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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역사의 길목에 선 31인의 선택

지은이
여호규 외
출판사
소나무
페이지수
338
대상
굵직한 역사적 전환기에 시대를 이끌어갔던 역사 속 인물 31인의 행적을 새로운 시각에서 진지하게 접근하였다. 이 책에서 선정한 31인의 인물은 크게 보면 통일을 향해 나아갔던 인물,개혁의 갈림길에 선 인물,국가의 존망을 걸고 역사적 결단을 내려야 했던 인물,역사의 국면마다 행위양식에 대해 고민했던 인물 등으로 나눌 수있다. 위 네가지 주제는 지금도 풀지 못한 숙제이자 반복되는 현안 과제로,선조들이 남긴 역사적 지혜는 우리 사회 문제를 다시 한 번 음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디어 서평 살아갈수록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상황은 언제 나 ‘이것’ 아니면 ‘저것’일 수 밖에 없는 두 갈래 길 앞에 펼쳐져 있는 경우가 다반사요,결국 그것을 선택하는 순간으로 인해 모든 것이 결정지어지 곤 한다.그런 의미에서 선택은 운명을 낳는 결과에 다름 아니다. 한 개인에게 있어 선택이 곧 운명이라면 국가에 있어서 선택은 역사다.역사 의 물줄기는 그 시대를 이끌었던 인물들이 갈림길 앞에서 선택을 놓고 고뇌 했던 방향대로 흐르게 마련이다.지난날 우리 역사의 강물이 그토록 험난했던 것도 알고보면 선조들의 선택에 따른 필연적인 대가였을 것이다. ‘역사의 길목에 선 31인의 선택’(푸른역사펴냄)은 삼국시대부터 해방공간 까지 전환기를 살면서 한국사회를 이끌어온 역사적 인물들이 선택의 기로에 서 고민했던 흔적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선택 을 묻는다.역사의 강물을 거스르다 잘못된 선택을 한 인물들과 새로운 물길 을 연 인물들의 선택….그것이 만들어낸 우리의 지난 역사를 때로는 안타까 운 심정으로,때로는 벅찬 심정으로 읽어 내려가게 된다. 사학자 18인이 선정한 역사적인 인물 31인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기존 역사책과 구별된다.나아가 이들 31인은 오늘날 시각으로 새롭게 재해석되어 크게 네가지 유형으로 분류되었는데 통 일을 향해 나아갔던 인물(연개소문과 김춘추,여운형,궁예와 견훤,왕건),개혁 의 갈림길에 선 인물(묘청,정지상,이색,정도전),국가의 존망을 걸고 역사적 인 결단을 내려야했던 인물(광해군,최명길과 김상헌,고종과 민비),역사의 국 면마다 행위양식에 대해 고민했던 인물(최치원,이규보,이승휴,정약용)들이 그것이다.이들 네가지 주제는 지금껏 계속 반복되는 숙제들로,앞서 살다간 선조들의 선택과 행동은 오늘날의 지혜로 삼기에 충분하다. 그들이 내린 개인적 결단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을 물으면서 진정한 리더십 을 생각하게 하는 이 책은 분명히 ‘재미있는 역사책’과는 거리가 있다.그 러나 세기말의 혼돈과 새 천년을 목전에 둔 설렘이 뒤섞여 막연한 불안감마 저 자아내는 이때 나아갈 바를 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정의 핵심적 위치에 섰던 인물,그리고 지식인들은 민족적인 비극과 세계 사의 험난한 파고 앞에서 무엇을 선택했는지,보수와 진보,개혁 사이에서 어 떤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렸나 그 속뜻을 헤아리는 일은 오늘을 살아가는 개인 인 나에게도 자못 의미가 깊다.제아무리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지라도 결단이 자신의 생존과 권력기반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에 불과했을 때 역사는 공전 할 수밖에 없고,도도한 흐름을 막아내지 못한다는 것을 배우는 일은 새삼스 럽지만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20세기를 역사의 뒤안길로 떠나보 내는 길목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21세기는 그 결과로써 규정지어질 것이란 것을 이 책에서 배운다. <대한매일신문 99/12/27> 신념으로 두드린 개혁의 문 역사는 거울에 비유된다. 그 거울은 화장을 지우고 고치는 차원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상징 같은 것이다. 왜 개혁론자들에겐 '가지 않을 수 없는 고난의 길은 없다'는 말이 그토록 절실하게 다가서는 걸까. 박종기(국민대·국사학)·박광옹(가톨릭대·국사학)·이익주(서울시림대·국사학)교수 등 18인의 역사학자가 쓴 <역사의 길목에 선 31인의 선택>이 그 답을 제시하고 있다. 고려 중엽인 1135년 서경에서 반란을 일으킨 묘청과 진압 총사령관이었던 김부식. 역사학자 신채호의 영향으로 우리는 이를 자주파/사대파의 대결로 간주하는데 익숙해 있다. 하지만 필자 채웅석(가롤릭대·국사학과)교수는 그런 이분법을 ''외세작용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치'라며 대신 ''묘청은 풍수도참설을 바탕으로 비상한 제도개혁올 주장한 인물, 김부식은 유교에 바탕을 둔 합리주의 개혁노선을 걸었던 인물'로 재평가하고 있다. 개혁의 갈림길에서 고뇌하기로는 정도전·이색·조광조 등도 마찬가지였다. 