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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기행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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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지은
사람들은 자신이 잘나길 원하고 뛰어나길 원한다.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이라는 이유로 이미 완벽할 수 없는 것이다. 결점이 하나씩은 있는 인간을 완벽하게 빚어놓은 정말 조각 같은 작품이 있다. 그것은 이번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 전시를 한‘그리스의 신과 인간’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유물인‘원반 던지는 사람’이다.
이번 전시회‘그리스의 신과 인간’은 영국의 대영박물관 그리스 전에 있는 유물이다. 대영 박물관이라 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이다. 들어가기 전부터 기대를 하고 있었다. 예전에 대영 박물관에서 온‘페르시아전’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때 굉장히 웅장하고 광대했던 전시회였던지라 인상 깊었던 곳이었다.
이번 전시회는 4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첫 번째는 신, 영웅 그리고 아웃사이더, 두 번째는 인간의 모습, 세 번째는 올림피아와 운동경기이고 마지막은 그리스인의 삶이라는 이름으로 나누어져 있다.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려면 30분 정도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먼저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커다란 유물이 몇 개 있었고 대체로 조그마한 유물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혼자 생각했다. ‘그리스 유물을 비교적 작네. 페르시아 유물은 큼직했는데......’라고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 눈 앞에 커다란 유물이 나타났다. 하얀 색이 아름다운 대리석 조각이었다. 이름을 보니‘원반 던지는 사람’이라고 쓰여 있었다. 원반을 던지기 바로 전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옮겨 놓은 듯한 모양이었다. 아름다웠고 멋있었다. ‘우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이자고 한 시간이 다가와서 그 뒤의 작품들은 대충대충 보고 넘어갔다.
로비에서 우리 가족은 모였고 다시 큐레이터를 만나서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제일 먼저 본 것은 청동으로 조각된 제우스 상이었는데 제우스가 손에 들고 있는 창은 창이 아니라 번개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한때 많이 좋아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생긴 것이 전혀 번개 같이 생기지 않았지만 번개라고 해서 약간 이상했다.
그 다음으로 본 작품은 헤라의 두상이다. 이것은 청동이 아니라 대리석으로 조각한 것인데 머리카락은 뒤로 묶었지만 지금은 잘려나갔다고 한다. 헤라는 인상이 약간 험악해서 남자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머리카락까지 짧으니 정말 남성스러웠다. 여신인데 말이다. 그 다음으로는 포도주의 신인 디오니소스 대리석상을 보았다. 대부분이 대리석이라서‘그리스에는 대리석이 많나보다. 아니면 대리석이 귀한 것이라서 일부로 대리석에 조각한 건가?’하고 생각했다. 큐레이터는“이 디오니소스 조각상을 잘 보면 옆에는 포도 넝쿨이 있고 밑에는 동물이 한 마리 있죠? 이 동물은 표범입니다. 디오니소스는 늘 이 표범을 데리고 다녔다고 하네요.”라고 말했다.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작품, ‘원반 던지는 사람’이 전시되어있는 곳으로 왔다. 큐레이터는“이번 전시회의 메인 작품인 원반 던지는 사람입니다. 이 조각은 제일 유명하기도 하죠. 이 원반 던지는 사람은 당시 그리스 조각가들이 원반 던지는 것을 보고 가장 멋진 포즈를 생각해서 팔과 다리, 몸을 서로 다른 사람의 것을 모델로 삼아 조각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우리들은 절대로 이 조각의 모습을 따라할 수 없습니다. 몇몇 분들은 따라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절대로 할 수 없답니다.”라고 했다. 나는‘음...... 그래서 아름다워 보였나? 신체적으로 멋진 부분만 따로 떼어서 만들었다니 놀라운 걸?’이렇게 생각했다.
우리는 흔히 아름다운 사람을‘조각 같다.’라는 말로 표현하곤 한다. 그런데 내가 이번에 본‘원반 던지는 사람’은 정말 조각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완벽이 아닐까 한다. 팔과 다리는 유연하고 몸의 균형감과 리듬감을 더욱 살려주었다. 완벽함을 갖추고 있는 조각 같은‘원반 던지는 사람’은 나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려 주었다. 또 오래전 이런 작품을 만든 그리스 사람의 실력이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