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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생활문/수필

제목 외로움
글쓴이 김현진

요즘 마음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감정이 여러 개 있다. 언어로 풀어내면 외롭다, 공허하다는 말들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차지한 외로움이 나를 옭아맨다. 이성 친구를 만나고 싶은 그런 외로움이 아니라, 그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깨달음에서 온 외로움이다.

 

물론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과 함께 있는 날이나 만나는 날이 되면 그 날의 기분은 하늘을 뚫고 나갈 것만 같고, 매우 행복하다. 음악을 틀어놓고 주변 의식하지도 않으면서 춤을 출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집으로 다시 돌아와 침대에 누워있으면 이유 모를 외로움이 느껴진다. 내 옆에만 계속 있어주기를 바라는 걸까. 나 말고도 다들 그러려나.

 

그동안 사색을 즐기며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가졌었는데 무의미 했던 걸까? 심적인 외로움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 오지 않는다는데, 아직도 나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기까지엔 많은 시간이 남았나보다. 그래도 매일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다 지쳐가던 모습도 사라지고, 이젠 과거의 나 자신과 나를 비교하며 성장해나가고 있는데 여기서 더 무엇을 어떻게 해야 달라지는 걸까.

 

최근에 나와 별로 맞지 않던 사람과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그 사람과 멀어지면 내가 행복해질 줄 알았다. 더 이상 스트레스도 안 받고 개운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마음속이 뭔가 허전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속상했다. 미운 정이라도 생겼나? 다시 신중하게 생각해봤다. 내 기분이 왜 상했는지.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해보니까 결론이 나왔다.

 

내가 그 사람에게 잘못한 게 있었는지 괜히 걱정하게 되고, 혹은 내가 상대방에겐 별로였는지,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인지, 또 무언가 불편하게 했던 건지,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인지, 그리고 내 사람들 중 한 명이 떠나갔다는 허전함 등등 그런 복합적인 생각으로부터 나온 감정들이었다. 또 외로웠다. 분명 주변에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어도, 어느 정도 함께 했던 사람과 멀어지는 건 외로움을 동반한다.

 

분명 내가 먼저 그 사람의 말투, 행동, 사고방식들을 싫어했으면서 나를 싫어해주지 않기를 바라는 내 모습을 보니 참 이기적이라고 느꼈다. 분명 내가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듯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는데. 사람은 참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취미를 만들었다. 바로 카페 투어를 하는 것.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하루에 3개 씩 다니는데, 만나지 못하는 날은 혼자 다닐 때도 있다. 새로운 공간을 감으로써 공허함과 외로움들을 채우곤 하는데, 돈이 없을 땐 불가능하다. 이 감정을 사라지게 하고 싶지만, 아마 평생 불가능할 것 같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니까.

 

 

(고등학교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