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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고전문학의 향기를 찾아서

지은이
정병헌
출판사
돌베개
페이지수
355
대상
이 책은 고전문학의 산실을 찾아가는 문학 순례이자, 대표적인 작가들을 중심으로 읽는 고전문학사 산책이다. 균여, 이규보, 김시습, 이황, 정철, 허균, 윤선도, 정약용, 신재효 등 한문학과 국문문학의 주요 작가 13인을 시대별, 장르별로 고르게 선정하고 그들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역사적 공간 속에서 조명함으로 그 삶과 문학적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였다. 작가별로 중요한 작품을 가려 뽑고 작가의 생애와 작품 창작에 관련된 현장도 길 안내함으로써, 우리 고전을 보다 친근하게 이해하면서 그 향기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꾸몄다. 미디어 서평 이규보에서 신재효까지 어렵사리 찾은 `위대한 유산`의 현장 사제간의 돈독한 정은 15년 세월이 흐른 뒤 한 권의 책으로 열매를 맺었다. 숙명여대 정병헌 교수와 제자 이지영 씨가 그 주인공. 두 사람은 고전문학의 현장을 소개하는 책 <고전문학의 향기를 찾아서>를 공저로 내놓았다. 정 교수는 전남대 국문과에 재직하던 83년 국문과 학생 이씨를 만났다. 고전문학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많은 제자 중에 유별나게 정이 갔다. 이씨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기까지 선생님의 격려와 지도가 많은 힘이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3년 전 어느날 문학에서 현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연구해보자는 데 뜻을 같이했고 고전문학을 테마로 한 답사기를 쓰기로 정했다. 정 교수는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문화재에 대한 답사기는 많아도 문학, 특히 고전문학에 대한 답사기가 사실상 없다는 데 공감하고 그 문학의 공간을 묶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고전문학의 현장을 찾는다는 것이 간단치 않은 일임을 실감해야 했다. `김시습 허균 정철 등 한문학 대가들의 체취가 묻어 있는 현장은 숲속에 초라하게 방치되어 있거나 훼손되어 찾기조차 힘들었다`는 게 이씨의 얘기. 동행한 사제는 표지판 하나 서 있지 않은 산길을 몇 시간씩 헤맨 끝에 창작의 터전을 만났다. 대표적인 경우가 허균(1569∼1618)으로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맹리에 있는 그의 묘소를 찾기란 미로 탐험과 같았다. 국문소설 <홍길동전>으로 우리 소설문학사에 뚜렷한 획을 긋고 있는 작가인데도 묘를 가리키는 팻말 하나 제대로 서 있지 않았다. 용인시나 용인문화원조차 제대로 몰라 결국 허씨 집안 사람들을 통해서야 찾을 수 있었다. 허균을 비롯해 이 책에 거론된 문장가들의 묘나 문학산실의 터를 약도에 꼼꼼히 첨부한 것도 자신들이 겪은 어려움을 되풀이하지 않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두 사람이 이 책을 쓰면서 가장 감명을 받았던 인물은 <금오신화>의 김시습(1435∼1493)이다.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시대적 모순에 저항해 방랑을 거듭하며 서사 문학을 탄생시킨 그는 자화상 두 점을 남겼다. 세상을 잘못 만난 지식인의 모습은 그가 말년을 보낸 부여 무량사에서 볼 수 있는데 그는 자신의 얼굴을 그리고 난 후 이렇게 적었다. `너의 형상은 지극히 작고 너의 말버릇은 지극히 어리석으니 너를 굴헝(구렁의 옛말)속에 두는 것이 마땅하도다.` 두어 차례 무량 사를 방문한 정 교수는 이 책에서 `자화상에 나타난 싸늘하고 텅빈 듯한 이미지, 잔뜩 찌푸린 미간의 냉소적인 눈매, 그리고 얇게 다물어 진 입술을 보면서 <금오신화>에 나오는 외로운 주인공들을 연상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러한 즐거움마저도 최근 사찰측이 화상각을 따로 만들어 전시하는 바람에 그 오래 묵은 맛을 잃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이들 인물 외에도 이규보·허난설헌·정약용·균여대사·일연·이황·이이·송순·윤선도·신재효의 문학적 공간이 그들의 업적과 함께 소개된다. 숙명여대에서 자리를 같이한 두 사람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옛 문인들의 향기를 진하게 맡을 수 있도록 다른 어느 답사기보다 깊이를 더해 썼다`고 소개했다. 우리 고전문학을 좀더 알기 쉽게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사제는 이제 한 우물을 파는 국문학자로서 같은 길을 가고 있다. <국민일보 98/12/02 전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