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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세일즈맨의 죽음

지은이
밀러/오화섭 역
출판사
범우사
페이지수
177
대상
마릴린 먼로와의 결혼으로 세상을 깜짝 놀래키기도 했던 극작가 아서 밀러의 대표작. 작가 아서 밀러는 <세일즈맨의 죽음>을 씀에 있어서, 자신은 이 연극에서 비극을 쓰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본대로의 진리를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독자서평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미국의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라면 너무 우아한 찬사이고, 마릴린 먼로의 연인이라면 너무 세속적인 느낌이 들지만 이러저러한 찬사들 모두가 아서밀러라는 작가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세일즈 맨의 죽음'은 '시련'과 함께 그를 미국 사실주의의 대표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 놓은 작품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혹은 풍미하고 있는 위대한 희곡 작품들중의 하나이다. 난 20세기의 사람들이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를 생각하면서 셰익스피어와 그의 비극들을 생각하는 것 처럼 한 23세기 쯤이 되면-사람들이 그 때까지 연극을 하고 있을 지는 미지수지만- 20세기를 생각하면서 아서 밀러와 그의 사실주의 비극들을 연상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비극들 중에 첫번째는 단연코 '세일즈 맨의 죽음'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주의할 점이 있다. 대단한 감동이나 멋진 독백,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 작품 속에는 셰익스피어가 그려 낸 극단적인 상황도, 섬뜩한 동기를 가진 인물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절대절명의 순간도 없다. 주인공인 윌리 로만은 평범하고 늙은 세일즈맨일 뿐이다. 그에겐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와 더 나은 노년을 위한 작은 소망만이 있을 뿐이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는 대상도 질투하는 대상도 없다. 물론 그가 약간 이기적이며 자신과 아들의 친구를 시기하지만 그것 때문에 파멸에 이를 정도는 아니다. 동시대의 극작가들이 그려낸 인물들과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이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갖는 격정도 '에쿠우스'의 신비로움도 '아마데우스'의 우아함도 없다. 윌리 로만이 얻으려고 하는 것은 떠돌이 세일즈 맨 생활을 청산하고 한 곳에 정착하여 사무적인 일을 하며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것이다. 약간의 이기심과 소박한 꿈. 객지에는 자신을 기다리는 천박한 애인이 있고 집에는 순진한 마누라가 있다. 두 아들은 장래가 보장되어 있지는 않지만 건강하다. 윌리 로만이 가지고 있는 이 모든 평범한 요소들은 현대인들이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세일즈 맨의 죽음'의 윌리 로만이 '햄릿'과 '블랑쉬'를 제치고 가장 매력적인 인물인 이유 역시 바로 이 평범함 때문이다. 윌리 로만의 이러한 평범함은 고귀한 신분이나 비범한 주인공만이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아서 밀러 이전의 고전극들의 선입관을 통쾌하게 뒤집는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아서 밀러의 의도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끝은 윌리의 죽음이 아니라 윌리의 장례식장이다.세일즈맨을 하며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 아무도 윌리 로만의 장례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그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 갔을까. 가족들은 허탈해하고 절망한다. 비록 윌리 로만의 장례식장을 찾은 유일한 친구 '찰리'가 유족들에게 '그러나 아버지는 위대했다'라는 말로 위로하지만 여전히 장례식장은 쓸쓸하고 초라하기만 하다. 아들인 비프와 해피 역시 미래의 희망을 얘기하지만 그들의 말은 공허하고 절망적인 메아리처럼 느껴지고 두 형제의 결의에도 불구하고 희망에 이르는 길은 좁고 험난해 보인다. 솔직히 말하면 거의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물론 그가 말한 작품 의도는 고전극에 대한 도전이자 일종의 실험이라는 차원에서 해석되어야 하지만 그의 말을 바꾸어 해석하면 평범한 현대인 모두 비극의 주인공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 누구나 윌리 로만처럼 벼랑 끝에 있는 지도 모른다. 