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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한국 생활사 박물관 1-5

지은이
한국생활사박물관 편찬위원회
출판사
사계절
페이지수
98
대상
박물관에서 유물과 상상화를 관람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책으로 옮겨왔다. 생산과 생산도구, 주거지와 형태, 의복, 풍습 등으로 갈래를 나누어 생활사를 복원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재미있는 상상화 한 장면 앞에 발길이 머물 듯 책의 어느 한 쪽을 펼쳐도 역사적 상상에 뛰어들 수 있다. 깔끔한 편집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한 도표도 좋다. 미디어 서평 구석기인들은 무엇을 먹고, 입고, 어디에서 잠을 잤을까. 부모는 아이의 질문세례에 모처럼 짬을 내 박물관으로 향한다. 선사실에는 긁개, 주먹도끼, 찍개, 새기개 등의 석기류가 전시돼 있다. “아빠, 긁개는 어떻게 사용했어요” 아빠는 역사 상식과 즉흥적인 상상을 대충 버무려 설명에 나서지만 아이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아빠의 등줄기에는 땀이 흥건하다. 학교 교육이, 박물관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한국생활사박물관' 시리즈는 박물관 유물을 살아있는 역사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1차분은 구석기·신석기 생활상을 다룬 ‘선사생활관’과 청동기 생활상을 주제로 한 ‘고조선 생활관’ 등 2권. “충북 단양 금굴 앞. 한 젊은이가 사냥에서 잡은 멧돼지를 둘러메고 동굴 앞 공터로 돌아오고 있다. 그 뒤를 따라 석기 만드는 일을 배운 아이는 모루에다 돌을 내리치고 있고, 한 여인은 사슴 가죽을 펼친 채 긁개로 무두질을 하고 있다” ‘선사생활관’은 구석기인의 생활모습을 이처럼 생생하게 포착해낸다. 사냥은 어떻게 했는지, 석기들의 용도는 무엇이었는지 등의 생활 이야기가 그림 40여점, 사진 90여컷과 어울리며 아기자기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교과서류의 딱딱함, 박물관의 답답함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 책의 편집도 ‘책으로 읽는 박물관’을 지향해 ‘구석기실’ ‘신석기실’ ‘특별전시실’ ‘야외전시실’ ‘가상체험실’ 등으로 나누었다. ‘고조선 생활관’도 청동기인의 생활상,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의 사회·정치상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1년8개월간에 걸친 기획, 교수급 전문가들의 집필 및 감수는 믿을 만하다. 올해 고구려·백제 생활관에 이어 2002년 말까지 모두 15권으로 한국생활사를 마무리한다. <경향신문 00/07/20 최정훈 기자> 기원전 4000년 어느날 서울.암사동과 미사리 주민들은 멧돼지 한마리의 소유권을 놓고 분쟁을 벌였다.이름하여 ‘멧돼지 월경(越境) 분쟁’.암사동 사냥꾼들에게 상처를 입고 쫓기던 멧돼지 한마리가 미사리로 넘어가 잡힌 사건이다.이 과정에서 암사동 사냥꾼 한 명이 미사리 영역을 침범했다. 암사동 주민들은 멧돼지의 소유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했고,미사리 주민들은 멧돼지가 미사리로 넘어왔기 때문에 당연히 자기들 것이며,게다가 미사리 영역을 침범한 젊은이는 보상금을 내야한다는 논리를 폈다.양쪽 ‘어른’들이 나선뒤에야 결론이 났다.멧돼지는 반토막으로 나눠가지고 그 젊은이는 암사동으로 무사히 귀환하는 것으로. 상상으로 구성된 분쟁이지만 ‘삼국지’ 위서 동이전과 중국 초기 철기시대 바위그림을 보면,신석기 시대에 다른 공동체 마을 영역을 침범한 사람은 보상을 해야 풀려하는 관습이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사계절에서 펴낸 ‘한국생활사 박물관’ 시리즈는 이처럼 선조들의 역사를 생활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대형 기획물이다.“항상 주변만 맴돌던 보통 사람들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바로 세우자”는 기획의도다.모두 15권 중 ‘선사생활관’과 ‘고조선 생활관’ 두 권이 먼저 출간됐으며 2002년말까지 고구려,백제,신라,발해,고려,조선,20세기생활관이 차례로 선보이게 된다. 책은 박물관 형식을 취했다.각 시대를 생활관,특별전시실,가상체험실,특강실,국제실 등으로 나눠 살펴보는 것이다.‘멧돼지 분쟁’은 집필자들이 지금까지 연구된 선사시대 부족들의 생활상과 규범을 근거로 가상체험실에서 꾸며낸 이야기다.특별전시실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유적이나 유물을 다루고 있다.선사시대 대표적 유적으로는 ‘선사인의 거대한 도화지’ 반구대 암각화가 선택됐다.하늘을 향해 오르는 고래떼,새끼밴 암사슴과 사냥꾼 등 다양한 그림에 대한 해설과,암각화를 처음 찾아낸 동국대 문명대 교수의 발견 에피소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실려 있다. 2권 ‘고조선 생활사’의 특별전시실에는 고인돌과 독무덤 등 고조선의 무덤들과 현대 디자인계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청동기 무늬의 비밀’이 담겨있다.국제실에서는 세계 각국의 유적들을 보여준다. 그림과 사진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1권 첫 페이지에는 2000년1월1일 오전 7시에 찍은 서울 전경이 실려있고 다음 페이지에는 멀리 인수봉이 바라보이는 북한산 기슭을 헤매는 선사인들의 그림이 있다.“과거의 역사를 배우는 까닭은 오늘날 삶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라는 평범한 진리를 한눈에 보여주려 했다”는 설명이다.이어 2월1일 남대문 시장의 풍경과 기원전 멧돼지 사냥 장면이 차례로 등장하고,3월1일 예술의 전당의 무용공연과 암사동 선사유적지의 그림이 교차된다.일과 놀이가 역사를 관통하며 계속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책은 사진과 그림을 큼직큼직하게 배치한 탓에 얼핏보면 어린이용 그림책을 연상시킨다.하지만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복장과 사냥에 사용하는 도구들은 대부분 발굴된 유물들을 근거로 그려졌다고 한다.선사인들이 도토리를 까는 그림 한구석에는 충북 충주시 조동리 유적에서 발견된 청동기 시대의 탄화 도토리 사진이 끼워져 있다 <국민일보 00/07/16 남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