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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기행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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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지은
여행은 사람을 설레게 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생활을 즐긴다는 자체가 행복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반복되는 생활이 약간은 답답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학교에서 수학여행으로 강원도에 가게 되었다. 일상의 탈출이 기대되었다. 학기 초라 반 친구들과 아직 친숙한 사이는 아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친해질 거라 생각했다.
첫날의 일정은 환선 굴이었다. 환선 굴로 가는 길은 너무 멀었다. 고속도로로 빠르게 달리는 버스 안에서 친구들과 열심히 놀았다. 노래도 듣고 카드놀이도 하고 열 고개랑 끝말잇기 같은 게임을 계속 했다. 그러자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환선 굴은 1시간쯤 올라가면 있고 굴이 워낙 커서 다 돌아보는데도 1시간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그 때만 해도 그냥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올라가는 길은 무척이나 가파른 길이었다. 내 친구들의 표현으로 몸이 85도로 꺾여서 가는 것 같다고 했다. 땀은 비 오듯이 오고 숨도 차서 오뉴월 강아지처럼 혀를 내밀고 헉헉거리면서 갔다. 하지만 굴에 도착하자 탄성이 나왔다. 정말로 커다란 곳이었다. 우리나라에 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여기서 나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감동했다. 또 조금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추운 날이었는데도 산행을 해서 더웠는데 말이다. 굴 안은 검은색이라 좋았다. 나는 낮보다 밤의 운치를 좋아해서 어두운 굴이 맘에 들었다. 또 굴속에서 모험을 펼친 ‘톰 소여 모험’의 톰과 허클베리 핀이 생각났다. 나에게도 어떤 모험이 다가올까 약간 설레었다.
하지만 굴속을 돌아다니는 것은 산행만큼이나 힘들었다. 계단이 몇 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리고 머리에는 물이 한 번씩 떨어진다.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나중에는 머리가 찝찝했다. 환선굴은 굴 안에 폭포가 있었다. 정확하게 몇 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6개정도 였던 것 같다. 그리고 호수도 많이 있었다. 친구들은 서로 빠뜨리겠다면서 장난을 쳤다. 동굴이나 바위도 많이 있었다. 또 종유석도 곳곳에 있었다. 친구들이랑 만져보았는데 말랑말랑했다. 돌이 말랑해서 신기했다.
내려오는 길에는 발가락이 아파서 힘들었다. 뒤로 돌아서 내려오다가 다시 앞으로 보면서 내려왔다. 그래도 올라가는 것 보다는 내려오는 것이 더 쉬웠다. 내려오면서는 산에 있는 물도 마셨다. 역시 산행 중에 먹는 물 한 잔은 보약이다. 보약 한 잔으로 힘이 불끈 솟아 났다.
환선굴에서 또 한참을 이동을 했다. 바로 우리가 머무를 숙소인 ‘설악 캔싱턴 리조트’였다. 들어가는 순간 “우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바로 앞에 드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방에는 침대와 화장대가 있었고 거실에는 텔레비전과 소파가 있었다. 나는 침대와 발코니에서 보이는 푸른 바다가 마음에 쏙 들었다. 부엌에는 냉장고도 있었다. 바로 짐을 내려놓고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숙소에서 친구들이랑 3시간 정도 놀다가 잠든 것 같았다. 나는 침대에서 잤다. 우리 방에는 7명이 있었는데 3명은 침대에서 3명은 거실에서 1명은 소파에서 잤다.
둘째 날에는 통일 전망대와 DMZ 박물관, 비선대를 갔다. 통일 전망대는 산행이 아니었다. 차로 거의 다 가고 그냥 약간만 걸으면 되었다. 전망대는 모두 유리로 되어있어서 사방이 다 보였다. 북한과 고작 2km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바로 앞에 보이는 것이 북한이라는 것이 신기했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다른 나라라는 것에 분단의 아픔이 잠시나마 느껴졌다. 빨리 통일이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DMZ 박물관에 갔다. 그 곳에는 6.25전쟁에 관한 것과 60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생태환경 등이 있었다. 이산가족에 대한 부분을 전시 해 놓은 곳도 있었다. 아까 전에 갔었던 통일 전망대에서도 느꼈지만 우리나라가 빨리 통일이 되어야 아픔이 빨리 치유될 거라는 생각이 한 번 더 들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설악산에 갔다. 우리가 워낙 힘들어한다고 흔들바위에 가기로 했는데 비선대로 바꾸었다. 비선대로 가는 길은 정말 아름다웠다. 자연은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감동적인 것을 한 번 더 생각 할 수 있었다. 그 전날 갔던 환선굴에 이어 ‘예쁘다.’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나무가 많아서 공기도 훨씬 좋았다. 온 몸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흙을 밟자 왠지 마음도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상쾌하고 행복한 기분이 온 몸으로 느껴졌던 산행이었다. 올라간 길도 그다지 어렵지 않아서 편안하게 자연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낙산사와 참소리박물관에 갔다. 낙산사에는 많은 기와집들이 있었고 커다란 불상이 있었다. 낙산사를 돌아다니는데 약간 산길이 나왔다. 밑으로 낭떠러지가 보이는 길이었는데 약간 무서웠다. 친구들과 떨어지라며 치는 장난은 늘 함께하는 것 같다. 친구들과 실컷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참소리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참소리박물관은 50여 년간 60여 개국에서 축음기를 모은 손성목 관장의 개인 박물관이었다. 처음부터 전시물들은 대단했다. 고대에 축음기를 들려주었다. 커다란 원판 모양이 돌아가면서 예쁜 소리가 났다. 큐레이터는 “고대에는 축음기의 기술이 좋지 못해서 이렇게 커다란 원판에 노래를 담았답니다. 하지만 이것은 한 곡 밖에는 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소리가 고대에 만들었다는 자체로 굉장히 신기했다.
그 다음으로 본 것은 에디슨의 3대 발명품들이었다. 축음기부터 전구도 보았고 영상기도 보았다. 축음기는 두 번에 걸쳐서 설명을 들었는데 처음에는 단순한 축음기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에 들은 설명은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큐레이터는 “이 축음기는 굉장히 과학적이랍니다. 음량 조절이 무려 3단계로 조절이 된답니다. 잘 보세요.”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직사각형으로 생긴 축음기의 앞부분을 열었다. 그러자 소리가 약간 커졌다. 그리고 생긋 웃더니 위에 있는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우리 학교 학생들은 웃음이 터져나왔다. 곧이어 큐레이터가 “어떠신가요? 굉장히 과학적이죠?”라고 묻자 우리들은 큰 소리로 “네!”하고 대답했다.
이번 수학여행에서는 산속에서 며칠을 보냈다. 산을 다니는 것은 확실히 몸이 힘든 일이지만 마음은 편안하게 한다. 그래서 도를 닦을 때는 산속으로 가나보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 간 참소리박물관은 100년의 소리 역사를 한 번에 볼 수 있어서 근사했다. 이번 수학여행으로 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리의 신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우리 반 친구들과 한결 가까워진 여행이었다. 역시 여행은 사람간의 친밀감을 높여주고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