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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기행문

제목 살아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글쓴이 정영학
‘생각쟁이’ 7월호를 통해 테오얀센에 대해 알게 되었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작은 해변마을인 스헤베닝겐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화가의 길을 걷는다. 물리학을 전공한 탓인지 그의 작품에는 정교함과 정밀함이 묻어난다. 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는 테오얀센은 스스로 걸을 수 있고 또한 스스로 진화하는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체인 해변동물 시리즈를 창조해냈다. 플라스틱 튜브를 이용해 뼈대와 다리를 만들고, 에너지로 사용되는 바람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빈 페트병을 활용한다. 이것이 이 작품의 주된 재료다. 테오얀센은 과학과 예술을 접목시킨 작품들로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키네틱 아트의 거장이다. 키네틱 아트는 작품에 움직이는 부분이 들어가 있거나 작품 자체가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생각쟁이’에는 테오얀센의 작품들과 크기가 나와 있었는데 어느 정도 크기에 어떤 작품인지 상상은 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어떤 모양으로 생겼을지 정말 궁금했다.
마침 궁금했던 얀센의 작품을 볼 기회가 생겼다.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으로 할인도 받을 수 있고 온가족이 시간도 나고 해서 과천과학관에서 열리는 ‘테오얀센展’을 만났다. 제일 처음 들어가자마자 공룡화석 같은 것이 보였는데 화석이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 같았다. 설명을 보니 내가 본 것은 공룡화석이 아니라 테오얀센의 작품이었다. ‘생각쟁이’에서는 테오얀센의 작품들이 움직일 수 있다고 했는데 내가 본 것은 도저히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작품 크기에 비해 이동할 만한 공간이 좁고 주변에 조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약간 실망하기는 했지만 다음 전시물을 보았다. 움직이는 것을 기대했지만 작품들은 모두 제자리에서 ‘얼음’을 하고 있었고 각 작품들 옆의 TV에서만 얀센 할아버지의 작품들이 움직이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둘러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서 큰 소리가 들렸다. ‘혹시 뭐 하나?’하는 생각에 얼른 소리 나는 곳을 향해 초음속으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테오얀센의 작품 중 ‘아니마리스 우메루스’라는 거대한 작품을 과학관 스태프가 움직여 보이는 것이었다. 길이가 어림잡아 10미터는 족히 넘었는데 아쉽게도 거의 끝나고 있었다. 하지만 페트병으로 보이는 병에다가 공기를 넣고 잠시 있으니 그 거대한 작품이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것이 어색해 보이기는 했지만 삐걱거리는 소리도 안 나고 큰 문제도 없이 걷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움직이는 모습을 한 번 보고 나니 끝나서 조금 허무하기도 했다.
다시 돌아가서 못 봤던 작품들을 둘러보았다. 나중에 만든 것일수록 크고 복잡해지고 얀센 할아버지의 작품들은 대체로 사람보다 훨씬 크다는 것도 발견했다. 그런데 한쪽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건 무슨 줄이지? 어쩌면 아까의 아쉬움을 달래 줄 만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자 이번에는 빛의 속도로 달려가 줄을 섰다. 그곳에는 테오얀센의 작품을 직접 밀거나 당겨볼 수 있었다. 아까 움직인 작품보다 크기가 작아서 조금 시시해보이긴 했지만 아까의 아쉬움을 만회하기에는 충분할 것 같았다. 꽤 무거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살짝 힘을 주었음에도 앞으로 잘 나갔다. 제대로 힘을 주고 앞으로 나가려는데, “자, 끝났고 다음 분.”이라는 말이 들렸다. 내가 밀고 있던 작품만 보고 있어서 앞을 안 보았는데, 조금만 더 힘을 주어서 밀었더라면 작품을 벽에다 박아버리고 말았을 것이었다. 비록 짧게 끝나서 아쉬웠지만 그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없었다.
전시장이 크지 않아서 한 번 더 돌아보았다. 한 번 더 돌아서도 바뀌지 않는 것은 ‘테오얀센의 작품들은 무지하게 크군.’이라는 생각이었다. ‘생각쟁이’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사진이 아니라 실물을 여러 방향에서 볼 수 있어서 신기하고 놀라웠다. ‘이제 끝났군.’이라고 생각하고는 나가려는데, 아까 내가 밀어보았던 작품에 서는 줄이 짧고 이번에는 좀 더 오래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얼른 줄을 서서 밀었다가 당겼는데 한 번 더 했음에도 신기하고 느낌이 독특했다.
테오얀센전은 작품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작품들이 거대하고 과학과 예술의 조합이라는 데서 의의가 있다. 물론 창조성도 뛰어나다.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한 새로운 작품의 세계이다. 그래서 나는 과학을 좋아하는 나에게 꿈같은 시간이 되었다. 또 과학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꼭 볼만한 멋진 작품 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