연극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 읽어 봐야 하는 대본이고 연극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20세기가 남긴 위대한 작품 중의 하나라는 생각을 갖고 읽어 나가면 굉장히 감동적인 희곡이 될 것이다. <인터넷서점 http://www.yes24.com / gosoo71 님이 쓰신 서평> 추억과 환상의 추한 변질 『세일즈맨의 죽음』을 두고 흔히 '현대 미국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라고 평한다. 그러나 거의 정설처럼 여겨지는 이러한 시각을 완전히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즉, 사회로 향해진 비판의 화살을 주인공 윌리에게로 돌려보자는 것이다. 그는 몰인정한 사회로부터 내던져진 희생물일 뿐인가? 오히려 그 자신의 인생과 가족의 인생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은 아닐까? 이제는 사회의 냉정함에 가려져 있던 윌리의 모습을 직시할 차례다. 윌리는 과거에 갇힌 사람이었다. 그는 극중 내내 과거의 만족스러웠던 시절들을 떠올리며 현실과 과거를 혼동한다. 그러한 그의 태도는 현실 속의 자신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고,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는 치명적 결점으로 작용한다. 또한 윌리는 허황된 꿈을 떨쳐버릴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자신과 아들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만들어가며 행동보다는 비현실적인 계획과 자만심이 앞섰고, 현실 속에서 무력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 윌리는 과거와 환상에 얽매여 현실의 어려움을 현명하게 해결해 나가지 못한 인물이다. 이러한 인간 유형은 꼭 물질주의가 팽배해 있는 냉정한 현대 사회가 아니라고 해도 어느 사회에서나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사회적인 냉대와 가장으로서의 부담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반박하기 전에 과거 속의 그의 모습을 보라.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이는 과거의 장면에서도 독자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낀다. 주위 사정이 좋았던 시절이라고 해서 그가 현재와 다른 종류의 인간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때도 역시 그는 자신과 아들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인기만 있으면 뭐든 잘 된다는 식의 허황된 사고 방식의 소유자였다. 사회가 그를 불행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그의 잘못된 인생관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결과로서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윌리의 삶을 지켜본 독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끊임없는 과거에의 집착... 근거 없는 자만심... 미래에 대한 막연한 환상... . 인간이라면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것들임을 알 수 있다. 윌리와는 대조적으로 보이는 찰리나 버너드라고 해서 그런 속성을 가지지 않았을 리 없다. 단지 그들은, 아니 윌리를 비난할 수 있는 윌리 이외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살고 있는 작은 윌리를 억제하고 있을 뿐이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뭐든 잘 되는 것 같았던 어떤 시절을 떠올리며 아쉬워한다거나 주위로부터의 작은 칭찬에 한없이 우쭐해지는 등의 경험은 누구나 수없이 가지고 있다. 이러한 속성이 지나치게 우리의 사고나 인생을 장악할 때, 우리는 현실을 바로 볼 수 없다. 급기야는 환상 속의 자신의 모습은 날이 갈수록 화려해 지는데 현실 속의 모습은 날이 갈수록 소극적이고 초라해 지는 단계까지 이를 것이다. 즉, 우리가 윌리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이렇다. 우리는 우리 속에 적당히 존재하는 과거에 대한 추억과 미래나 자신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이 추하게 변질되지 않도록, 언제나 현실과의 적절한 조화속에서 그것들을 유지해야 한다. 『세일즈맨의 죽음』에 대해 작가는 '비극을 쓰려고 한 것이 아니라, 진리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라고 말했다 한다. 작가가 보여 주려고 한 진리란 인간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환상'과 '추억'의 추한 변질이 아니었을까? 결국 그러한 것들에 의해 한 세일즈맨이 죽음에 까지 이르렀으니 말이다. 더욱 섬뜩한 것은 그가 자신의 죽음마저도 환상속에서 멋지게 그렸다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기억과 미래에 대한 기대는 아름다운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들로부터 시작되는 '꿈'은 가지되 헛된 망상과 환상에 사로 잡혀서는 안될 것이다. <인터넷서점 http://www.yes24.com / eujin20 님이 쓰신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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