안을 수 있는 우리 땅의 힘'을 읽어낸다. 희곡 작가 안종관은 오대산 기행에서 갑오년2차 동학혁명의 싸움터였던 홍천군 내면과, 조선 후기 척사위정론을 대표하는 유학자 화서 이항로의 기개가 서린 용문산 벽계 구곡의 노산 정사를 돌아보고, 고형렬 시인은 태백산에서 탄광촌의 성쇠를 되짚는다. 기나긴 여정이 남도 끝 지리산에 이르면, '지리산에 오르면서 `야호 야호` 어쩌고 자발머리없는 소리나 질러대는 자들은 죄다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 놓아야'하며, '지리산의 긴 능선을 걸어본 일이 없다면 당신은 매사에 싹수가 노오란 사람'이라는 작가 이호철의 날벼락 같은 일갈을 들어야 한다. 지리산은 '침묵으로 말씀하시는 산'이기 때문이다. 산줄기는 영산강 섬진강과 나란히 서해 남해로 흘러 들지만 산행은 바다 건너 한라산에서 끝났다. 여름 산행을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산을 읽는 스물 다섯 사람의 방식에 귀를 기울어 볼 만하다. <한겨레신문 98/08/04 이상수기자> 유려한 문장과 여행, 그림의 만남은 휴가가 절정인 이 계절에 특히 매력적이다. 백두산에서 시작,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소백산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우리 국토의 등줄기(백두대간)를 고은 신경림 이호철 송기숙 박완서씨 등 중견 시인-소설가 13명이 각각 화가와 직접 답사하며 쓴 에세이들을 모은 책이다. 그림 그린 화가 역시 김정헌 임옥상 민정기씨 등 13명이다. 현대사는 잃어버린 백두산을 찾아내는 역사였다. 늙은 짐승 등짝 같은 능선을 타고 올라가자 맹렬하게 대기하고 있던 바람이 나를 날려버릴 듯 몰아쳐왔다`.(고은) `청풍과 문의에 가면 시인이 될 일이다. 거기 물에 잠긴 고향이 있으니, 시인이 아니고 어찌 그 고향 굽어볼 수 있으랴`.(김남일) `가나 오나 저 혼자 잘났다고 떠들어대는 사람은 지리산에만은 오지 마라. 지리산은 그런 산이다`.(이호철) `섬진강만큼 사람들을 가까이 거느리고 사는 강은 없다`.(김용택) 그러나 백두대간이 한민족의 영광과 오욕, 한과 신명을 응축하고 있듯, 필자들의 글도 자연예찬으로만 끝날 순 없다. 그것은 이 땅에 터잡고 살아온 인간들의 삶과 역사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김태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