정도전은 한꺼번에 엄청난 물량의 개혁프로그램을 쏟아부었다가 결국 기득권의 반발에 부닥쳤던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필자 임용한(협성대 강사)씨는 정도전을 그나마 가장 성공에 근접했던 개혁가로 지목하고 있다. 도현철(연세대 강사)씨에 의하면 이색의 경우 정도전·조준 등과는 달리 온건개혁론에서 왕조재건론으로 갔다가 결국망국대부(亡國大夫)로 남길 자처했다는 평. 조광조는 일부러 순탄한 훈구세력의 길을 피해 역경의 사림세력에 휩쓸렸다가 실패자로 남고 말았다. 하지만 필자 오종록(고려대 강사)씨는 ''끝내 조광조는 성리학이 지배하는 도학정치의 시대를 열었다''는 말로 '일부 성공자'로서의 면모를 내비치고 있다. 여호규(국방군사연구소 연구원)씨는 신라 김춘추가 642년 고구려의 평양성에서 연개소문을 만났던 숙명적 사건이 동북아 통일구도를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했음을 주목한다. 훗날 연개소문·김춘추에 대한 평가는 악인과 성군, 또는 자주적 대외 투쟁가와 외세 의존적 음모가로 명암이 엇갈렸다. 같은 맥락에서 왕건·궁예·견훤·김구·여운형 등이 통일의 험한 길을 걸었던 인물로 등장한다. 역사적 중대국면에서 행위양식의 선택을 놓고서 타협/지조,은둔/입신,저술/투쟁의 양극단을 오가야 했던 지식인으로는 최치원·이규보·정약용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필자들의 역사인물 해석이 보수/진보로 뒤섞여 다소 혼란스러운 감도 없지 않다. 그런 와중에서도 이런 말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거시적인 개혁론은 잠시 빛을 발했다가 곧 소멸하고 후대에 짐을 떠넘기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허다하다"(협성대 강사 임용한씨가 정도전을 논하면서), "개인의 개혁역량보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더 궁극적인 과제다"(고려대 강사 오종록씨가 조광조를 지적하면서),"명청(明淸)교체기에서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려놓고 각 단계에서 유연하게 외교정책을 펼친 광해군을 오늘에 되새길 필요가 있다"(규장각 특별연구원 한명기씨의 견해). 그런데 역사해석이 아닌 실제 31인의 신념은 어떠했을까, 정녕그것이 궁금하다. <중앙일보 99/4/1 허의도 기자> 타성젖은 우리역사 인식에 반기 제목에서 풍기는 범용한 위인전 냄새와 달리 책 내용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우선 책의 저자부터가 반짝 아이디어로 돈벌이용 책을 펴내기를 일삼는 아마추어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름에 안주하며 쉽게 책을 써내기 좋아하는 이른바 '대가'도 아니다. 책을 만드는데 참여한 18인은 대부분 소장 역사학자들로 연구 성과의 대중화를 의식하며 학문활동을 해온 각 주제의 전공자들이다. 당연히 책의 내용도 '시대가 영웅(혹은 선비)을 부른다'는 식의 유행과 거리가 멀다. 지난해 이후 위기 상황은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박정희,칭기즈칸,나폴레옹 열풍을 일으켰으나 이는 위기를 극복할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 책에서 다뤄진 인물은 연개소문과 김춘추등 통일을 향해 나아갔거나, 묘청 이색 정도전 등 개혁의 갈림길에 선 인물, 광해군 최명길 김상헌 등 국가의 존망을 걸고 역사적 결단을 내려야 했던 인물 등 우리 역사상의 갈림길에 섰던 31인. 선정기준부터가 다소 특이한 이 책에서는 인물을 보는 시각도 기존의 그것과 달리하는 것이 많다. 그렇다고 자의적인 해석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인물에 대한 지금까지의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나 어디까지나 학계의 엄정한 공인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가령 서경천도와 칭제건원(稱帝建元), 금나라 정벌 등을 주장하며 난을 일으켜 단재 신채호가 '단군이래 5천년 역사상 최대사건'이라고 말한 묘청의 난을 보자. 지금까지 이 사건은 단재가 묘청, 정지상을 축으로 하는 자주와 김부식을 축으로 하는 사대주의의 갈등을 파악한 이래 그렇게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책은 이들의 관계를 자주파와 사대파의 대립으로만 보는 것은 국내 정치에 대한 외세의 영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당시 고려는 개혁이 필요한 변동기였는데, 묘청이 풍수도참설에 바탕을 두고 천도등의 비상한 조치를 수반한 제도개혁을 주장했다면 김부식은 유교에 바탕한 합리적인 개혁을 주장한 것이 차이라는 것이다. 전봉준과 김옥균의 평가도 재미있다. 물질문명을 힘과 정의로 파악한 개화파의 선택은 외국군대와 자본에 대한 종속을 감수하는 것으로 귀결됐으며, 게다가 이들은 근대 민족국가 수립이라는 과제를 열심히 수행해가던 전봉준의 선택에 총부리를 들이댄 결과가 됐다. 공교롭게도 책에 등장한 인물이 시도한 개혁은 실패하고 대부분 기득권자의 승리로 귀결됐다. 그럼에도 책의 결론은 '실패한 역사는 없다'는 것이다. <문화일보 세상보기 99/4/1 김종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