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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지은이
이문열
출판사
민음사
페이지수
215
대상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한국판 찰스 디킨즈의 유년기 소설이자 전체주의 사회에 대한 명민한 철학적 분석이다. 주인공이 속한 학급은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맞서는 정치적 권력 관계를 여실히 비추는 거울이다. 마지막 한 페이지까지 매혹적인 마법에 걸린 것처럼,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보석과 같은 작품이다. 독자서평 '영웅'은 없고 '힘'만이 존재하는구나...... 이 소설을 읽으며 정말 많은 공감과 회상을 하게 되었다. 나 역시 초등학교 다닐 때 잠시 '권력'의 중심축에 있었고 그 달콤한 맛을 느꼈으나 얼마 못가 어린 나이에 권력의 실체의 언저리를 보았고 또한 실망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몇몇 선생님은 반장과 부반장을 적당히 경쟁시키고 서로 견제하게 하여 반을 '통치'하는 훌륭한 용병술을 보여주기도 했다. 보통 초등학교 중학교를 보면 소설속의 역학관계가 자주 드러나곤 한다. 물론 소설처럼 정밀하고 조직적인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겠지만 본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많은 부분에서, 아니 대부분의 교실에서 오십보 백보 차이로 존재한다. 초등학교 : 초등학교의 엄석대는 대부분 반장이다. 이는 반장과 담임 선생님의 특수한 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담임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구조가 그렇게 때문에.) 특수한 관계란 일종의 '특혜'이고 특혜란 아이들에 대한 '지배권'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누구나 다 경험해보았겠지만 초등학교 때 반장이 떠든 아이를 칠판에 적지 않는가? 그러면 담임 선생님이 와서 적힌 아이들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한다. 벌을 서게 한다든지 청소를 시킨다든지. 그런데 다들 겪어보았겠지만 반장과 친한 아이들은 떠들어도 칠판에 적히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게 반장의 '권력'이기 때문에 그 주위로 수많은 병태들이 몰리는 것이다. 중학교 : 중학교는 초등학교와 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초등학교야 미술, 음악을 제외하고 담임 선생님이 모든 과목을 가르치기 때문에 그만큼 반장의 위상이 커지지만 중학교는 담임 선생님이 기껏해야 일주일에 3 - 4시간 들어온다. 그러므로 반장이 자칫 유야무야한 존재가 되기 십상이다. 또한 아이들이 머리가 커짐에 따라 반장 말을 잘 안 듣게 된다. 이럴 때 소위 '권력'은 싸움을 잘하는 아이나 아니면 운동을 잘 하는 아이 그것도 아니면 나름대로의 카리스마가 있는 아이로 넘어간다. 이렇듯 힘의 중심축은 끊임없이 변모하지만 힘 자체는 실체로서 남아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도 마찬가지다. 엄석대의 무소불위 권력에 병태도 편입하고 많은 아이들이 굴종을 맹세하는 대신 반대급부로 또 다른 것을 받는다. 과연 세상살이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 엄석대도 무너지고 다른 이가 권력을 차지하게 되며 엄석대 밑에 있던 아이들은 병태만 빼고 모두 배신한다. 이 또한 세상살이와 전혀 다를 바 없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다. '힘의 논리'에서 영웅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직 '힘'만이 존재할 뿐이다. 시체말로 이긴 자가 영웅으로 급조되는 세상에서 진정한 영웅은 존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영웅은 있다. 내가 말하는 영웅은 자신을 희생하여 남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음지에서 묵묵히 자기 맡은 바를 성실히 하고 있는 작은 영웅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유지되는 것이며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인터넷서점 http://www.yes24.com / jty400 님이 쓰신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