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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기행문

제목 추운 겨울날 손난로 같았던 여행
글쓴이 정은비
토요일에 TV를 켰다. 가족들과 함께 보고 있었는데 '매직 아트' 라고 신기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소개되었다.
"우와, 완전 재밌겠다~."
"저기 어디고? 재밌겠는데 가볼까?"
동생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TV를 보고 있자 엄마가 한 번 가보자고 눈짓을 찡긋 보냈다. '매직 아트'가 어디서 하는지 알아보았더니 부산 벡스코에서 한다고 했다. 동생과 나는 "이번에는 부산으로 놀러간다~ 앗싸라비요~!" 라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식사를 간단히 하고 곧장 부산으로 향했다.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휴게소도 들르지 않고 계속 달렸다. 집에서 출발한지 2시간 정도 만에 부산에 도착했는데 이젠 다 왔나 싶더니만 1시간 정도를 계속 또 달려갔다. '정말 부산이 크긴 크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러면서 창 밖으로 내다 보이는 부산의 광경들이 우리들 눈에는 그저 멋있을 뿐이였다. 서울 다음으로 큰 도시가 부산이라더니...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은 고층 빌딩들이 빽빽히 들어 서 있었고 저번에 들렀던 부산 모습에서 한 단계 더 발전된 모습들이었다.
그렇게 부산의 위상을 느끼면서 부산 벡스코에 도착했다. 다른 사람들도 매직 아트를 보러 왔는지 주차장에 차들이 빽빽하게 차 있었다. 주차하려고 10분을 주차장 주변을 서성거렸다. 무슨 사람들이 많을까 싶었는데 광장에서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 정말 사람들이 바글바글거려서 그 모습을 보던 우리 가족들은 할 말을 잃고 모두 표정이 멍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변장한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캐릭으로 완벽 변신을 한 사람들도 많았다. 지나가는 데마다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나도 저렇게 분장을 하고 왔어야 되나...' 할 정도로 평범한 사람들 보기가 드물었다.
그리고 드디어 '매직 아트'로 입장을 했는데 주의 사항으로 사진기로 찍지 마라는 게 아닌 사진기를 꼭 들고 가서 찍어라, 그리고 '만지지 마세요'가 아닌 그 그림에 맞는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기에 많이 담아가라고 적혀 있었다. 도대체 뭔 일인가 의아해하면서 입장을 했는데 처음에는 조금 실망했었다. 그냥 명화들을 전시해 놓은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 뭔데... 그냥 액자에 그림 그려져 있는 것 뿐이구만... 이게 무슨 매직 아트라고..."
"은비야, 액자가 아니고 그림인데? 액자로 보이게끔 그림으로 그려놓은 거다."
엥? 가까이 가서 보니깐 진짜 액자가 아니고 액자처럼 보이게 그려놓은 것이었다. 액자도 그림이었다. 정말 신기했다. 그래서 그 때부터 그 전시관에 걸려있는 그림 하나하나 보면서 그에 맞는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기에 하나하나 담았다. 피리부는 소년 옆에서 같이 피리 불고 있는 모습, 어떤 그림 속의 아주머니가 건네고 있는 맥주를 마셔서 취한 모습, 나폴레옹이 타고 있는 말의 줄을 당기고 있는 모습, '이삭줍기'를 패러디해서 돈을 줍고 있는 아주머니와 함께 같이 돈을 줍고 있는 모습, 그리고 뭉크의 절규의 그 그림 속에 놀라는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의 바지가 벗겨져서 놀라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 그 옆에 가서 그걸 보면서 우리도 같이 놀라는 모습 등 정말 각양각색으로 재미있는 그림들이 많이 있었다. 그 때 이게 왜 매직 아트라고 하는 지에 대한 깊은 뜻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전시관 나가는 길에 어떤 사람들이 관광객들의 모습을 그려주고 있는 걸 보았다. 어떤 축제에 가서든지 그렇게 캐리커쳐를 그려주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는데 특히 한 아저씨가 관광객들을 정말 귀엽게 잘 그려주셨다. 아주 정교한 솜씨로 사람들의 인상적인 부분을 잘 잡아서 그려주셨다. 캐리커쳐 해 주는 모습을 많이 보기는 보았지만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한 번쯤 해 보고 싶었는데 내 마음을 알아듣기라도 하셨는지 엄마 아빠가 동생과 나한테 '한 번 해 보고 싶지 않나'라고 하셔서 해 보게 되었다.
아저씨의 강렬한 눈빛에 그냥 가만히 앉아있으면 되는 게 왜 그렇게 식은 땀이 나고 자꾸 긴장이 되었는지... 나중에 완성된 작품을 보니깐 정말 귀엽게 그려주셨다. 나와 비슷한 구석이 있긴 있었지만 실제 나의 모습과는 달리 정말 귀엽고 이쁘게 그려주셔서 나는 아주 대만족이었다.
그리고 엄마가 가고 싶었다고 하셨던 태종대 유원지에 가게 되었다. 태종대는 신라의 태종 무열왕이 활을 쏘던 곳이란데서 이름이 지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태종대의 깜찍한 관광열차를 타고 한 바퀴 쫙 둘러 보았는데 과연 무열왕이 여기서 활을 쏠 만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경치가 아주 멋졌고 특히 넓고 수평선과 하늘이 연결된 것 같은 아주 큰 바다가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지금까지 쌓였던 스트레스들이 한 방에 뻥 뚤린 것 같이 마음이 시원해졌다.
그리고 그 곳에서 걸어서 5분 정도 되는 조개구이 포장마차에 가서 식사를 했다. 특히 그 곳에는 '1박2일'에 나오는 이승기가 야구 선수 이대호와 같이 가서 먹었다던 곳이였다. 그 식당 간판에는 '1박2일'의 깃발이 2개나 꽂혀 있었고 이승기 친필 싸인도 있어서 사진기로 그 싸인을 찍어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 이승기가 왔다 간 곳이라 그런지 정말 조개 구이 맛이 끝내줬다. 주인 아저씨의 인심도 넉넉하셔서 조개탕을 몇 번이고 리필해주셨다. 특히 조개의 관자 부분을 초장에 찍어 먹는 그 맛은 정말 꿀맛이었다.
그렇게 정말 신나고 재미있었던 부산 나들이가 끝이 났다. 오랜만에 또 여행을 다녀와서 더욱더 재미있있고 역시 '여행'이라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추운 겨울에 우리 몸을 잠시 녹여주는 따뜻한 손난로 같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